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대남 비방이 기관별로 이뤄지는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로 방송과 신문의 논평, 사설 등을 통해 대남 비난을 해온 그동안의 관례로 볼 때 이례적인 현상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한국에 대한 비난이 최근 들어 사안별, 기관별로 이뤄지는 새로운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4일 기자설명회에서 이런 현상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북한의 비난 내용을 보면 옛날에는 주로 방송이나 논평, 사설 등을 통해서 비난을 했었는데, 최근 보면 대남 기관별로 담화, 입장 발표 등이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말씀을 드립니다."

실제로 지난 달 17일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즉 조평통은 서기국 보도를 통해 미한연합사 지휘부가 양국의 전투기에 교환 탑승해 편대비행을 한 데 대해 "한미동맹은 침략동맹"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어 조평통 산하 조국통일연구원은 지난 달 30일 백서를 통해 "남한의 경제 사정 악화에는 남한 정부가 반공화국 대결정책으로 조선반도 정세를 극도로 악화시킨 데도 중요한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는 지난 1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명박 정부가 남한의 통일운동 단체들을 탄압하고 있다"며 "죄악을 반드시 계산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다음 날인 2일엔 조선기자동맹 중앙위원회 대변인이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가 남북방송교류추진위원회를 구성키로 한 데 대해 "북남 언론 사이의 진정한 협력과 교류를 지향하는 내외 여론과 민심에 대한 우롱이고 기만"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비방은 3일에도 이어졌습니다. 이번엔 조선민주법률가협회가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한국 법원이 남북공동선언 실천연대를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단체 핵심간부들에게 실형을 선고한 데 대해 "북남 선언들과 우리민족끼리 이념에 대한 공공연한 부정"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처럼 북측 기관들의 사안별 대남 비방 양상은 남북한이 갈등하고 있는 현 국면에서 추상적인 비난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다는 북한 당국의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입니다.

"대남 파트라고 할 수 있는 조평통이나 아태평화위원회 이런 쪽에서 직접적으로 대남 부분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과거에 보면 추상적이고 의례적인 것들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임팩트를 강하게 주기 위해선 해당 부서가 직접적으로 나서서 이야기 하는 것이 보다 충격을 더 줄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의 북한의 접근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일각에선 기관별 대남 비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한국사회의 반정부 투쟁을 고무하기 위한 북측 기관들의 충성 경쟁 때문에 빚어진 현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통일전선부 출신 탈북자인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장철현 연구위원은 "어느 기관 이름으로 돼 있든 대남 성명은 모두 통일전선부 101연락소 1국에서 작성한다"며 이같은 분석을 반박했습니다.

"북한이 왜 그렇게 다른 기관의 명의를 빌려서 대남 발언을 쏟아내느냐 하면, 한마디로 북한이 모든 각 분야 별로 또 기관 별로 한마디로 대남 강경의 일체성을 보여주는 전략적 일환으로 하는 것이지 그들이 독자적으로 결심하고 독자적으로 실행하는 권한은 절대 없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최근 대남 비방의 또 한가지 특이점은 6.15와 10.4 두 남북 정상선언 이행 요구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에서 두 정상선언 이행을 투쟁선동 구호로 계속 활용은 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에 대해 선언 이행을 요구하는 내용은 최근에 눈에 띄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용현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각 기관의 사안별 대응을 우선시하는 전략의 결과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6.15와 10.4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지금 논의하기엔 워낙 현안들 자체가 세부화돼 있고 구체적인 것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실질적으로 해결되는 과정에서 6.15와 10.4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의 상황에선 6.15와 10.4에 대한 총론적인 이야기보다는 각론 부분의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북한에게선 보다 중요한 대남 압박 또는 제안이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두 정상선언에 대해 이행을 협의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북한이 현 시점에서 남북관계 정상화 의지를 상당 부분 접었기 때문이라는 상반된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