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도심 한 복판에서 저명한 인권 변호사와 반정부 성향의 신문사 기자가 무장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러시아 인권단체들은 정부 비판을 원천 봉쇄하려는 계획된 범죄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이연철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 보겠습니다.

진행자 = 먼저 지난 러시아에서 19일 발생한 총격 살해 사건부터 정리해 주시죠?

이= 네, 현지시간으로19일 오후 2시쯤, 크렘린에서 불과 1킬로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모스크바 중심가 프레치스텐카 거리에서, 올해 34살인 러시아의 저명한 인권변호사인 스타니슬라프 마르켈로프 변호사가

무장괴한의 총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또한, 러시아의 반정부 성향의 신문인 노바타 가제타 신문의 바부로바 기자도 현장에 있다가 함께 변을 당했는데요,  바부로바 기자는 마르켈로프 변호사의 기자회견을 취재한 뒤 함께 거리로 나섰다가 총격을 당한 마르켈로프 변호사를 돕는 과정에서 범인이 쏜 총에 머리를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곧바로 사망했습니다. 범인은 두 사람을 살해한 뒤 도주했습니다. 

진행자 = 러시아 수도인 모스크바 도심에서, 그것도 백주대낮에 이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상당히 충격적인데요, 이번 사건이 계획된 범행이 명백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구요?

이= 네, 범인이 복면을 쓰고 소음 장치가 달린 권총으로 공격한 것으로 미뤄 볼 때, 마르켈로프 변호사의 활동에 반감을 가진 세력이 조직적 계획적으로 저지른  범행이 분명하다는 것이 러시아 인권단체들의 주장입니다.

이번에 피살당한 마르켈로프 변호사는 러시아로부터의 독립을 모색하는 체첸 자치공화국의 인권을 옹호하는 활동을 해왔는데요, 특히, 지난 2000년 체첸 전쟁 당시 러시아 군 대령 유리 부다노프에게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된 한 체첸 여성의 유가족들을 도와 법정 싸움을 벌여 왔습니다.  

마르켈로프 변호사는 10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부다노프 대령이 지난 주에 조기 가석방된 것에 항의해 국제 법정에 제소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이날도 이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총격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 러시아에서 이처럼 반체제 인사나 언론인들이 살해당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이= 그렇습니다.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이 출범한 지난 2000년 이후 수 많은 반체제 인사들과 인권운동가, 언론인들이 이번 사건처럼 의문의 살해를 당한 것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국제 언론자유 단체인 국경없는 기자들은 지난 2000년 이후 러시아에서 살해당한 언론인만 21명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러시아 군이 체첸에서 자행한 고문과 인권 유린 행위를 취재하던 여기자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 기자가 2006년 청부 살해된 사건입니다. 러시아 정부는 아직도 실제로 총을 쏜 범인을 검거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러시아 정부가 범인의 도피를 방조하거나 부추긴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진상조사나 범인검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러시아 정부가 이 같은 사건들의 배후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진행자 = 그 같은 의혹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정부는 오히려 반정부 세력 통제에 열중하고 있다면서요?

이= 네, 최근 러시아 정부는 외국 기자와 만나기만 해도 최고 20년 형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등 반역죄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노바야 가제타 신문의 나데즈다 프로센코바 대변인은 러시아 지도자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 워치의 레프 포노마레프 모스크바 사무소 대표는

그 같은 공포 때문에 러시아 인권단체나 반정부 세력이 정부에 저항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구요?

 이= 그렇습니다. 피살 현장인 프리체스첸카 거리에는 인권단체 회원과 야권 운동가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두 사람의 피살 소식이 전해지자 체첸공화국의 수도 그로즈니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수 천명의 시위대가 러시아 당국에 철저한 수사와 함께 범인 조기 검거를 비롯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습니다. 시위 과정에서 시위대 30명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습니다.

유럽 연합 의장국인 체코는 즉각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를 러시아 당국에 촉구했습니다. 모스크바 주재 프랑스 대사관은 러시아 국민들이 인권과 언론 자유 옹호를 위해 날마다 비싼 대가를 치루고 있다고 지적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국경없는 기자들도 웹사이트에서 올린 성명에서 조속한 범인 검거를 촉구했습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날이나 휴먼라이츠워치 같은 국제인권단체들도 마르켈로프 변호사가 인권을 지키기 위해 용기있는 행동을 하다가 희생됐다며 이런 끔찍한 범죄는 러시아의 수치일 수 밖에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대검찰청 산하 사건조사위원회에 수사를 맡기고 용의자 색출 작업에 나섰지만, 아직도 아무런 사건 해결의 실마리도 잡지 못한 상태입니다.

 진행자 = 지금까지 이연철 기자와 함께 러시아에서 인권변호사와 기자가 피살당한 것과 관련한 소식 자세히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