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최근 비료 산업 관련 공장들을 잇따라 방문해 비료 증산을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런 움직임은 북한의 비료 부족 현상이 올해도 심각할 것임을 반증하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요, 이연철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 최대 비료공장인 함경남도의 흥남비료연합기업소를 방문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텔레비전'이 지난 7일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비료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방송은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다음 날인 8일에는 평안북도에 있는 락원기계 연합기업소를 방문해, 흥남비료연합기업소에 필요한 설비 공급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도록 지시했습니다.   

이처럼 김 위원장이 북한의 비료 관련 공장들을 잇따라 방문해 비료 증산을 강조한 이유는 농사철을 앞두고 심각한 비료 부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조명철 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과거에는 남한에서 비료 지원을 해서 큰 도움을 받았는데 이제는 그게 끊겼으니까 외화를 주고 사와야 되는데 외화가 부족하잖아요. 그러니까 생산을 독려하는 거죠."   

전문가들은 북한이 농업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비료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합니다. 북한 정부 역시 만성적인 식량난을 해결하려면 비료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은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식량 문제 해결은 현실의 절박한 요구라면서, 전 군중적으로 유기질 비료를 생산해 농촌에 보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비료 필요량은 연 1백55만t 입니다. 하지만, 현재 생산량은 수요의 20%에도 미치지 못해 매년 적어도 1백만 t 이상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매년 30만 t 정도의 비료를 지원해 큰 도움이 됐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지난 해부터 한국의 비료 지원이 끊겨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북한경제 전문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소 권태진 선임 연구위원은 남북관계 경색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적어도 이번 봄에 필요한 비료를 한국으로부터 지원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비료가 지원되려면 4월 달까지는 지원이 돼야 되는데 지금 분위기로는 비료 지원을 둘러싸고 남북한이 협상을 하거나 협의를 할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북한의 비료 생산 능력은 1960년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을 능가하는 수준이었습니다.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생산량이 꾸준히 늘었지만 1990년대 들어 경제난이 닥치면서 비료 생산이 크게 줄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북한의 비료공장들은 대부분 1960년 이전에 건설돼 설비가 노후한데다 원료와 전기 부족으로 가동률이 매우 낮고, 이는 생산 차질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에 따라 지난 해부터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등 일부 비료공장에 석탄 가스화 공정을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의 한승준 화학공업성 부상은 올해 초 조선신보와의 회견에서, 석탄 가스화 공정이 마무리되면 수입에 의존해 오던 일부 화학비료들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석탄 가스화 공정이란 석탄을 고온에서 가스화해 발생하는 수소를 공기 중 질소와 결합시켜 암모니아를 합성해 비료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경제 형편 상 석유나 나프타를 수입하기 어려운 북한으로서는 비교적 풍부한 석탄을 이용하자는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공법은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권태진 연구위원은 밝혔습니다.

"어쩔 수 없이 지금 있는 시설을 가동하려고 하다 보니까 거기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데, 가동 안 하는 것 보다는 훨씬 낫겠지만 그걸 가지고 비료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조명철 연구원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거시적인 큰 개혁정책과 맞물려서 문제를 해결해야지 비료 하나만 갖고 해결하겠다고 해서 좁은 범위에서 접근해 가지고는 언제 가도 해결이 안되죠." 

조 연구원은 북한이 비료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산업구조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외국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경제를 개혁하고 개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