지난 12일 예멘에서 실종됐던 한국인 한 명이 테러 단체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국 정부가 오늘 (16일)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12일 예멘 북부 사다에서 실종된 한국 여성 엄영선 (34) 씨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6일 밝혔습니다.

정부 당국자는 "서울시간으로 15일 저녁 사다 인근 지역에서 발견된 시신 3구 가운데 1구가 엄 씨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지에서 엄 씨와 함께 일하던 한국인 의사가 직접 검안해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3구 시신 모두 여성으로 파악됐다"며 "발견 당시 훼손이 심한 상태여서 얼굴로는 신원 확인이 어려워 옷차림과 체구로 미뤄 엄 씨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3구의 시신은 사다 지역 내 병원에 있으며 예멘 당국이 지원하는 군용기를 이용해 빠르면 이번 주 중 예멘 수도인 사나로 이송될 예정이라고 이 당국자는 전했습니다. 엄 씨의 시신은 유가족이 예멘에 도착하는 대로 서울로 옮겨질 예정입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테러 집단에 의한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최종현 외교통상부 부대변인입니다.

"한국 정부는 우리 국민이 피살된 것으로 확인된 데 대해 분노와 경악을 금할 수 없으며, 이를 엄중히 규탄합니다. 정부는 무고한 외국인에 대한 테러 행위는 반인륜적이고 비인도적인 범죄행위로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에 따라 테러근절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번 사건의 배후에 테러 조직 알카에다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보통 피랍 사건의 경우 납치단체들이 요구조건을 내거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그런 게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부족 무장세력이 아닌 알카에다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시신의 부패 정도로 볼 때 납치를 한 뒤 곧바로 살해했을 것으로 보여 '묻지마 식 테러'일 수 있다"며 "외국인일 경우 국적과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무조건 떠나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살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외교통상부는 이번 사건의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 현지에 대책반을 설치하고, 예멘 정부는 물론 독일과 영국 등 관련국들과도 적극 협조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예멘 지역에 체류 중인 한국 국민 전원에게 조속히 철수할 것을 요청할 방침입니다. 또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예멘을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실종된 지 사흘 만에 엄 씨가 살해된 것으로 알려지자 가족들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출국 절차를 밟기 위해 16일 외교통상부에 들른 엄 씨 아버지는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딸의 실종 소식을 며칠 전에 들었는데 사망 소식을 접하게 돼 경황이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엄 씨는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국제의료 봉사단체인 '월드와이드 서비스'의 사다 현지 병원에서 지난 해 8월부터 한국인 봉사자의 자녀교육과 병원업무 등을 맡아왔습니다.

엄 씨는 같은 단체 단원과 가족 등 8명과 함께 지난 12일 오후 4시쯤 나들이를 갔다가 납치됐습니다. 엄 씨와 함께 실종된 외국인은 어린이 3명이 포함된 독일인 7명과 영국인 1명입니다

정부 당국자는 "예멘 당국이 공식 확인해 준 사망자는 현재까지 엄 씨와 독일인 여성 2명"이라며 "나머지 6명의 소재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예멘에서 한국인이 피살된 것은 지난 3월 유적지 시밤에서 4명이 자살폭탄 테러로 숨진 이후 두 번째입니다.

정부 당국자는 "자살폭탄 테러 사건과 이번 납치 사건은 형태는 다르지만 목숨을 가지고 흥정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며 "하지만 같은 단체에서 했을 것으로 단정할 만한 근거는 아직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