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0년대 당시 캄보디아인들에 대한 대학살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크메르 루즈 공산정권 지도부에 대한 첫 재판이 17일 열렸습니다. 학살이 자행된 지 30여 년 만에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것입니다. 서지현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진행자: 유엔 지원 하에 설립된 크메르 루즈 국제재판정이 17일 드디어 열렸습니다. 이날 재판은 전세계에 생중계됐는데요. 먼저, 재판이 어떻게 진행됐습니까? 

답: 네, 이날 재판에서는 본격적인 심리 절차가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앞으로의 절차만 결정하고 끝났는데요. 하지만 임시 수용소에서 법정까지 방탄차로 이송돼 온 '카잉 구에크 에아브' S-21 교도소장, 이른바 '더치'의 모습이 전세계에 생중계되면서, 킬링 필드에 대한 법의 심판 시작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이 열리게 됐습니다.   

진행자: '더치'는 어떤 혐의를 받고 있습니까? 크메르 루즈 정권의 잔혹상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해 주시죠.  

답: 더치는 인도주의 범죄와 고문, 살해 혐의로 법정에 섰습니다. 교도소장이 된 뒤 1만6천 여 명의 수감자들을 고문하고 처형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더치는 지난 1999년 태국과 캄보디아 접경 지역에서 체포됐으며 8년 간 옥고를 치른 뒤 전범재판소에 인계됐습니다.   

이번 재판 피고인은 더치를 포함해 모두 5명인데요. 크메르 루즈 공산정권의 수명은 길지 않았지만 집권기간 동안 1백70만 명의 캄보디아인들을 학살했습니다. 악명 높은 독재자 폴 포트가 이끈 크메르 루즈는 노동자들의 이상향 건설을 앞세우면서 모든 도시인을 시골의 농장으로 쫓아 보냈고, 지식인이나 배반자로 낙인 찍힌 이들을 가차 없이 고문하고 처형했습니다.   

크메르 루즈는 1979년 캄보디아를 침공한 베트남 군에 의해 축출됐지만 이후 태국 인근의 밀림으로 들어가 10년 넘게 끈질기게 저항했습니다. 폴 포트는 그러나 법의 심판을 받기 전에 사망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크메르 루즈 정권에 대한 재판은 언제, 어떻게 시작된 것입니까?

답: 크메르 루즈 정권을 법의 심판대에 세운 재판은 지난 2003년 유엔과 캄보디아 정부의 합의로 시작됐습니다. 캄보디아 정부와 유엔은 지난 1990년대부터 킬링 필드 학살을 단죄하기 위한 법정에 대해 협의를 진행해 왔지만 2003년, 합의가 이뤄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입니다.   

올해가 2009년이니까 재판 착수 뒤 무려 7년 만에 첫 재판이 시작되게 된 셈인데요. 법정을 구성하는 데만 3년이 걸렸습니다. 캄보디아와 유엔이 정한 판사 15명이 국제재판정을 구성한 게 지난 2006년이었습니다. 그 후로 다시 햇수로 3년이 지나 첫 재판이 열리게 된 거죠.  

진행자: 그런데 크메르 루즈 정권 지도부 가운데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한 이는 '더치', 카잉 구에크 에아브 뿐이라고 들었는데요.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재판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답: 먼저 이번 재판에서 피고 측 변호를 맡은 리처드 로저스 변호사는 국제재판정은 단순히 피고에 대한 처벌과 보복 절차 뿐만이 아니라 당사자들 간의 화해와 사건의 종결을 주도할 책임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로저스 변호사는 또한 '더치' 처럼 죄과를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하면서 용서를 구하는 피고에게는 어떤 형이 내려져야 할 것이냐고 반문했습니다.   

'더치'가 크메르 루즈 지도부 가운데 유일하게 죄과를 인정한 만큼 선처를 해달라는 것입니다.    

나머지 네 명의 피고, 크메르 루즈 정권의 전 지도자인 누온 체아와  키우 삼판, 외무장관이었던 이엥 사리 부부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요. 본인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또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도 없어 재판 과정이 크게 지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편, 지금 수감 중인 5명 외에 크메르 루즈 정권과 관련된 다른 이들에 대한 조사도 추진 됐었다구요? 

답: 네, 국제재판정 유엔 측 검사들이 다른 6명에 대한 조사를 추가하려 했었습니다. 하지만 캄보디아인 합동검사들이 반발했다고 하는데요. 캄보디아 정부가 재판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현재 훈 센 총리를 포함해 한때 크메르 루즈에 소속됐던 인사들이 캄보디아 정부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현 정부가 기소 대상자를 5명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