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대북 민간방송의 영향력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방송 내용이 다양화되고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북한 내 청취자들의 신뢰도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설문조사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대북 민간방송의 현황과 그 파급효과를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김영권 기자, 북한을 대상으로 송출하는 방송이 현재 몇 곳이나 됩니까?

답: 적어도 14곳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정부가 운영하는 방송에서부터 민간, 종교, 탈북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방송국까지 매우 다양한데요. 참고로 ‘VOA’, ‘RFA’, 한국 ‘KBS’의 한민족방송, 일부 정부기관의 대북 방송, 민간으로는 일본의 ‘시오카제’ 등 2곳과 ‘자유북한방송’, ‘열린북한방송’,’자유조선방송’,’북한개혁방송’, 기독교 방송으로 자유의 소리(VOF), CMI 광야의 소리, 북방선교방송 등이 있습니다. 북한만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지만 북한의 지하 기독교인들이 자주 듣는 것으로 알려진 극동방송과 중국과 북한의 공산주의를 겨냥한 ‘희망의 소’리 등도 있습니다.

문: 상당히 다양하군요.

답: 그렇습니다. 이들 대북방송은 단파와 중파를 이용해 북한에 방송을 송출하고 있는데요. 필리핀, 태국, 몽골, 타이완, 호주, 러시아 등 송신지도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 이렇게 많은 방송이 북한에 송출하면 북한주민들이 방송을 접촉할 확률도 과거보다 높아졌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답: 북한의 특성상 미국이나 한국처럼 시민들을 대상으로 직접 청취율을 조사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어 확인하기가 힘든데요.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중국과 한국 내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간접 조사한 결과를 보면 청취율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 한국언론재단이 탈북자 3백 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북한에 있을 때 외부 언론을 접한 응답은 24% 였습니다. 2년 뒤에 자유북한방송이 실시한 조사에서는30%에 달하는 응답자가 외부 라디오를 청취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문: 일각에서는 민간 방송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적지 않은데요. 최근 상황은 어떻습니까?

답: 미국의 민주주의진흥재단(NED)이 민간 조사기관에 의뢰해 지난 해 실시한 설문평가보고서를 최근에 일부 공개했는데요. NED가 재정을 지원하는 ‘자유북한방송’과 ‘자유조선방송’, ‘열린북한방송’ 등 3개 방송의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 미디어’ 라는 전문 조사기관이 지난 해 중국 내 탈북자와 북한 방문자 2백 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자유북한방송’에 대한 신뢰도는 80%에 달했습니다. 나머지 방송국들도 60%에서 70%의 신뢰도를 기록했습니다.

문: 민간 대북방송의 신뢰도가 높아진 배경에 어떤 이유가 있습니까?

답: 관계자들은 방송의 질이 과거보다 향상됐고 프로그램도 다양화된 점을 꼽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재정적 안정도 무시할 수 없는데요. 일부 방송들은 NED의 지원 외에 미국 국무부의 민주주의 증진기금 수혜자로 선정돼 규모를 더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자유북한방송은 하루 5시간 방송을 하고, 최근 별개로 여러 단체를 아우르는 정보센터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문: 프로그램을 특성화하고 다양화한 것이 신뢰도가 높아진 주요 원인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을 전하고 있습니까?

답: 자유북한방송은 탈북자들이 직접 방송을 제작해 송출하는 만큼 북한주민들의 취향을 고려한 정세분석, 신분과 계층에 맞는 다양한 맞춤식 프로그램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김성민 대표의 말을 들어보시죠.

“탈북자들의 목소리로 저들의 이야기를 하자. 이런 게 다른 점이겠죠. 전반을 다 탈북자들이 아우르고 있다. 그런 면에서 북조선 동포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을까? 좀 더 친근감을 주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갖고 방송을 하고 있죠.”

자유북한방송은 탈북자들이 직접 방송한다는 장점 때문에 인터미디어의 설문 조사에서도 가장 이해하기 쉬운 방송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루 2시간 송출하는’열린북한방송’은 한국 내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말 그대로 열린 방송을 지향하고 있는데요. 하태경 대표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죠.

“시민참여방송이죠. 일반인들이 지원하면 미디어 교육을 받고 방송에 참여하는 것이구요. 전반적으로 우리는 정치얘기는 별로 안하고 경제, 문화,교육 분야에 집중합니다. 김정일 타도 방송이 아니라 통일방송이죠. 그래서 방송 참여자 중에는 이산가족 할아버지도 있고 탈북자들도 있습니다.”

하태경 대표는 북한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다 다루고 싶다며 북한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식의 방송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 밖에 ‘자유조선방송’은 북한의 개혁, 개방과 민주주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이광백 대표의 말입니다.
“ 외부 소식을 단순히 전달하는데 머물지 않고 북한 사회가 좀 더 나아지려면 왜 개혁개방으로 가야 하는가? 또 개혁개방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런 내용들을 드라마나 대담, 여러 가지 입체낭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다른 방송과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문: 이렇게 방송을 다양하게 송출하지만 청취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방송을 깨끗하게 청취할 수 있나-수신감도가 중요할 텐데 음질은 어떤가요?

답: NED가 공개한 설문 평가보고서 역시 음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2백 명의 응답자 가운데 일부만이 3개 민간방송에 대해 거의 매일 깨끗한 음질을 들을 수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북한 정부가 수신방해를 하는 것과 단파방송의 출력이 약한 것도 이유로 지적되는데요. 흥미로운 것은 북한 안에서 방송 내용이 입에서 입으로 확산돼 라디오 수신기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도 외부소식을 접할 기회가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2백 명 가운데 절반이 청취한 외부 라디오 내용을 가까운 친구나 가족 등과 나눈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 과거 일제의 한반도 강점기 시절 경성방송국 직원과 일부 애국투사들이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을 몰래 듣고 일본의 패전 등 정확한 외부소식을 입에서 입으로 주민들에게 전달했던 ‘경성방송국 단파방송 사건’ 과 방식이 매우 비슷한 것 같군요.

답: 그렇습니다. 당시 한국인들이 일본의 감시를 피해 ‘미국의 소리’ 방송 등을 의지하며 외부소식을 접하곤 했는데요. 하지만 설문 응답자의 나머지 절반은 철저한 감시와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내용을 전혀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