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체제를 비난한 혐의 등으로 개성공단에 억류된 한국 측 현대아산 직원에 대한 북한 측의 조사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어제 (30일)에 이어 오늘도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이 직원에 대한 접견권과 변호권을 보장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북한 당국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당국에 의해 체제비난 등의 이유로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에 대한 북측의 조사가 이틀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직원은 40대 남성 유모 씨로 알려졌습니다.

31일 통일부에 따르면 유 씨는 현재 개성공단 안에 있는 북한 측 출입사업부 건물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신변안전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은 개성공단 출입 체류에 관한 합의서에 근거해 북측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30일에 이어 31일에도 유 씨에 대한 접견을 북측에 계속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부대변인은 이어 "이는 남북이 이미 합의한 사항인 만큼 북한 당국은 이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조속히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피조사자와 우리 측 관계자와의 면담은 아직까지 성사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어제 피조사자에 대한 접견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요구한 데 이어 오늘도 재차 접견권 등의 권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할 계획으로 있습니다. 이 기본적인 권리는 남북이 이미 합의한 사항인 만큼 북한은 남북이 합의한 절차에 따라 조속히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현대아산도 북측이 유 씨에게 적용한 위반 내역에 대한 확인을 위해 접견을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아산 홍보팀 김영수 부장입니다.

"개성 현지에서 저희 측 소장이 상황 파악과 면회 요청을 지금 하고 있습니다. 직원에 대한 접견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조사 내용에 대해 파악된 사항은 현재로선 없습니다. 상황을 현재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

북한은 지난 30일 자신들의 정치체제를 비난하고 북한 여성의 탈북을 책동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하며 유 씨를 연행했습니다.

이 부대변인은 유 씨의 신변안전과 관련해 "북측이 남북합의서에 따라 유 씨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만큼 가혹행위 등 신변안전에 대한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유 씨의 경우 남측 인원이 북한 법에 의해 처벌받지 않도록 한 남북 간 합의가 있기 때문에 2주 전 억류된 미국 여기자들처럼 북한 사법당국의 재판을 받게 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난 2004년 체결된 남북 간 합의서에 따르면 범칙금 부과나 추방 이외의 조치가 필요하면 반드시 남북 간에 합의를 거치게 돼 있는 만큼, 북측이 일방적으로 유 씨를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지구에 대한 출입 체류에 관한 합의서에 남측 인원이 북측의 법 질서를 위반하는 행위를 했을 때는 범칙금을 부과하거나 경고 또는 추방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것 이외에 다른 조치를 취하고자 할 경우에는 남북이 합의하여 처리하도록 관련 규정이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북측의 일방적인 조치에 의해서 우리 국민이 사법적 판단을 받는 일들이 일어날 수 없도록 관련 합의서가 필요한 조항을 두고 있다는 점을 말씀 드립니다."

그러나 남북 간에 합의된 규정들이 상당히 모호한데다 이 문제를 중재할 남북 간 협의체가 없다는 점에서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또 남북관계가 극도의 긴장 상태라는 점과 북측이 이례적으로 한국 당국에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통지문을 공식적으로 보내온 점이 단순하지 않다는 분석이 정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북한이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남측에 미리 통보해 온 것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북측이 남북 당국관계를 반영해 법에 입각해 원칙대로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3일 내로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남북관계가 원만했으면 쉽게 풀렸을 사건이 북한의 로켓 발사 정국과 2주 전 억류된 미국 여기자들에 대한 재판 회부 움직임과 공교롭게 맞물리면서 사태 해결이 장기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현재의 남북대결 구도에서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필요한 대응을 해 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