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탈북자 출신 공무원의 수가 차츰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탈북자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데요. 탈북자들에 대한 공직사회 문호가 더 넓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수원시는 지역 내 탈북자들의 정착 지원과 민원을 담당할 탈북자 출신 공무원을 특별채용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습니다.

수원시는 통일부 산하 탈북자 정착지원 기관인 하나원으로부터 5명을 추천 받아 오는 6월까지 1명을 선발할 예정입니다.

현재 탈북자 출신 공무원은 하나원과 경기도 등 광역자치단체에는 있지만 기초자치단체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채용되는 수원시 공무원은 1년 계약직으로 9급 공무원 대우를 받게 됩니다. 또 근무평가 결과에 따라 최대 5년까지 재계약을 할 수 있습니다.

수원시 성명제 자치행정팀장은 “탈북자에게 관련 업무를 맡기면 탈북자들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 보다 효율적인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며 “업무 결과에 따라 탈북자 채용을 더 늘릴지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수원시에 사는 탈북자 수가 2백70명, 경기도는 3천3백 명 정도 되는데, 탈북자들의 경우 직접 시청에 와서 질문하는 것에 대해 거리감을 갖고 있고 어디에다 하소연을 할 때가 없거든요. 탈북자 공무원을 채용해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수가 올 들어 1만5천 명을 넘어선 가운데 공직에 진출한 탈북자 수도 미미하지만 점차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현재 탈북자 출신으로 공직에 진출한 사람들은 통일부에 3명, 경기도에 1명이고 정부 출연 연구기관까지 합하면 1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북한에서 대학을 졸업한 교사와 군인, 전문직 출신으로 주로 탈북자와 북한 관련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에 관한 법률 18조에 따라 탈북자 들 가운데 공무원으로 임용하도록 하는 법이 만들어졌지만 거의 사문화되다시피 하다 최근 들어 조금씩 활성화되고 있다”며 “올 하반기 중에 경기도 군포시도 탈북자 공무원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에 관한 법률’ 제 18조에 따르면 북한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한 이들 가운데 북한에서의 경력과 담당 업무 등을 고려해 국가공무원 또는 지방공무원으로 특별 임용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반드시 공무원이 아니었더라도 업무에 필요한 경력과 자격을 갖췄다고 판단되면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있다”며 “다른 부처에서도 자격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탈북자 출신 공무원이 늘어나면서 탈북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고 이에 따라 민간기업도 탈북자 채용을 늘리는 파급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난 해 10월부터 경기도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탈북자 출신 공무원은 “취업지원과 고충상담 등 탈북자들의 원활한 한국 사회 정착을 직접 도울 수 있고 이들에게 ‘탈북자도 한국에서 공무원이 될 수 있구나’라는 희망을 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탈주민후원회 안효덕 대외협력부장은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수가 증가하면서 공무원 등 주류사회에 들어가는 탈북자 수도 조금씩 늘고 있다”며 “이들의 역할은 앞으로 탈북자들의 공직 진출 가능성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직 미미하지만 서서히 탈북자들도 공무원 사회에 진입하기 시작했으므로 이들이 선구자적인 입장에 있다고 봅니다. 이들이 공직 사회에 기여를 하고 업무 수행을 잘 할 경우 탈북자에 대한 문호가 더 확대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반대로 이들이 공직자로서 업무를 못할 경우 문호가 다시 닫힐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에선 그러나 탈북자 출신 공무원들이 업무 면에서 여전히 북한 관련 업무에만 집중된 채 외교나 법조계, 경제부처와 같은 다른 영역으로의 진출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정부 내에 탈북자 공무원 채용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수요가 탈북자 관련 업무에만 국한돼 있다”며 “또 남한 사람들과 같이 경쟁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공개 채용이 아닌 특별채용 형식으로 선발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는 탈북자들이 공직사회로 진출하는 것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