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이 자리에 김정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문) 기독교 성경의 누가 복음서에 보면 영어로는 ‘good Samaritan’, 즉 ‘착한 사마리아인’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이스라엘에서 강도를 만난 사람이 길에 쓰러져 있었는데, 유대인들이나 성직자들은 이 사람을 보고도 모른 체 지나갔지만, 당시 유대사회에서 천대를 받던 사마리아 인은 이 강도 피해자를 도와준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착한 사마리아인의 예화를 본 따서 미국에는 ‘good Samaritan’, ‘착한 사마리아인’이란 법이 있는데요, 최근 캘리포니아 주에서 이 법이 논란이 되고 있더군요?

(답) 네, 먼저 이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뭔지 설명해 드릴께요? 가령 어떤 비상 사고가 났을 때, 예를 들면 교통사고가 나거나, 아니면 사람이 병 때문에 길거리에 쓰러졌을 때, 사건 현장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돕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죠?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도움을 받던 사람이 예기치 않게 부상당하거나 사망했을 때, 도움을 준 사람을 처벌하거나 아니면 이 사람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막는 법이 바로 ‘착한 사마리아인 법’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에서 이 ‘착한 사마리아인 법’과 관련해 흥미로운 판결을 내렸습니다. 바로 알렉산드라 반 혼 씨와 리사 토티 씨의 법적 분쟁에 관한 판결인데요,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지난 2004년에 알렉산드라 반 혼 씨와 리사 토티 씨는 같은 공장의 동료들과 함께 연회장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반 혼 씨가 탄 차가 사고가 났는데요, 다른 차에 타고 있던 리사 토티 씨가, 사고가 난 현장에서 차 안에 갇혀 있던 반 혼 씨를 끌어냈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반 혼 씨가 부상을 당해, 하반신을 쓰지 못하게 됩니다. 이후에 반 혼 씨 측은 토티 씨가 자신을 구하는 와중에 부상을 입어, 반신불수가 됐다는 이유를 들어, 토티 씨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고요,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은 4대 3으로 리사 토티 씨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죠. 

(문) ‘착한 사마리아인 법’에 의하면, 반 혼 씨를 구하려고 한 토티 씨의 행동에는 어떤 책임도 따르지 않는 것 아닌가요?

(답) 이게 좀 복잡한 문제입니다. 지난1980년에 제정된 캘리포니아주의 ‘착한 사마리아인 법’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선한 의도로, 긴급한 상황에서 응급 조치를 취한 사람은, 이 도움 때문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규정으로 보면, 이 토티 씨의 행동에는 문제가 없는거죠? 그런데, 7명의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 판사 중 4명이 다수 의견으로 이 규정에 대해 또 다른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어떤 해석이냐면, 비상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의 책임이 면제되는 경우는 의료적인 도움을 주는 경우에만 해당된다는 해석입니다. 토티 씨가 차 안에 갇힌 반 혼 씨를 끌어낸 것은 의료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반 혼 씨가 반신불수가 된 것은 토티 씨 책임이라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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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사고가 나 차 안에 갇힌 동료를, 우선 급한 상황에서 좋은 의도로 끌어냈던 토티 씨, 이런 법 규정을 자세하게 알지도 못했을텐데, 좀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

(답) 주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뒤 토티 씨 측 변호인인 조디 스타인버그 씨는 이번 판결에 아주 실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스타인버그 씨는 또,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앞으로 지진 같은 자연재해가 날 수도 있는데,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나중에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누가 어려움에 처한 다른 사람들을 돕겠냐고 반문했습니다.

(문)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대한 찬반 양론도 날카롭게 대립할 것 같군요.

(답) 물론입니다. 먼저 이번 판결에 소수 의견을 낸 법관들의 생각을 살펴볼까요? 소수 의견을 낸 마빈 박스터 판사는 물에 빠진 사람을 끌어내거나 다친 등산객을 안전한 장소로 옮긴 사람들에게는 법적 책임을 물으면서,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의료적 도움을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에, 이번 판결은 논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런 얘기죠? 한 사람이 물에 빠졌는데요, 누군가가 물에 들어가 물에 빠진 사람을 끌어냈습니다. 그리고 또 물 밖에서는 다른 사람이 익사 직전까지 갔던 사람에게 응급처치를 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때 만일 물에서 꺼내지는 과정과 응급처치를 하는 과정에서 모두 문제가 생겨 이 사람이 부상을 입었다면, 진행자께서는 누구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문) 이번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의 판결을 따른다면, 물에 뛰어들어가 구해준 사람은 물에서 꺼내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상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겠고, 반면에 물 밖에서 응급처치를 하다 부상을 입힌 사람은 법적으로 책임이 없겠죠?

(답)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앞에서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의 해석에 따라, 이 ‘착한 사마리아인 법’은 의료행위에만 적용되기 때문입니다.박스터 판사는 이런 이유 때문에 이번 판결이 문제가 많은 판결이란 주장을 했습니다.

(문) 하지만, 이번 판결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죠?

(답) 남가주 대학교 법과 대학의 마이클 샤피로 교수는 이 ‘착한 사마리아인 법’은 누군가를 돕더라도 부주의하게 아무렇게나 돕는 행위까지 보호하지는 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한마디로 남을 돕는 건 좋은 데, 돕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나중에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니까, 자신이 없으면, 전문가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그런 얘기입니다.

(문) ‘착한 사마리아인 법’, 이름이나 그 의도는 참 좋은데, 그 이면에 있는 법적인 세부 규정은 참 고려할 게 많은 법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