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세계식량계획, WFP를 통한 대북 식량 지원이 중단된 가운데 민간단체들을 통한 지원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식량 지원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 등을 서지현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진행자: 지난 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이 9개월째에 접어들었는데요. 지금까지 어느 정도의 식량이 북한에 지원됐습니까?

답: 네, 6일 현재 북한에 전달된 식량은 모두 16만9천1백90t인데요, 전체 50만t 가운데 33.8%의 전달이 완료됐습니다. 당초 50만 t 전량을 1년 안에 모두 지원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세계식량계획, WFP를 통해 지원키로 한 40만 t 의 지원이 지난 해 9월 이후 중단되면서 앞으로 지원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까지 민간단체를 통해 지원된 양은 7만4천5백20t이고, WFP를 통해 전달된 양은 9만4천6백70t 입니다. 민간단체를 통해 지원키로 한 10만 t 가운데 74%가 지원 완료된 반면, WFP는 목표 지원 량 가운데 23.6%만 지원됐습니다. 지난 해 11월23일, 올 해 1월8일, 또 1월 말 북한에 도착한 식량이 모두 민간단체들에만 배분이 맡겨졌기 때문입니다. 민간단체들이 배분을 맡은 곳은 자강도와 평안북도, 두 지역 뿐이기 때문에 나머지 지역에는 실제적으로 식량 배분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진행자: 한국어 구사 요원을 둘러싼 미국 정부와 WFP의 협상은 아직 진척이 없는 겁니까.

답: 평양과 양강도, 함경남북도, 황해남북도 등 8개 지역 1백31개 군에서 식량을 배분해 온 WFP는 대부분 지역에서 지원이 중단됐다고 밝혔습니다. WFP와 미국 국무부 측 모두 ‘협의가 계속되고 있다’는 답변을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 CRS가 최근 발행한 ‘대북 지원’(Assistance to North Korea) 보고서에 따르면 WFP를 통한 대북 식량 지원은 지난 2001년 90만 t을 넘은 뒤 지속적으로 감소한 반면, 민간 부문을 통한 지원은 해마다 급속히 늘어 지난 2007년 70만 t에 육박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미국 정부의 대북 지원이 민간단체 쪽으로 많이 기울어진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답: 근본적으로 미국과 북한은 국교가 수립돼 있지 않기 때문에 민간 차원의 지원만이 가능한데요. 미국 측의 모든 지원은 북한의 민간단체 ‘조-미 민간교류협회’(Korea-America Private Exchange Society, KAPES)를 통해 이뤄집니다. 미국 정부가 WFP를 통한 지원보다 민간단체들을 더욱 신뢰하게 된 것은 미국 민간단체들이 그 동안 수십 년에 걸쳐 북한에 조건 없는 지원 활동을 펼쳐 오면서 북한 당국과 주민으로부터 신뢰를 쌓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북한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단체 활동가들은 한국어 구사 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고,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확한 분배 실사, 모니터링 역시 WFP에서 급파된 요원들보다는 훨씬 더 질적으로 정확히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대북 식량 지원 전달을 맡은 민간단체들의 북한 주재 요원 수는 16명인데요. 이 가운데 6명이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WFP의 경우 북한 주재 요원 수는 59명이지만, 오랫동안 북한에서 활동해 온 요원 보다는 순환 근무를 하거나 외부에서 채용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북한 당국, 주민들과의 밀착도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 측이 식량 수혜자와의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한국어 구사 WFP 주재요원의 입국을 더욱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진행자: 북한 당국 역시 미국 민간단체 측에 대해서는 상당히 유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답: 네, 미국의 민간단체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북한 당국이 자신들의 지원 활동에 대해 매우 협조적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스테판 린튼 유진벨 재단 이사장은 지난 해 미국 공영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북한도 사람이 사는 곳이며, 어느 사회나 다른 이들을 도우려는 사람들이 있고, 북한 역시 예외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외국인 활동가들에 대해 매우 친절하게 기꺼이 돕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코네티컷 주 스탬포드에 본부를 두고 지난 1997년부터 대북 지원 활동을 펼쳐 온 단체 ‘아메리케어즈’ 측 역시 ‘조-미 민간교류협회’를 통한 지원에 흡족함을 나타냈습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민간단체 월드 비전의 빅터 슈 북한사업국장도 북한의 지역관리들과 함께 일을 하기가 예전에 비해 훨씬 쉬워졌다며, 특히 민간단체 관계자들이 수혜자들과 직접 대화를 하는 데 북한 관리들이 매우 협조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민간단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미국 정부의 대북 지원에 있어 시사점이 있는데요. WFP를 통한 지원은 ‘점검’이나 ‘감시’에, 민간단체를 통한 지원은 말 그대로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식량을 전달하는 데 한 쪽에서만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원인을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민들, 또 북한 당국과 오랜 시간 마음을 나눠온 민간단체들의 식량 지원이 보다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단순히 한국어 구사요원이 충분히 확보돼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