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공위성 로켓 발사 계획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이 더욱 위축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서지현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진행자: 최근 여러 차례 저희 방송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이 줄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계획까지 발표돼 앞으로 대북 지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지 않았습니까.

답: 네, 북한 정부의 국제사회에 대한 핵, 안보 위협의 피해가 고스란히 북한주민들에게 미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지난 2002년 2차 북 핵 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원조는 실질적으로 중단됐습니다. 미국 정부는 2001년 35만 t, 2002년 20만7천 t의 식량을 지원했지만 2003년 대북 지원 식량을 4만2백t으로 급격히 줄였습니다.

유럽연합, EU의 경우 지난 2002년 계획돼 있었던 대북 지원을 잠정 중단했었습니다. EU의 대북 지원에 대해 연구해 온 이탈리아 밀라노대학의 악셀 버코프스키 교수의 설명, 들어보시죠.

버코프스키 교수는 지난 2002년 EU는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에 3천5백만 유로를 배정했으나 그 해 북 핵 위기가 터지자 2006년까지 대북 지원을 전면 보류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006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이후에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한층 강화된 가운데 한국 정부가 대북 쌀, 비료 지원을 전면 중단했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 정부를 비롯한 각국은 대부분 대외적으로는 정치적 상황과 인도주의적 지원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답: 맞습니다. 유럽위원회 관계자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정치 상황과 관계 없이 계획된 대북 지원 일정이 진행된다고 밝혔습니다.

12일 접촉해 본 국제기구 관계자들 역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발표가 직접적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습니다. 유엔 인도주의 지원조정국, OCHA 측은 북한의 상황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겠다며 다만 북한의 식량 상황이 매우 악화되고 있지만 기부는 늘지 않아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국제기구 관계자들의 속내는 다릅니다.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정치 상황이 불안정할 때는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WFP 아시아 사무소의 폴 리즐리 대변인은 상당수 국가들이 정치적 이유로 북한에 식량 지원을 꺼린다며, 특히 북한 정부에 대한 우려와 북한 당국의 주민들에 대한 처우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대북 지원을 꺼린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는 입장에서도, 또 중간에서 이를 지원 받아 대북 지원 활동을 수행하는 유엔 기구 입장에서도 상당히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군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난 2002년과 2006년 이후의 전례를 볼 때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데요. 

답: 네, 대부분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의 군사적 위협 행동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받는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영국 크랜필드대학의 헤이젤 스미스 교수는 과거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당국은 주민들이 굶어 죽든 말든 크게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북한 당국의 최우선 과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미스 교수는 이어 2000년 이후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이로 인해 고통 받는 것은 북한 주민들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대북 구호 단체, 월드 비전의 빅터 슈 북한 담당 국장 역시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이 최근 몇 년 간 정치적 긴장을 이유로 계속 줄고 있다며, 이로 인해 WFP의 대북 식량 재고가 거의 없는 상태라고 우려했습니다.

진행자: 기부국들은 겉으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이번 북한의  군사적 긴장 조성이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 같은데요.

답: 네,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이 중단된 데 대해서도 정치적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는 찾기 힘듭니다. 지난 1990년대 이래 대북 식량 흐름을 보면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북한에 식량이 전달된 때는 없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식량 지원은 기대하기 힘들 것입니다.

이탈리아 밀라노대학의 버코프스키 교수는 EU가 지난 2002년부터 집행하지 않고 묵혀둔 3천5백만 유로는 EU의 전체적인 인도주의적 지원 규모로 볼 때 적은 액수로, EU는 북한이 핵 계획을 폐기하지 않는 한 그 이상의 추가 기금은 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어겼을 때 가해지는 직접적인 경제적 제재의 피해도, 또 인도주의적 지원 중단의 피해도 결국 북한주민들이 입게 돼 있습니다.

헤이젤 스미스 교수의 분석처럼 문제는 북한 당국이 전혀 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또 기부국들에게 정치 상황과 상관없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를 현실적으로 설득하기가 어렵습니다. 각국의 국내 여론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