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입국한 탈북자에 대한 임대주택 공급이 오는 7월 말부터 대폭 축소됩니다. 한국 정부는 취약계층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탈북자 한 가구당 주거 인원을 늘리는 내용을 담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와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는데요.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에 대한 임대주택 공급제도가 오는 7월 말부터 주택 당 거주 인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바뀝니다.

정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와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입니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부부와 30세 미만의 미혼인 직계비속을 한 세대로 보고 한 채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해오고 있습니다. 이번에 개정한 세대별 안에서는 부부와 배우자를 동반하지 않는 직계 존비속, 또는 직계비속을 동반하지 않는 형제자매를 한 자녀로 보게 되기 때문에 현행기준보다는 한 채의 임대주택에 거주하시는 거주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미혼인 형제가 함께 탈북해 한국에 온 경우 기존 주택 공급 기준에 따라 한 사람 당 한 채씩의 주택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한 주택만 배정받게 됩니다.

또 배우자를 동반하지 않은 채 자녀와 함께 온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도 현재까지 별도의 주택을 받았지만, 개정안 발효 이후에는 자녀와 함께 살게 됩니다.

아울러 부모와 함께 한국으로 온 탈북자는 30살 이상이더라도 미혼인 경우 부모와 함께 살게 됩니다.

개정안에는 또 임대주택에 5명 이상이 함께 거주하게 되는 경우 별도의 주택을 알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이 부대변인은 "현재 탈북자의 경우 주택 한 채 당 평균 거주 인원수가 1.3명으로 한국 국민 평균인 3명보다 적어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개정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다른 취약계층과의 형평성을 감안한 조치이지, 탈북자 지원을 축소하려는 뜻은 아니"라며 "정부의 전반적인 기조는 탈북자에 대한 지원을 확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탈북자의 입국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임대주택 수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연간 제공되는 임대주택의 수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입법예고된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통과할 경우 오는 7월 31일부터 시행됩니다.

민간지원 단체 관계자들은 탈북자 지원 주택이 영구임대 아파트로 제한된 현행 제도에서는 탈북자 수가 더 늘어날 경우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본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대구하나센터 허영철 소장은 "지난 해 하나원 졸업생의 약 30%가 퇴소 이후 아파트를 배정받지 못해 몇 주 간 기다리는 일이 있었다"며 임대아파트는 공급에 한계가 있는 만큼 다양한 형태의 주택정책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아파트가 부족할 때면 정부가 다가구 매입 주택이라도 매입해서 한국의 취약계층에게 주듯이 탈북자에게 공급해야 합니다. 아파트 수요가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단지에만 살게 할 것이 아니라 현재로선 가장 쉬운 방법이긴 하지만 보다 다양하게 남한주민들이 사는 일반 주택 공간이나 아파트, 농촌에서도 살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으로 가야만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영환 팀장은 "수도권의 경우 거주하길 원하는 탈북자 수에 비해 임대아파트가 턱없이 부족하지만 지방은 오히려 그 반대"라며 "수도권에만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선 지방에 거주하는 이들에 대한 혜택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 정부 당국자는 "수도권 지역 편중을 막기 위해 지방거주 장려금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시행령 등 개정을 통해 탈북자에 대한 지방거주 장려금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탈북자가 많이 거주하는 인천을 제외한 나머지 광역시에 거주하는 탈북자의 경우, 주거지원금 1천 3백만원의 10%를, 그 외 지역 거주자는 20%를 각각 장려금으로 받게 됩니다.

이 당국자는 이어 "공공건설 임대주택으로만 한정된 현행제도를 여러 형태의 임대주택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현재 국토해양부와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