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15일) 최대 명절인 태양절을 맞아 다양한 경축 행사를 벌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해 12월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사치품 가운데 일부 품목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천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 이후 권력층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처럼 수입을 늘렸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요,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사망한 김일성 주석의 97번째 생일인 태양절을 전후해 북한이 내부 결속 다지기에 나선 가운데 지난 해 12월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사치품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천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통일부 산하 통일연구원의 최진욱 북한연구센터 소장이 중국의 해관총서 통계를 인용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12월 한 달 간 북한의 대중 수입은 4억 3천만 달러로, 같은 해 월 평균 수입의 3배에 달했습니다.

수입품목에는 수천만 달러어치의 진주 등 보석류와 가죽제품, 그리고 의류와 가구, 오락기 등 사치품과 기호품이 대거 포함됐습니다

최 소장은 "이는 지난 해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 이후 북한 권력층의 동요 가능성이 커지자 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선물용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EJK Act 01 0415 “일반 주민들이 침대나 가죽제품을 쓸 일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 사치품들이 엘리트층에 대한 선물용이 아닌가라고 추측됩니다. 북한이 현재 자금도 없는 상황에서 더군다나 긴장 국면에서 북한 체제가 사치품을 수입했다는 것은 그만큼 내부적으로 결속이 필요하고 선물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가 라고 생각됩니다. “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최대 명절인 김정일 생일을 즈음해선 해마다 사치품 수입이 늘어났다”며 “단순히 전년도 통계와 비교해서 분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해관총서 목록에 따르면 고급의류와 장식품이 총 1억 5백만 달러로, 수입품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차지했습니다.

진주 등 보석류는 180만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천 배 가량이 늘어났고, 보트 등 호화 사치품도 2007년 12월 4백 달러에서 지난 해 12월 46만 달러로 무려 1천1백50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설탕과 사탕 수입은 모두 1백46만 달러어치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31배 가량 늘어났습니다.

최 소장은 “수입품 가운데 사탕과 설탕은 김 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주민들에게 준 선물용이고, 대부분의 사치품은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를 하면서 간부들에게 주기 위한 선물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선물로 핵심 권력층과 주민들의 충성심을 높이려는 이른바 ‘선물정치’가 체제를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게 고위층 출신 탈북자들의 설명입니다.
태국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참사관으로 근무했던 홍승경 씨는 “지난 20년 간 북한은 수령절대주의를 관철시키기 위해 어린아이들부터 고위 간부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선물정치를 펴 왔다”고 말했습니다.

“선물정치는 체제유지를 위해 사람들의 인기를 끌기 위한 정치입니다. 이것은 측근들을 관리하고 조정하기 위한 정책으로 수령절대주의를 관철하기 위해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 인심을 써서 장군님의 위상을 높이고 체제유지를 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고 보면 됩니다. “

북한 노동당 재무관리실에는 김 위원장의 선물 구입과 발송을 전담하는 선물과가 따로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선물과는 김 위원장의 측근들에게 직급과 상황에 따라 벤츠 자가용과 고급 양주, 그리고 오메가 시계 등을 지급합니다.

북한에서 모든 선물은 ‘당의 유일사상 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에 의해 김일성 부자 외에는 줄 수 없게 돼 있습니다.

당 간부 출신인 한 탈북자는 “중앙당 부장이나 부부장 이상 되는 고위 간부들은 보통 김 부자 생일과 노동당 창립기념일, 그리고 북한 정권 수립일 등 1년에 4 차례씩 외제 옷과 보석류, 그리고 프랑스산 술과 담배 등이 담긴 가방을 받는다”며 “받는 제품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당 내 지위를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마다 김 부자 생일에는 고위층 뿐만 아니라 전국의 학생들에게 고급 탕과류와 교복 등이 지급됩니다. 공로가 인정되거나 사회주의 이념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평가하는 주민들에게는 생일상과 결혼상도 주어집니다.

북한의 유도 영웅 계순희 씨에게도 지난 2006년 결혼할 당시 김 위원장으로부터 결혼상을 받았습니다. 조선중앙TV입니다.

“우리 당과 우리 인민의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보내신 결혼상이 어제 삼중 세계 유술 선수권 보유자인 평양시 모란봉 체육단 소속 선수 계순희 영웅과 신랑 이명수 체육단 감독 김춘에게 전달됐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서강대 안찬일 교수는 “선물을 통해 지도자가 주민들에게 훨씬 가까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배려하는 어버이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극심한 경제난과 식량난 속에 '선물정치'도 동요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안 교수는 "경제난이 계속되면서 자금이 부족해지자 김 위원장의 생일 때 받은 각종 선물들을 다시 간부들에게 선물로 주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경제난으로 북한의 체제를 떠받치던 선물정치마저 피폐해져 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단 한 사람이 모든 생산수단을 장악하는 북한체제의 경우 선물을 통해 체제결속이나 주민통제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이는 “공산주의 체제에서 볼 수 있는 리더십 정당화의 한 형태”이라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