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 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문) 요즘 미국에서 가장 많이 얘기되고 있는 현안, 두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바로 경제 문제와 안보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중에서 특히 안보에 관련된 현안을 들자면 중앙정보국의 고문 문제와 테러용의자들을 가두고 있는 관타나모 수용소 문제가 논쟁의 중심에 있죠? 미국의 언론과 정가에서는 이 두가지 문제를 두고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이 논쟁의 와중에서 제일 눈에 띄는 인물이 두 명있죠? 

(답) 네, 바로 바락 오바마 대통령과 딕 체니 전 부통령입니다.  

(문) 이 시간에 여러차례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만, 딕 체니 전 부통령, 바로 전임 조지 부시 정부에서 부통령으로 8년을 봉직했던 인물로서 새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채 지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안보 문제와 관련한 현 정부의 정책들을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죠? 

(답) 그렇습니다. 체니 전 부통령, 요즘 언론과의 회견이나 강연회를 통해서 계속 오바마 행정부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저번 주엔 미국에서 아주 보기 힘든 장면이 연출됐죠? 미국의 현직 대통령과 직전 정부의 부통령이 같은 날에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의 다른 장소에서 안보정책을 놓고 각각 자신의 주장을 펼쳐서 화제가 됐습니다. 

(문) 체니 전 부통령, 자신이 몸담았던 정부의 안보정책을 옹호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현 정부의 안보정책을 실랄하게 비판하고 있는데, 이런 체니 전 부통령의 행동은 미국 정치권에서는 보기가 힘든 행위라면서요? 

(답) 네, 보통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대통령이나 부통령은 다음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일정 기간동안은 이러쿵 저러쿵 평을 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합니다. 이런 경향은 꼭 그래야 한다는 강제 규정은 없지만, 무언간에 지켜지는 신사협정 같은 것이죠?  

(문) 이런 관례는 과거 미국 정치사에서도 그 예를 찾아 볼수 있죠? 

(답) 그렇습니다. 과거 1960년대초,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승인하에, 미국 중앙정보국은 쿠바 망명자들을 동원해서, 쿠바의 피그만을 침공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이 공격이 실패하자 미국안에서는 케네디 행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크게 일어났는데요, 전임 정권의 부통령이었던 리차드 닉슨은 케네디 대통령의 조치를 지지한다고 두둔하고 나선 적이 있었습니다.  

(문) 그런데 딕 체니 전 부통령이란 인물 자체가 사실 미국 정치에서 아주 이색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 아닙니까? 

(답) 그렇습니다. 체니 전 부통령은 8년전 부시 행정부에 들어가면서, 자신은 결코 대통령의 들러리가 되지는 않겠다고 공언할만큼, 자기 주장과 색깔이 확실한 인물이었습니다. 체니 전 부통령은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공언한대로 그후 8년간 백악관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합니다. 정치 전문가들은 체니 전 부통령의 성격을 볼 때, 이번에 미국 정치계의 관례를 깨고, 집권한지 6개월도 지나지 않은 현 정권의 정책을 비난하고 나선 것이 결코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문) 체니 전 부통령, 오바마 행정부가 고문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문건을 공개하고 대테러 전쟁의 결과물 중에 하나인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는 등 부시 전 행정부의 유산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것을 보고 발끈했을 수도 있었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웨스턴 뉴잉글랜드 대학 역사학과의 존 백 교수는 체니 전 부통령이 최근 보여주는 언행은 그가 지난 40년동안 보여준 억제력과 자제력과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오바마 행정부의 안보 정책에 대해서 깊은 배신감을 느끼고 상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텍사스 기독교 대학 정치학과의 짐 리들스퍼거 교수는 자신이 몸담았던 정부의 정책들이 깡그리 매도당하고, 또 모든 책임이 전가되고 있는 상황에 불만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문) 그런데 그동안 경제 위기에 대한 책임 여부 때문에 수세에 몰려있던 공화당 측에서는 이 체니 전 부통령의 날선 비판을 좋은 기회로 삼고 있는 듯 하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 대표는 한 회견에서 체니 전 부통령은 여전히 공화당 안에서 중요한 인물이라고 지적하고, 체니 전 부통령의 행보가 공화당에 해가 되지 않고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마이클 스틸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도 체니 전 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의 안보정책과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고요,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대표도 체니 전 부통령의 이같은 비난에 직면해 오바마 행정부가 이미 자신의 정책을 수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문)그런데 얼마전 미국의 한 언론사가 체니 전 부통령에 대한 여론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나요? 

(답) 네, 방송사인 CNN에서 요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체니 전 부통령에 대한 지지도를 조사해 봤는데요, 조사대상의 37%가 체니 전 부통령을 지지했고, 응답자의 55%는 반대했다고 합니다. 체니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기는 한데, 지지하는 사람의 비율이 지난 1월에 비해서 8% 정도 상승했다고 합니다. 

(문) 하지만, 여전히 미국인의 과반수가 부시 전 대통령과 체니 전 부통령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런 이유 때문에 체니 전 부통령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 공화당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죠? 

(답) 그렇습니다. 체니 전 부통령이 공화당이 지난 대선에서 패배하는데 일부 책임이 있기 때문에, 미국의 정치 관례를 무시하고 제 목소리를 높이는 체니 전 부통령에 대해서 공화당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고 합니다. 공화당 내의 한 인사는 체니 전 부통령이 공화당 안에서 아직도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의 작금의 언행이 당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지만, 누구도 공개적으로 나서서 체니 전 부통령을 말리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자, 체니 전 부통령을 비롯해서 조지 부시 전 대통령 그리고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등이 최근 회고록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회고록에서 지난 8년간의 부시 행정부 시절을 회상하고, 당시 펼쳐진 정책에 대해 나름대로의 입장을 개진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현재는 체니 전 부통령 혼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이들 인사들의 회고록이, 안보정책을 둘러싼 논쟁을 어떤 방향으로 끌어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