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문) 미국에는 수도 워싱턴 DC 가 아닌 워싱턴이라는 주가 따로 있습니다. 워싱턴 주는 이곳 워싱턴 DC와는 정 반대편인, 미국 서북부에 위치한 주인데요, 이 워싱턴 주에서 5일부터 ‘안락사법’이 정식으로 발효된다고 하더군요?

(답) 네, 워싱턴주에서는 지난 해 11월에, ‘워싱턴 이니셔티브 1000’이란 법안이 주민투표에 부쳐졌는데요, 당시, 유권자의 57.8%의 지지를 받아서 통과가 됐죠? 그리고 이번에 법안이 공식적으로 발효가 됐습니다.

(문) 안락사라고 하면, 불치병에 걸려 죽음을 앞에 둔 환자들에게 약물을 투입시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나도록 해주는 조치를 의미하는데요, ‘워싱턴 이니셔티브 1000’이란 이름이 붙여진 이번 법안,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답) 가장 중요한 내용은 역시, 진행자께서 말씀하셨듯이, 불치병 환자들이 의사에게 ‘죽음’에 이르는 처방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행위를 허용하는 것입니다.

(문) 병 때문에 고통받는 모든 사람이 안락사를 취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겠죠? 그러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안락사를 요청할 수 있나요?

(답) 네, 먼저 안락사를 요청한 환자는 18살 이상이고, 워싱턴주 주민이어야 하는데요, 6개월 내에 사망할 것 같다는 의사의 진단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또 신청 당시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하고요, 의사에게 안락사를 말로 요청한 다음에는, 증인 2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문서로 요청서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합니다. 이 2명의 증인을 선정하는 과정도 아주 복잡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보름 동안 안락사를 재고해 보는 시간을 가진 뒤에, 환자는 구두로 재차 안락사를 요청해야 합니다. 아주 복잡하죠?

(문) 물론, 사람 목숨이 걸린 문제라, 여러 가지 검증 단계를 만들어 놓았을 텐데, 이런 복잡한 과정을 모두 거치고 나면, 안락사가 바로 허락되나요?

(답) 아닙니다. 요청을 받은 의사 측에서는 환자에게 진통제를 쓰거나, 아니면 죽음에 이른 환자의 육체적 고통을 덜어주는 치료를 하거나, 심리적으로 도움을 주면서, 인간적인 죽음을 맞게 해주는 시설을 의미하죠, 호스피스에 들어갈 것을 권유하는 등, 안락사 말고 죽음을 맞이할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합니다.

(문)그렇다면 만일 이런 모든 조건들이 충족됐을 경우, 의사는 자신의 신념과는 관계없이 안락사 처방을 내려야 하나요?

(답) 만일 의사 본인이 이 법에 반대한다면, 굳이 안락사 처방을 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안락사를 원하는 환자들은 애시당초, 조건이 맞으면, 안락사 처방을 내려준다고 밝힌 의사에게 신청을 해야 되겠죠?

(문) 안락사 문제는 딱부러진 결론을 내기가 힘든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이 법에 대한 찬반여론이 분분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답) 물론입니다. 먼저 이 법안을 지지한 ‘동정과 선택’이란 단체의 톰 프레스톤 박사는, 워싱턴주의 많은 의사들이, 이 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현재 조용히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고 합니다. 달렌 페얼리 워싱턴주 상원의원은 치명적인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어떤 치료를 받고, 또 얼마나 더 오래 살아야 할 것인 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하면서, 이번 법을 강력하게 지지했습니다. 물론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한 많은 조직들이, 이 법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가정의학 전문의인 린다 레드-시먼 박사는 안락사 허용 조건중 하나인 6개월내 회생 불가라는 진단이 틀릴 수도 있다고 하면서, 잘못하면, 환자가 잘못된 진단을 근거로 성급하게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미국에서 안락사를 허용한 것은 워싱턴주가 처음은 아니죠?

(답) 네, 미국에서 안락사를 법으로 인정한 최초의 주는 바로 워싱턴주와 인접한 오레건주입니다. 오레건주는 지난 1994년에 ‘존엄한 죽음’이란 법을 통과시켜, 미국안에서 말기 환자들의 안락사를 인정한 최초의 주가 됐죠? 그런데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센 나머지, 실제 이 법이 발효된 것은 1997년부터라고 하는데요, 1997년 이후, 오레건주에서는 모두 340명이 안락사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말기 암환자들이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현재 미국에서는 하와이주와 뉴헴프셔주, 매사추세츠주, 뉴 멕시코주에서 이와 유사한 법안의 상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문) 그렇다면 나머지 주들은 안락사를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인가요?

(답) 50개주 중에서 39개주가 법이나 주정부 규정으로 안락사나 또 자살을 도와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6개 주와 미국 수도인 워싱턴 DC는 이에 해당하는 법규정은 없지만, 법원에서 안락사가 불법이라고 판결한 바 있죠? 직간접으로 안락사를 금하는 45개주에다가 안락사를 허용한 2개주를 더하면, 47개주가 되니까, 3개주가 남는데요, 이 주들은 네바다주, 와이오밍주 그리고 유타주입니다. 이들 주에는 안락사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나 판례가 없는데요, 오레건주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안락사가 공식적으로 시행됐다는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이들 주들에서도 실질적으로 안락사가 금지되고 있다고 봐야겠죠?

(문) 그런데 안락사에 대해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나요?

(답) 조지 부시 전 행정부 때, 연방 법무부에서 안락사를 금지시키기 위해서, 오레건주의 ‘존엄한 죽음’ 법을 연방대법원에 제소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연방 대법원은 지난 2006년에, 이 안락사 허용행위를 일종의 의료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연방정부는 주정부가 의료행위와 결정된 정책을 결정하는데, 간섭할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안락사를 허용할 것인지 금지시킬 것인지는 주정부가 알아서 결정해라, 뭐 그런 말이죠. 이 판결 이후 사실상, 연방정부가, 안락사 허용 문제에 관여할 여지는 없어져 버렸습니다.

(문) 그렇다면 안락사 문제, 미국인들은 정작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답) 연방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에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니까요, 안락사에 대한 찬성의견이 46%, 그리고 반대의견이 45%가 나왔습니다. 정말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죠?

미국에서 이 안락사 문제는 정말 풀기 힘든 문제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오레곤주에 이어서 워싱턴주에서도 이제 안락사 법이 발효되는데 앞으로는 또 이를 둘러싸고 어떤 논쟁이 벌어질지 궁금해지는 소식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