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즉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을 부인하는 주교를 복권시켜 홍역을 치렀던 로마 가톨릭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실수'를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공개했습니다. 교황은 전세계 주교들에게 발송된 서한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교를 복권시키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착오를 저질렀다며 거듭 화해의 신호를 보냈는데요. 전영란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전영란 기자. (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발송한 편지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교황이 실수했다고 인정한 리처드 윌리엄슨 주교 복권 문제를 다시 한번 돌아볼까요?

기자: 네, 교황청은 그 문제로 연초부터 곤경에 빠졌었습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지난 1월 24일 영국의 윌리엄슨 주교를 복권시킨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습니다. 윌리엄슨 주교는 20년 전 교황청의 승인 없이 주교가 됐다가 교황청에 의해 파면 당했던 성직자인데요. 문제는 그가 복권되기 불과 사흘 전에 스웨덴 TV에 출연해서 홀로코스트, 그러니까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을 부인했다는 것입니다.

진행자: 윌리엄슨의 발언이 전세계적인 파장을 일으켰는데 뭐라고 얘기했는지 되짚어 볼까요?

기자: 예, 윌리엄슨 주교는 당시 나치 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은 유대인은 6백만 명이 아니라 20~30만 명에 불과하다, 또 이 가운데 가스실에서 숨진 사람은 없다, 그런 요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런 성직자를 복권시킨 로마 교황청의 결정이 전세계 유대인 사회의 반발을 불러왔죠?

기자: 유대인 사회 뿐이 아니었구요.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유대교 지도자들은 즉각 교황청과의 공식 관계를 단절했었구요. 일부 신학자는 교황의 퇴진까지도 요구했었습니다. 또 교황의 고국인 독일에서도 국민들이 거세게 반발했구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당시 교황에게 분명한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독일에서는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것 자체가 범죄에 해당된다고 하니까요. 결국 교황청도 급히 진화에 나서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교황청은 윌리엄슨 주교 복권 결정은 행정적인 실수라고 서둘러 인정했습니다. 또 윌리엄슨 주교에게 자신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철회할 것을 촉구했구요. 교황의 책임 문제에 대해서는 결정이 내려질 당시 교황은 이 같은 사정을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교황청이 얼마나 다급했는지 성명을 발표할 때 실수로 교황의 서명을 빠뜨릴 정도였다고 당시 뉴욕타임스 신문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교황청이 사태가 더 복잡해지기 전에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교황청은 그 후에도 이와 관련한 입장을 거듭 밝혔죠?

기자: 그렇습니다.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달 12일 교황청에서 미국의 유대인 지도자들과 만났는데요. 이 자리에서 홀로코스트의 의미를 평가절하하거나 부인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진행자: 예, 어쨌든 그런 과정을 거쳐서 갈등은 일단 봉합됐는데요. 아직 부족하다고 느낀 걸까요. 베네딕토 16세가 이번에는 공식 서한을 보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서한은 전세계 주교들을 대상으로 여러 나라 언어로 작성됐는데요. 교황청이 실수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거듭 확인하고 있습니다. 서한의 주요 내용을 보면 윌리엄슨 주교 복권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인정하고 있구요.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도록 협조해 준 유대인 지도자들에게 감사한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또 윌리엄슨 주교를 비롯해 로마 가톨릭 내의 초 보수 교단인 '성 비오 10세' 소속 주교 4명을 복권시킨 것은 교단과의 화해 차원이었다는 해명도 덧붙이고 있구요.

진행자: 최근 교황이 오는 5월 이스라엘을 공식 방문할 것이라는 계획을 확인했는데 이번 서한 발송 시기와 겹치는군요.  아무래도 이스라엘 방문을 의식한 화해 신호일 수도 있겠지요?

기자: 그런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교황청 성명에 대해서 유대인 단체들이 환영 의견을 밝혔으니까요, 이스라엘 방문에 앞서 양측 관계를 더 공고히 하자는 취지로도 해석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 주교 복귀 파문으로 교황청과 불편한 관계였는데 교황의 이번 방문에 대해서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물론 한 때는 껄끄러운 점도 있었겠지만 이번 교황 방문에 한껏 기대하는 모습입니다. 교황 방문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우선 크구요. 특히 가자지구 침공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도 여기고 있습니다. 또 관광지 홍보와 같은 부수적 효과에 대한 기대도 높습니다.

진행자: 예, 지금까지 전영란 기자와 함께 유대인 대학살과 관련한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던 로마 교황청의 근황을 알아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