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바락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 특사와 6자회담 수석대표를 임명하는 등 북 핵 협상 진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안보 등 국익을 우선으로 하는 실용적 접근에 무게를 둘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김영권 기자와 함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시각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문: 김영권 기자,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40여일이 지났는데요, 대북 인권정책의 윤곽이 좀 잡혔습니까?

답: 핵 문제와 인권 문제에 대한 구분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북 핵 문제는 협상을 통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뚜렷이 엿보이지만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한 입장이나 이정표를 발표한 게 없습니다. 저희 방송이 힐러리 클린턴 장관과 카렌 스튜어트 민주주의 인권.노동 담당 차관보 대행에게 인권 문제에 대한 국무부의 입장을 물었지만 시원한 답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미-북 관계 정상화가 본격 논의되는 과정에서 인권 문제도 한 부분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월 말 발표된 미 의회조사국의 보고서 역시 오바마 행정부가 협상을 통한 북 핵 문제 해결을 계속 모색할 것이라고 밝히는 것과는 달리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한 언급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 국무부의 이런 움직임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답: 오바마 행정부는 아직 대외정책을 재검토하고 있고, 또 고위직 인선도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클린턴 국무장관은 아시아 순방 전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와 중국 방문을 통해 속내를 내비쳤습니다. 클린턴 장관은 인터뷰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은 끔찍하지만 안보 위협에 중점을 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클린턴 장관은 중국 방문 중에도 인권 문제가 국제 금융위기와 기후변화, 안보 협력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로 미뤄볼 때 오바마 행정부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외교를 펼치면서 인권 문제는 해결 가능한 분야부터 하나씩 풀 것으로 관측통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문: 실용성에 기반한 인권 접근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말하는 건가요?

답: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원칙을 중시하되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지렛대 이용이 확실한 나라부터 접근하는 방식이 유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분석은 국무부의 최근 움직임을 볼 때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클린턴 장관은 지난 달 25일 국가별 연례 인권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미국은 인권의 이상에 걸맞는 행동을 취할 것” “ 국제사회의 인권 신장은 미국 외교정책의 핵심” 이라는 등의 말을 했습니다. 이렇게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올해 국무부 보고서는 전임 부시 행정부와는 달리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최악의 인권탄압국 명단을 별도로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북한 정부에 대해서도 ‘억압적인 정권’ 이란 기존의 표현을 쓰지 않았습니다. 카렌 스튜어트 차관보 대행은 기자회견에서 억압적이란 표현 대신 ‘권위주의 정권’이란 완곡한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문: 그러니까, 미국은 인권 문제로 북한 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미국의 국가안보에 당장 위협이 되는 핵 문제부터 풀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싶은데요, 북한인권 재승인법이 규정한 대북 인권특사 임명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답: 국무부 관계자는 최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와는 별도로 인권특사도 임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권특사의 직책이 중요한 만큼 적절한 시기에 추가로 임명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북한인권법을 2004년 10월에 서명하고도 6자회담 진전을 위해 인권특사를 거의 1년이 지난 이듬해 8월에야 임명했는데요, 같은 맥락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인권특사 임명도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습니다.

문: 북한인권법과 이를 연장한 재승인법 모두 중국 등 제 3국 내 탈북 난민 보호를 강조하고 있지 않습니까. 오바마 행정부에서의 탈북 난민 수용 전망은 어떻습니까?

답: 지금까지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관측통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제이 레프코위츠 전 북한 인권특사는 최근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한 ‘미국의 소리’ 방송의 질문에, 국토안보부 등 정보, 안보 담당 관리들의 관료주의 때문에 탈북자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레프코위츠 특사는 특히 부시 전 대통령이 재임 중 탈북자 수용에 여러 번 직접 개입했다며, 이 때만 수용이 잠시 늘었을 뿐 평상 시에는 속도가 늘 지지부진했다고 말했습니다.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경제와 안보 문제를 핵심 현안으로 삼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이런 추세가 바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합니다.

문: 국토안보부의 관료주의 말고도 미국 정부가 제 3국의 탈북자 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미 의회 산하 의회조사국의 보고서와 일부 전문가들이 이런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북한 정권의 갑작스런 붕괴가 대량 탈북을 야기해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가설에 기초한 적극적인 탈북자 문제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탈북 난민을 대량으로 양산할 수 있다는 겁니다. 둘째는 적극적인 탈북자 문제 개입이 북한 정부를 자극해 6자회담 등 대북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구요, 셋째는 탈북자가 자주 경유하는 아시아 나라들과의 외교 문제와 이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보고 우려하는 아시아 나라들의 어려운 입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적극적인 탈북자 문제 개입이 기존의 조용한 정책을 통해 3국으로 갈 수 있었던 탈북자 행렬마저 위태롭게 하고 북한, 중국 정부의 탈북자 처벌만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지적들이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죠.

문: 끝으로, 미국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답: 대북 정보 전달에 중점을 두고 기존의 대북방송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무부는 또 민주주의 증진 차원에서 연간 3백만 달러를 대북 인권단체, 탈북자 단체들에 지원하고 있구요, 이와는 별도로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NED)을 통해서도 여러 단체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