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남북한 합작 대학으로 주목을 받았던 평양과학기술대학의 개교가 남북관계 악화로 인해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평양과기대 뿐 아니라 남북관계 경색으로 올들어 정부와 민간 차원의 정보통신(IT) 교류협력도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반도 정세의 냉각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남북 간 과학기술 교류도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최초의 남북 합작 대학으로 올해 초 문을 열 예정이었던 평양과학기술대학의 개교 일정이 또다시 미뤄졌습니다.

평양과기대 설립을 추진 중인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의 최청평 사무총장은 12일 "남북 간 그리고 미-북 간 긴장 국면에서 예정대로 개교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연기하게 됐다"며 "언제 개교할지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최 사무총장은 "북한도 상당히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남북관계가 풀리면 우선 준공식부터 추진한 뒤 부분 개교를 하는 방안 등에 대해 현재 협의 중에 있다"고 전했습니다.

"사실은 (북측도 )현장에선 공감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 미-북 관계 이런 상황에서 잔치를 벌일 수 있겠느냐는 입장입니다. 개교는 일정을 조정하더라도 준공이라도 빨리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고, 분위기가 좋아지기만 하면 준공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

평양과학기술대학은 지난 2002년 6월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과 북한 교육성의 합의에 따라 착공됐으며, 그 동안 개교가 몇 차례 연기됐습니다.

지난 해 초까지만 해도 남북한 정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면서 설립 사업도 탄력을 받았지만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등 7월 이후 남북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설립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평양과학기술대학 설립추진위원회의 또 다른 관계자는 "건물 증축과 교수진 구성 등 대부분이 완료된 상황"이라며 "학교가 문을 열수 있을지 여부는 향후 남북관계의 진전에 달려 있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남북한 과학자들 간에 지속돼 오던 학술교류 행사도 차질이 불가피해졌습니다.

한국의 정보통신 전문가 등 80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방북단은 당초 지난 2월 7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방북할 예정이었지만 북한의 로켓 발사로 인한 남북 간 긴장 국면으로 2차례 연기된 끝에 무기한 보류된 상태입니다.

방북을 추진했던 남북IT교류협력본부 관계자는 "최근의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북측과 협의 끝에 무기한 연기하게 됐다"며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측도 남북관계가 풀리면 다시 논의하자고 전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관계자와 과학기술 전문가들에 따르면 올들어 정부 차원의 정보기술 즉, IT교류협력은 물론이고 지난 해까지 명맥을 유지해오던 민간 차원의 협력도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당국 간 대화가 단절되면서 정부 차원의 IT협력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그나마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민간 차원의 협력 사업도 올들어 뚜렷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은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며 "민간 분야의 IT 교류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 공동 연구사업에 10억을 책정해 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북한이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IT교류협력도 남북관계라는 특수성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도 "민간 분야의 교류협력 중단이 장기화될지 여부는 올 하반기가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