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해 초부터 대남 강경 조치를 취한 것은 남북교역 중단에 따른 경제적 압박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중국과의 교역을 통해 강경 조치를 취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남북교역의 변화와 남북관계 경색의 경제적 배경’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2008년 들어 북한이 남북교역을 통해 얻는 경제적 혜택이 줄어들면서 북한이 대남 압박에 돌입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원의 이석 박사는 지난 해 3월 이후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성 물자가 감소하자 북한이 남북당국 간 대화를 전면 거부했고, 같은 해 10월엔 남북교역마저 크게 줄어들자 개성공단 폐쇄 위협과 12.1조치 등 강경 조치를 취한 점을 꼽았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08년 남북교역은 남북관계 악화와 환율 상승 등의 요인으로 18억 2천37만 달러로 2007년에 비해 1.2%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남북 간 교역액은 지난 2005년 처음 10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2006년 13억5천만 달러, 2007년 17억9천만 달러를 각각 기록하며 매년 30% 안팎의 성장률을 보여왔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교역 규모는 지난 해 9월부터 7개월 째 하락하고 있다”며 “이는 정부 차원의 대북 지원이 없었던 점과 환율 상승으로 북한 물자 수입량이 감소한 점, 그리고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하지만 “북한이 취한 출경 제한 조치 등은 오히려 남북 교역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됐으므로 북한 당국이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을 더 끌어내기 위한 압박이라는 주장은 다소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석 박사는 올들어 더 강경해진 북한의 조치에 대해 “전세계적 경제 위기로 북한의 경제적 고통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한국을 압박해 새로운 대북 지원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박사는 지난 21일 있었던 북측의 개성공단 관련 재협상 제안도 이 같은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최근 들어 대남 강경 조치를 잇따라 취할 수 있었던 데는 남북 교역이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중국과의 교역은 40% 이상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국수출입은행 배종렬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로켓 발사 등 강경 조치를 염두에 두고 지난해 말부터 중국과의 교역을 통해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2008년 북-중 무역의 특징은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철광석 무연탄 등광물 자원들을 많이 수출 했고 중국으로부터 의류를 중심으로 최종 소비재를 수입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북한 내부의 스케줄에 맞춰 작년부터 사전에 준비한 흔적들을 많이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중국 해관총서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12월 한 달 간 북한의 대중 수입은 4억 3천만 달러로 이는 월 평균 수입의 3배에 달하는 액수입니다.

배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해 12월 대중 수입 품목 중 대부분이 의류와 경공업 제품 같은 소비재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북한의 한해 수출 규모인 9억 달러의 절반을 소비재에 사용했다는 것은 북한이 강경 조치 이후 상당기간 버틸 수 있는 물자를 수입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배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남한 정부의 대북 지원이 감소한 이후 북한의 철광석 등 광물자원의 대중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며 “한국의 대북 지원 감소에 대한 북한의 대응은 상업적 거래의 강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는 “중국 상무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 해 12월 물품 수입 급증은 원자재를 주요 결제수단으로 삼는 북한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물품을 대량 수입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