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상원은 어제 (21일) 장시간 토론 끝에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에 대한 이라크 대사 임명동의안을 가결했습니다. 이날 토론에서 공화당의 샘 브라운백 의원은 힐 지명자의 북한 인권 문제 대처 방식과 북 핵 협상 결과 등을 비판하면서 다시 한번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 상원은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이라크 대사 인준안을 가결했습니다.

상원은 이날 오전 10시 인준안에 대한 토론을 시작해 오후 5시가 되어서야 표결을 실시해 찬성 73대 반대 23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힐 지명자의 북 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 시절 북한 인권 대처 방식과 중동 지역 경험 부족을 들어 인준을 거부했습니다.

특히 그동안 힐 대사 인준에 가장 강력히 반대 입장을 보여온 공화당 소속 샘 브라운백 의원은 회의장에 깡마른 북한 어린이 3 명이 창 밖을 바라보는 대형 사진을 들고 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브라운백 의원은 “전세계가 지켜보는 앞에서 북한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고, 미국 당국자들과 외교관들도 이 같은 일이 벌써 일정 기간 계속돼 온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우선순위를 낮게 두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힐 차관보가 대북 협상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외한 것을 비판한 것입니다.

브라운백 의원은 그러면서 북한 인권을 중시하지 않는 이런 태도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 즉 홀로코스트 당시 미국의 태도와 섬뜩하게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브라운백 의원은 또 ‘외교 득점표(diplomatic scorecard)’라는 제목의 도표도 제시하면서, 힐 차관보의 대북 협상을 통해 미국과 북한이 각각 거둔 성과를 비교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불완전한 핵 신고서를 받았으며, 영변 핵 시설의 냉각탑 폭파는 화려한 볼거리였지만 핵 물질의 생산을 막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브라운백 의원은 또 북한은 최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2 명의 미국 시민을 억류했으며, 6자회담에서 탈퇴하고 유엔 사찰단을 추방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브라운백 의원은 그럼에도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고, 미국의 핵심제재가 풀렸으며 에너지 지원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브라운백 의원은 이 같은 협상 결과는 `형편 없는 것’이라면서, 이런 협상에서 미국을 대표한 힐 지명자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외교직인 이라크 대사로 인준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라운백 의원은 “이라크 전략이 군사적 측면에서 외교적으로 옮겨가고 있는 현 시점에 힐 지명자가 현장에서 미국인을 대표하는 핵심 역할을 맡도록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브라운백 의원은 그러면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2009 대북 제재 법안(North Korea Sanctions Act of 2009)’을 지난 20일 발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공화당의 짐 버닝, 톰 코번, 존 코닌, 존 엔사인, 제임스 인호페 상원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 수출관리법과 무기수출통제법, 대외원조법 상의 제재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편, 민주당 의원들은 북한 인권 문제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힐 지명자를 시급히 이라크에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의 리처드 더빈 의원은 “이라크에서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미군들을 위해 최선의 방법으로 전쟁을 끝내는 것이 미국의 의무”라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지연 없이 노련한 외교관을 이라크에 파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의 크리스토퍼 도드 의원은 힐 지명자의 경험과 직업정신, 규율과 분석력에 비춰볼 때 이라크 대사에 적임자라면서, 의회가 전환기에 들어선 이라크의 불안정한 정세를 감안할 때 힐 지명자 인준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 소속 존 케리 외교위원장도 힐 지명자는 이라크에 남아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가장 필요한 능력과 경험을 갖고 있다면서, 이라크에 시급히 파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