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장기적인 영양실조 문제로 인민군대의 징집대상 청소년들 가운데 부적격자들이 늘어날 전망이란 소식을 21일 전해드렸죠. 미국의 국가정보위원회(NIC) 가 지난달 일반에 공개한 국가별 주요의료관련 보고서에서 밝힌 내용인데요. 

NIC는 특히 북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지적 장애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는데요.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이 인터뷰한 북한 전문가들은 영양실조로 인한 건강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NIC가 추산한 규모는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우선 NIC가 발표한 보고서 내용의 북한 관련 주요 내용부터 다시 한번 살펴볼까요?

답: 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는 1990년대 북한의 대기근 이후 주민들의 영양실조가 장기화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어린이의 절반이상이 발육중단과 저체중 상태고, 청소년 3명 가운데 2명이 영양실조나 빈혈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신체적 문제뿐 아니라 정신적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올해부터 2013년 까지 잠재적 징집대상의 17%-29% 가 영양실조에 따른 지적 능력 결핍으로 군 생활 부적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문: 이런 분석이 나온 배경에는 어떤 이유가 있습니까?

답: 1990년대 초에 태어나 북한에서 가장 식량 사정이 어려웠던 고난의 행군 시절을 거친 세대가 이제 군대에 입대할 나이가 됐기 때문에 이런 분석이 나오는 것인데요. 고난의 행군 시절 아사자 규모에 대해 정부와 민간단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정부기관들은 수 십만 명, 탈북자들과 인권단체들은 2-3백만 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양측의 공통된 지적은 이 시기에 가장 많이 숨진 대상이 영 유아와 어린이, 그리고 노인들이란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징집대상 청소년들의 규모가 다른 연령대 보다 숫자가 적고 한창 영양섭취가 필요할 유년기에 고난의 행군을 거쳐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얘깁니다.

문: 징집대상의 17-29% 가 지적 장애를 갖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인 것 같은데요. 전문가들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답: 영양실조의 장기화가 신체적 정신적 타격을 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국가정보위원회의 추산 규모는 과장된 게 아니냐는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워싱턴에 있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 박사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인류가 겪은 역사적 배경을 예로 들며 다른 견해를 밝혔습니다.

놀랜드 박사는 인류가 지난 1만년 동안 영양 섭취를 제대로 못했지만 시민사회를 구성하지 못하는 적정 수준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만성적인 영양실조로 북한 주민들의 건강상태가 심각한 수준인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정신장애로 군대생활을 못하는 규모가 17-29% 가 될 수 있다는 추산은 너무 멀리 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내 여러 지역을 돌며 결핵퇴치에 주력하고 있는 유진벨 재단의 스티브 린튼 회장 역시 비슷한 견해를 보였습니다.
" 북한 사람들은 상당히 강합니다. 물론 영양실조에 대한 우려가 있고 절대 방심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렇게 까지 심하지는 않다고 보고,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문: 지적 장애에 대한 기준이 참 모호한데요. 전문가들은 어떻게 얘기합니까?

답: 아기와 어린이들이 성장에 꼭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 등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할 경우 다양한 정신적 신체적 문제가 발생하는데요. 특히 지능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놀랜드 박사는 지적합니다.

겉으로는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지적으로 부족해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힘든 경우가 흔하다는 얘기인데요. 현대 의학계에서는 그러나 주위에서 신경을 쓰고 작은 도움을 주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먹고 살기 바쁜 북한 사회에서는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없기 때문에 병을 더 키울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문: 김영권 기자, 군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군인들의 전반적인 건강문제가 심각해 전투력까지 저하될 정도라면 심각한 것 아닌가요?

답: 네, 사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가 지적한 내용은 이미 한국의 대북 관측통들을 통해 여러 번 제기됐던 문제입니다. 한국의 관측통들은 정부 자료를 인용해 남한 군인들의 평균 키와 체중은 2007년 기준으로 신장 174 cm, 몸무게는 68 kg 정도인데 비해서 북한 병사들은 키 160cm, 몸무게 49kg 정도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상당한 차이죠. 북한 군 당국은 이런 신체 문제 때문에 군 입대에 필요한 최저 기준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예전에는 신장 148cm에 몸무게 48kg 이상이 돼야 군에 입대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신장 148 cm 이하, 체중 43 kg 이하도 질병이 없으면 모두 입대하고 있다고 대북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군대 동원부 간부들은 군대에 가서 더 성장하면 된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문: 이런 영양실조 등 열악한 건강 문제 때문에 북한 군인들의 전투력과 정부에 대한 충성심도 약화되고 있다고 미국의 국가정보위원회가 지적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현상들이 나타나는 건가요?

답: 몸이 약하니까 훈련을 제대로 받을 수 없고 이는 전투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얘기구요. 고난의 행군 시절 가족이나 이웃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충성도가 당연히 약화된다는 지적입니다. 2000년 북한 공군 대위로 전역한 후 2006년까지 함경남도 모 부대에서 군무원으로 활동했던 탈북자 박명호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 (충성심이) 형편없이 약해졌죠.  말로 못할 정도죠. 저희들이 군대에 입대할 때만해도 그래도 정치적 열의, 조국통일에 대한 긍지와 사명감. 그런 게 실제로 있었다구요. 지금은 그런 것 전혀 찾아볼 수 없구, 정 못사는 사람은 숟가락 하나 덜기 위해 자식을 군대에 내보내고, 먹고 살 만한 집은 군대에 보내길 기피하려 하고 배고픔에 10년 동안 허덕여야 하니까 그런 국가에 대한 열의가 다 없어지구 말죠."

문: 그런 문제 때문에 요즘 인민군대를 영양실조군대의 줄임말로 '영실군', 강한 영양실조군대의 줄임말로 '강영실' 이라고 한다는 얘기가 있던데 .심각한 것 같군요. 자 그런데 NIC 보고서가 어린이와 청소년의 이런 열악한 의료문제가 앞으로 남북통일에도 큰 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전문가들은 어떻게 얘기합니까?

답: 네, 우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만 미리 준비를 하고 예방을 하면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내 북한 출신 지식인들의 단체인 NK 지식인연대의 현인애 공동대표는 북한의 영양실조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문제가 심각한 노동력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 앞으로 북한이 바라볼 것이 노동력뿐이잖아요. 노동력도 육체와 정신이 준비된, 더구나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요구하는 노동력의 질이 높지 않습니까? 우리 NK 지식인연대도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요. 앞으로 통일된 다음에 노동력 자체도 질이 훨씬 떨어지는 사람들이 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섬짓하다구요."

하지만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놀란드 박사는 한국과 국제사회가 최소한의 영양섭취에 필요한 지원만 착실히 해도 통일시대에 직면할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놀란드 박사는 기본적인 공중보건과 필수약품 등 기초적인 의료 지원을 통해 적지 않은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도 정치적 상황에 구애받지 말고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진벨 재단의 린튼 회장은 예비의료지원에 대한 외부의 설계와 북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잘 맞물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예비 의료 지원이 중요합니다. 다만 그 사업의 설계가 잘 되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지역사회에서 지원을 받고 지역사회 사람들을 위해서 건강관리를 더 확실하게 하느냐는 설계가 중요하구요. 북측에서도 그런 예방, 의료사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실히 느껴야 외부에서 그런 사업을 추진할 수가 있죠."

그러니까 외부에서 북한 의료 실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보다 세심한 인도적 지원계획을 실행에 옮기며 북한 정부를 잘 설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