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콜로라도 주 덴버에 거주하는 한국계 산부인과 의사 최호숙 씨는 몇 년 전부터 북한 내 의료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최 씨는 그동안 두 차례 방북해 평양 산원에서 직접 수술을 집도했는데요, 오는 5월에도 다시 평양을 찾을 예정입니다. 이진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올해 54살인 한국계 산부인과 의사 최호숙 씨에게 해외 의료봉사 활동은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최 씨는 지난 몇 년 간 캄보디아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면서, 캄보디아의 의료체계가 크게 개선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러던 중 역시 의사인 여동생 부부와 함께 북한 의료활동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최호숙: "오랫동안 캄보디아에서 활동할 적에는 북한에 갈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제 동생이 소아과 의사고, 그 남편이 내과 의사인데 북한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캄보디아는 제가 가는 동안 처음에는 의학적으로 떨어졌었는데, 여러 나라에서 도와주니까 6년 사이에 변화가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듣고 보니 북한에서는 코리안 아메리칸 의사들이 오는 것을 바라더라구요."   

최호숙 씨가 북한을 처음 방문한 것은 2007년 봄입니다. 밀알선교회 (www.wheatmissionnk.org) 라는 미국의 대북 지원단체를 통해 북한 의료봉사 활동을 원하는 여러 의사들과 함께 였습니다. 여동생 부부 외에 역시 의사인 최 씨의 어머니도 합류했습니다. 체류 기간은 짧았지만, 북한 당국이 이례적으로 외부인에게 수술을 맡겨 북한 병원에서 직접 수술을 했습니다.

최호숙: "저희 어머니도 산부인과 의삽니다. 어머니랑 저랑 둘이 평양 산원에 들어갔습니다. 평양 산원 28년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이 들어가서 수술을 할 수 있게 허락을 해 줬습니다."

최호숙 씨는 자신을 비롯한 한국계 미국인 의사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감시가 한국인 의사나 미국인 의사들에 비해 훨씬 느슨했고, 방문지 제한도 덜했다고 말했습니다.

최 씨는 첫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해 봄 다시 북한을 찾았습니다.

최호숙: "재작년 (처음 갔을 때) 3일 동안 병원에 있는 동안 아침, 저녁으로 수술만 했습니다. 병원에 뭐가 필요한지, 환자를 어떻게 돌보는지 보고, 제가 직접 봤고 북측에서 부탁한 것도 있고 해서 작년에 들어갔을 때는 그곳에 정말 필요한 도구 등을 가지고 들어갔습니다. 때문에 환영이 더욱 컸습니다."

이어 지난 해 가을 또다시 방북을 준비했지만 북한 당국이 비자를 내주지 않아 무산됐습니다. 최 씨를 비롯한 밀알선교회 소속 의사들은 앞서 2007년 가을에도 방북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마쳤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방북이 취소됐습니다. 역시 북한 당국의 비자 거부가 이유였습니다.

최호숙: "(북한에) 한 번 간다는 것이 커다란 약속인데, 스케줄도 다 빼놨는데. 맨 처음(재작년) 가을에는 어떤 분들은 이미 베이징으로 갔었습니다. 저는 떠나기 24시간 전에 비자가 안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렇게 되면 너무 실망이 되고, 왜 또 이렇게 해야지 되나 하는 생각이 들죠. 지난 가을에는 다행히도 1주일 전에 (비자가 안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런데 베이징에 가야지만 비자가 나오거든요? 그런데 북측에서 미리 좀 비자가 나오고 확실히 갈 수 있다 하면 좋은데…

방북이 몇 차례 좌절되자 몇몇 의사들은 북한 봉사활동을 포기했습니다. 그러나 최 씨는 오는 5월에도 다시 방북을 계획하고, 그에 앞서 그동안 모아 뒀던 의료장비와 천 등을 컨테이너에 담아 이 달 중 북한으로 보낼 예정입니다.

최호숙: "미국 여러 곳에서 같이 도와서 마이신 등 약과 의료도구가 많이 모아졌습니다. 또 북한 고와원 도와줄 것들, 또 북에서 요청한 천들, 그걸로 환자 가운을 만든다든지 하게 됩니다. 북한에서 필요한 음식은 미국에서 들여가기가 힘든 거 같아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컨테이너 하나가 들어가는 데 7천 달러가 듭니다. 컨테이너 가격만. 우리가 모은 것은 병원에서 기부한 것들입니다."

최호숙 씨는 그동안 유효기간이 약간 지났다는 이유로, 일단 개봉됐다는 이유로, 또는 새로운 것이 들어왔다는 이유로 마구 버려지는 붕대나 수술용 헝겊, 도뇨관 등 의료기구와 장비들을 직접 모았습니다. 물자가 부족해 쓰던 것을 쓰고 또 쓰는 북한에서라면 미국에서 함부로 버려지는 물건들이 매우 긴요하게 쓰일 것을 잘 알기에 버릴 물건들은 다 자신에게 달라고 했습니다.

최 씨는 북한 당국의 신뢰를 얻어 평양 이외 지역의 병원을 다 둘러보고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게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북한에 외부 지원에 대해 조금 더 문을 열어줄 것을 당부한 상태입니다.

최호숙: "의사들은 어디가 아프다고 하면 치료를 합니다. 마찬가지로 북한에서도 어디가 아프다고 하면 미국에서 많이 도와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존심인지 무슨 이윤지 저희가 다 모르니까 도와드릴 수 없는 거 같습니다. 북한에서 조금 더 열려서 필요한 것을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미국에서는 쓰지 않고 버리는 물건이 너무 많은데 그 것을 가져다 드릴 수만 있다면 둘(미-북) 사이가 좋아질 것 같고 화목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산부인과 의사 최호숙 씨의 바람이 올해는 이뤄질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