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문) 미국의 공립 학교중에는 챠터 스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챠터 스쿨이 뭔가 하면, 정부의 돈을 받는 공립 학교이긴 한데, 검증된 개인이나 단체가, 교과과정이나 학교 운영을, 교육위원회의 지시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꾸려나가는 학교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최근 뉴욕시에서 오는 8월에 문을 열 한 챠터 스쿨이 화제죠?

(답) 네, 화제의 학교는 ‘The Hebrew Language Academy’ 라는 이름의 챠터 스쿨입니다. 그런데, 영어로 ‘Hebrew’라 하는 단어는 그 뜻이, 이스라엘 사람이나 이스라엘인들이 쓰는 말, 즉 히브리말을 가리키죠? 그러니까, 이 학교는 글자 그대로, 히브리어를 의무적으로 가르치는 학교입니다.

(문) 미국에서는 중학교에 올라가면, 보통 영어 외에도, 스페인어나 불어 같은 제2외국어를 가르치는데, 그렇다면, 이 ‘헤브루 아카데미’ 같은 챠터 스쿨에서 가르치는 제 2외국어와 일반 학교에서 가르치는 제 2 외국어는 뭐가 다른가요?

(답) 네, 일반 학교에서 가르치는 제 2외국어는 보통 선택 과목입니다. 쉽게 말해, 제2외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만 이 과목을 듣는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번에 화제가 된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히브리어를 배워야 한다는 그런 차이가 있습니다.

(문) 미국에는 이렇게 특정 언어, 예를 들어 중국어나, 아랍어 그리고 불어 같은 것들을 의무적으로 가르치는 학교가 얼마나 있나요?

(답) 네, 전국 공립 챠터 스쿨 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전국에 모두 4천 600개의 챠터 스쿨이 있는데요, 이중에서 113개 챠터 스쿨이 특정 언어나 특정 지역의 문화에 관련된 내용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학교라고 합니다.

(문) 그렇다면, 벌써 미국에는 113개의 학교가 이렇게 특정한 말이나 문화를    의무적으로 가르치고 있다는 말인데, 앞서 말씀 드린 뉴욕의 학교가 특별히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뭔가요?

(답) 네, 원래 이렇게 특정 언어나 문화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학교들이 처음 미국에 등장할 때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어떤 논란인가 하면요, 이번에 기사가 나온 뉴욕의 히브리어 학교를 예를 들어 설명을 해드릴까요? 이스라엘 사람들의 말인 히브리어는, 이들의 종교인 유대교와 아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일 학교에서 히브리 말을 가르치면, 자동적으로 유대교나 유대문화도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가르치게 된다는 그런 말입니다. 바로 이 점이 논쟁이 되고 있는거죠? 제 아무리 챠터 스쿨이라지만 엄연히 공립학교에서, 이 종교를 가르친다는 것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점이죠?

(문) 아무래도 미국에서는 공립학교에서 종교적인 내용을 가르치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겠죠?

(답) 그렇습니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죠? 종교의 자유라 함은 개인이 자유롭게 신앙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의미도 있습니다만, 정교분리 원칙이라고 해서, 종교와 정치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정경분리 원칙을 조금 설명드리면, 주정부나 연방정부는 특정 종교를 편드는 정책을 펼 수가 없고요, 또 종교 교리를 가르치는 기관에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돈을 지원할 수 없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원칙에 따라서, 공립학교에서는 종교를 가르칠 수가 없는 거죠?

BRIDGE

(문) 자, 그렇다면, 이번에 뉴욕에 세워지는 히브리 학교는 그간 되풀이 되어 온 논쟁을 들추어 냈겠군요? 이 챠터 스쿨 설립을 반대하는 사람들, 어떤 주장을 하고 있습니까?

(답) 네, 이런 학교들이 공립학교에서는 종교적인 내용들을 가르치지 말라는,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된다는 주장말고도, 다소 원색적인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뉴욕 대학교, 교육학과의 다이앤 라비치 교수가 이런 부류인데요, 라비치 교수는 미국의 공립 학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있어서, 미국문화가 아닌 다른 문화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라비치 교수는 미국인들은 아이들을 중국인이나 러시아인, 그리스인이나, 한국인이 되는 법을 배우라고 학교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미국의 공립 학교에서는 미국인이 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문) 미국의 공립 학교는 미국인이 되는 것을 가르치는 곳이라는 라비치 교수의 주장, 듣기에 따라서는 아주 도발적인 것 같기도 하군요?

(답) 그렇죠? 미국 유대인 회의의 마크 스턴 위원장도 이에 대해 재밌는 말을 했네요. 스턴 위원장은 만일 이렇게 한 언어를 의무적으로 가르치는 공립 학교들이 계속 출현한다면, 앞으로 미국에서는 여성해방론 학교, 흑인 전용 학교 그리고 그리스 문화 전문 학교 같은 것들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여하튼 반대론자들의 주장의 핵심은 공립학교에서 영어 이외의 언어를 통해서, 특정한 지역의 문화나 종교가 교육된다면, 이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입니다.

(문) 반면에 이런 학교들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겠죠?

(답) 물론입니다. 이런 특수 공립학교들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특정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것이 꼭 종교적인 내용을 가르치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화제가 된 히브리 학교의 사라 버만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은 히브리어를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 유대교를 선전하거나, 또 유대교의 교리를 가르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버만 위원장을 포함한 찬성론자들은 교과과정에서 종교적인 내용을 빼기만 하면, 공립학교에서 종교를 가르치는 것을 금지하는 연방헌법을 어기지 않게 된다는 입장이죠? 이들은 또 공립학교에서 영어 외에도 다른 외국어를 가르친다면, 여러모로 학생들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 여러 논란이 일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히브리어 전문 공립학교, 예정대로 문을 열 수 있을까요?

(답) 그렇습니다. 현재 뉴욕에는 아랍어를 전문으로 하는 공립학교가 있습니다. 아랍어 전문 학교가 있는데, 히브리어 전문 공립학교 설립을 막을 근거는 없겠죠?

(문) 미국은 이민자가 세운 나라로,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려는 노력을 해온 사회인데요? 이런 미국에서도 다른 문화를 포용하려는 노력과, 미국의 고유한 문화를 확립하고 또 이를 가르치려는 노력이 충돌하는 모습이, 이번 뉴욕시의 히브리어 학교 설립 논쟁에서 보이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말하기가 힘들지만, 어찌됐든 미국이 다른 문화에 대해서 대단히 관용적인 것 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김정우 기자, 다음 시간에 뵙죠?

(답)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