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부가 지난 9일 실시된 최고인민회의 제 12기 1차 회의에서 선출된 국방위원 전원의 얼굴사진을 발표 다음날인 10일 공개했습니다. 북한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위원 8명의 얼굴을 내외에 알린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자세한 소식을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이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에서 선출된 국방위원 전원의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이들 매체는 회의 다음 날인 지난 10일자에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조명록과 부위원장인 김영춘, 리용무, 오극렬 외에 국방위원인 전병호, 김일철 등 12명의 사진을 모두 게재했습니다.

특히 지난 2003년 국방위원에 선출된 이후 한번도 얼굴이 공개되지 않았던 백세봉 제2경제위원장의 사진도 공개됐습니다. 백세봉이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백세봉은 신성한 백두산의 세 봉우리’라며, 한때 후계자로 지목됐던 김정일 위원장의 2남 김정철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있었습니다.

또 주민감시를 전담하는 업무 특성상 좀처럼 얼굴을 보이지 않았던 국가안전보위부 우동측 부부장의 얼굴도 처음 공개됐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지난 2003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1기 1차 회의 때 국방위 부위원장 이상만 공개했을 뿐 국방위원들의 사진은 싣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이번에 국방위원 전원의 얼굴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북한사회의 폐쇄성을 감안할 때 회의 다음날 사진을 공개한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모종의 대내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대내적으론 혁명 수뇌부를 가시화시킴으로써 내부 기강을 다잡으려는 의도일 수 있고, 대외적으론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국방위가 전면에 나서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달 공식 출범한 김정일 3기 체제에서 국방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이 강화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일성종합대학 교수를 지낸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팀장은 “처음으로 사진을 공개했다는 것은 국방위원회의 위상이 최고인민회의나 내각에 비해 훨씬 높다는 반증”이라고 말했습니다.

“위원급까지 사진이 올랐다는 것은 위원들이 지도급 인사로 된 것입니다. 국방위원회 위상이 급격하게 강화됐습니다. 국방위원회가 이제는 북한의 전반적인 통치를 하는 최고 영도기관으로 됐다는 것으로, 위상이 확실히 올라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을 지낸 구본태 서울여대 객원교수는 “측근들과 실무인력을 중심으로 국방위를 구성한 것을 볼 때 국방위원회가 실질적인 통치권한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며 “국정운영은 물론 후계구도 구축까지 이끌어 나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국방위원회에 (김 위원장) 자신의 친정세력을 대거 포함시킴으로써 사실상 명분 중심의 국방위원회를 실질적인 최고 정책결정기구로 바꾼 것은 앞으로 후계 문제, 체제보위 문제 그리고 정권 문제 등 안보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병상 구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개정했다고 발표했으나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개정헌법도 국방위원회의 위상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습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일각에선 집단지도체제 가능성이나 후계구도 준비 등 여러 추측들을 내놓고 있지만 현재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사실은 없다”며 “헌법 개정 결과가 나와야 보다 구체적인 사실을 알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1998년 개정된 북한 헌법은 국방위원회를 국가주권의 최고 군사지도기관이자 전반적 국방관리기관”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원회는 주요 군 간부 인사권을 갖고 전시동원령 등을 선포할 수 있습니다.

한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97회 생일 행사의 하나인 '축포야회'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은 평양 대동강변에서 지난 14일 밤 열린 불꽃놀이에 참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습을 16일 방송했습니다.

“환희의 축포인가 격정의 꽃보라인가, 어버이 수령님의 탄생 1백돌을 향한 강성대국의 불보라가 밤 하늘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두꺼운 외투를 입고 좌석에 앉은 채 두 손을 들어 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 위원장의 행사 관람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영일 내각 총리,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등 핵심인사들이 동행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은 지난 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 회의에 참석한 뒤 5일 만입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명철 팀장은 “과거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체제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설 당시 김일성 주석도 국정 전반을 아들에게 맡긴 채 현지지도를 다녔다”며 “김정일 위원장도 이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