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규탄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 반발해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함에 따라 6자회담이 새로운 위기 국면을 맞았습니다. 한국 내에선 북한의 이번 성명이 6자회담 틀을 깨고 미국과의 양자 협상으로 가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 북한의 6자회담 불참 선언 배경과 앞으로의 전망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문) 먼저 북한이 외무성 성명에서 제시한 6자회담 불참 선언의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소개해주시죠.

답) 네, 북한이 14일 외무성 성명에서 밝힌 비난의 요지는 유엔 안보리가 자신들의 위성 로켓 발사에 이중잣대를 들이댔다는 것입니다.

성명은 일례로 “일본은 저들의 주구이기 때문에 위성을 발사해도 일이 없고, 북한은 저들과 제도를 달리 하고 저들에게 고분거리지 않기 때문에 위성을 발사하면 안 된다는 것이 미국의 논리이고 이를 그대로 받아준 게 유엔 안보리”라고 비난했습니다.

성명은 또 “오늘의 사태는 유엔헌장에 명기된 주권평등의 원칙과 공정성이란 허울일 뿐이고 국제관계에서 통하는 것은 오직 힘의 논리라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자주권을 침해하는 세력들과 6자회담을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게 북한의 논리입니다.

문) 성명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 한국 정부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며 비교적 냉정함을 유지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북한에 대해 6자회담 조기 재개를 거듭 촉구했습니다.

“정부는 안보리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와 9.19 공동성명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한 것을 환영하며 북한이 북 핵 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해결을 염원하는 국제사회의 염원에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합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번 북한의 성명이 형식이나 내용으로 미뤄볼 때 단순한 엄포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5년 6자회담에서 ‘무기한 불참’을 언급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노골적으로 불참을 선언한 예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는 또 외무성 성명이라는 형식 또한 북한이 대외적인 선언을 할 때 정부 성명에 이어 가장 권위 있는 발표 방식이라는 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문) 그렇다면 북한이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배경에 대해선 어떤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까?

답)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대부분 북한이 이번 성명 발표를 계기로 6자회담을 사실상 껍데기만 남겨놓고 미국과의 양자협상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선 전임 정부에선 6자회담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던 한국 정부, 그리고 일본 정부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온 점 등에 비춰 6자회담이 더 이상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세종연구소 홍현익 박사] “이번에 의장성명으로 북한 입장으로 볼 때는 그게 확인이 됐기 때문에 더 이상 6자회담에 나오지 않겠죠, 더군다나 한국 정부의 입장도 계속 제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6자회담은 당분간 나올 가능성이 없다…”

문) 북한은 성명에서 핵 억제력 강화를 강조했는데요, 이에 대해선 어떤 분석들이 나오는지요.

답)네 북한은 사실상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모든 구속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영변 핵 시설의 폐연료봉 재처리는 핵무기를 만들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구요, 또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대목도 미사일로 전용될 수 있는 로켓 개발과 시험발사도 그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특히 자체적으로 경수로 건설을 하겠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선 표면적으론 전력난 해소를 위한 자구책으로 얘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우라늄 농축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연구원 김태우 박사는 북한이 경수로 개발 기술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지만 우라늄 농축을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경수로 원자로를 가동하기 위해선 반드시 우라늄 농축을 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꿔 이야기하면 우라늄 농축도 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문) 그렇다면 6자회담은 사실상 와해된 것으로 봐야 하는 건가요?

답) 그렇진 않습니다. 6자회담이 와해됐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게 한국 정부나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하지만 냉각기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적어도 유엔 안보리 제재위원회에서 대북 제재 목록을 작성하는 기간 동안은 신경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전문가들은 냉각기를 거친 뒤 미국과 북한 사이에 어떻게 대화가 전개되느냐에 6자회담의 존치 여부가 달려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6자회담이 사실상 미국과 북한 양자 간 협상 결과를 추인하는 기능에 머물러 온 현실에 비춰 미-북 간 대화가 진전이 있고 이런 가운데 미국이 6자회담 유지를 원할 경우 6자회담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하지만 북측은 이에 대해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일본을 배제한 채 다른 형태의 다자회담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 북한의 이번 성명은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의장성명이 발단이 되지 않았습니까. 안보리 의장성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떻게 나오고 있습니까?

답) 북한의 로켓 발사가 유엔 결의 위반이며 이를 비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북한의 추가 발사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효과 측면에서는 소극적인 대응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06년 북한의 핵실험에 이어 의장성명 보다는 훨씬 강력하고 구속력 있는 대북제재 1718호를 결의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 효과는 미미했구요, 특히 이번에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를 무시하고 또 다시 로켓을 발사하면서 제재의 억지력 측면에서 기대했던 역할을 못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재보다 구속력이 약한 의장성명이 북한 정부의 향후 행동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기 보다는 상징적 조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