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아동권리위원회(UN Committee on the Rights of the Child)가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한 정부가 제출한 아동권 실태보고서에 대해 심의를 가졌습니다. 북한 대표단은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인권유린 문제를 대부분 부인했지만 비교적 성실한 답변으로 눈길을 끌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23일 열린 북한 관련 심의는 북한 정부가 지난해 1월에 제출한 3, 4 차 보고서와 12월에 제출한 추가 보고서를 토대로 북한 내 전반적인 아동인권실태에 대해 심도 깊은 질의가 이뤄졌습니다.

6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심의에는 18명의 유엔아동권리위원들과 북한의 리 철 스위스 주재 대사를 단장으로 한 9명의 북한 대표단이 참석했습니다.

리 철 단장은 기조발언을 통해 “외부세력의 압살책동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한 사업들을 전 국가적, 전 사회적 관심 속에 펼쳐왔다”며 어린이 제일주의 원칙을 고수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유엔아동권리위원들은 비팃 문타폰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여러 인권단체들이 제기한 북한 내 아동 인권유린 실태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북한측의 성실한 답변을 요구했습니다.

위원들은 특히 아동에 대한 노동착취, 학교 내 군사교육, 신분에 따라 차별대우가 심각한 의료혜택문제, 국제사회로부터 받는 인도적 지원의 비 투명성, 그리고 미성년자들에 대한 투옥실태 등을 집중적으로 질문했습니다.

북한 대표단은 그러나 대부분의 지적 내용을 부인하거나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특히 청소년 수감문제에 대해 1960년 소년교화소를 폐쇄한 이후 청소년은 중죄를 저질러도 가정에 머물며 학교에 다닐 뿐 성인 수감시설에 수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12월 북한측 보고서에 대한 반박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하고 이번 회의에도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한 한국의 북한인권시민연합과 아시아인권센터 관계자들은 북한측 답변이 예상대로 실망스러웠지만 신중하고 성실한 답변자세는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이사를 맡고 있는 원재천 한동대 법률대학원 교수는 23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치적 부담이 덜한 아동권리회의가 전반적인 북한인권문제의 고리를 푸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자기의 법 조항을 예로 들면서 설명하는 분위기가 회의가 겉돌지 않고 화두의 중심 틀 안에 많이 들어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동권 문제는 어떻게 보면 북한과 국제사회간에 좋은 연결 즉 시작의 고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북한 정부는 이날 심의에서 일부 법률의 개선의지를 밝히고 지난달 제출한 추가보고서에서 유엔이 지적한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들과 고아들의 연령별 통계자료를 공개하는 등 과거보다 진전된 자세를 보였습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이날 지적된 주요내용과 우려, 권고 사항 등을 담은 최종견해를 31일쯤 일반에 공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