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오늘(30일) 뇌물 수수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조사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한국에서 전직 대통령이 검찰의 조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로, 한국 국민들은 전직 대통령들의 불미스런 역사가 되풀이된 데 대해 분노와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노무현 전 대통령은 30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밤 늦게까지 조사를 받았습니다.

한국에서 전직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1995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과 같은 해 12월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1조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그리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집권 과정에서 12.12 사태와 5.18 광주 사태를 일으킨 것과 관련해 군 형법상 반란 수괴 등의 혐의로 구속된 바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30일 오전 8시17분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자택에서 청와대에서 제공한 리무진 버스를 타고 서울의 대검찰청사로 향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버스에 오르기 직전 검찰로 향하는 자신을 배웅하기 위해 나온 노 전 대통령 지지 모임인 노사모 회원과 취재진 앞에서 검찰 조사에 임하는 심경을 짧게 밝혔습니다.

[액트]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습니다,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합니다, 가서 잘 다녀오겠습니다.”

[리포트]

노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에서 출발한 지 5시간여만인 오후 1시19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에 도착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노 전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에 “면목이 없습니다”라고 답하고 연이은 질문에는 “다음에 합시다”라며 묵묵히 청사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수사를 맡고 있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이던 지난 2007년 6월29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대통령 관저에 전달한 1백만 달러와 2008년 2월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에게 송금한 5백만 달러 등 6백만 달러의 포괄적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에게 이 돈을 직접 요구했는지, 돈이 오간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그리고 이 돈이 재임 중 박 회장에게 제공한 각종 혜택에 대한 대가가 아닌지 등을 집중 추궁했습니다.

검찰은 그동안 노 전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의 베트남 화력발전 사업 수주 과정과 경남은행 인수 시도 때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6백만 달러와 직무 관련성이 있음을 입증하기 위해 수사를 벌여왔습니다.

1백만 달러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씨가 남편 모르게 받아 빚을 갚는데 썼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사전에 이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와 구체적인 사용처 등을 추궁했습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정 전 비서관이 2005년에서 2007년 7월까지 청와대 특수활동비 12억5천만원을 횡령한 부분에 대해서 노 전 대통령이 이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도 조사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1백만 달러와 12억5천만원에 대해선 몰랐으며, 5백만 달러는 퇴임 후 알았지만 정상적인 투자금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 중 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국고손실 등 혐의로 기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선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을 감안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구속영장 청구보다는 불구속 기소한 뒤 재판에서 유무죄를 다투는 쪽을 택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국 국민들은 비리에 얽힌 전직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됐다며 분노와 안타까움을 표시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육로를 통해 평양을 찾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남북 정상회담을 갖고 10.4 남북 정상선언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남북협력 시대를 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특히 재임 당시 청렴함과 도덕성 면에서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큰 믿음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한국 국민들은 더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아직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흠집을 내려고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출두한 대검찰청사 주변에는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 등 보수단체 회원 3백여명이 진을 치고 노 전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노 전 대통령이 탄 버스가 대검찰청사에 도착하자 신발과 계란을 투척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 4백여명도 대검찰청사 앞에서 검찰 수사가 표적수사라며 맞불 시위를 벌였으며 양측은 한 때 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