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가 14일 연례 세계 인권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단체는 보고서에서 북한 내 인권 상황은 여전히 열악하다며, 특히 중국 내 탈북자와 북한 안팎의 노동자들이 여러 종류의 인권 침해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가 14일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5백64쪽 분량의 19차 연례 세계 인권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단체는 전세계90여개국의 지난 해 인권 실태를 분석한 이 보고서에서, 북한에서는 정치적 활동과 자치적 노동조합, 언론, 종교, 시민사회 등 전반적인 자유가 구속 당하는 등 인권 상황이 심각하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지난 해 북한에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와 같은 전국적인 기아 사태는 재발하지 않았지만 식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소외계층은 굶주림으로 고통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북송이 계속되고 있다며, 중국 당국은 베이징 올림픽 준비와 행사기간 중에도 연변에서 많은 탈북자를 체포해 북한으로 강제송환했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탈북자가 많이 거주하던 중국 내 일부 마을에서는 체포, 탈북자들의 제3국행 탈출이 가속화되면서 이제는 소수만 남게 됐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보고서의 북한 부분을 작성한 케이 석 북한 담당 연구원은 지난 해 북한 안팎에 여러 변화들이 있었지만 인권 상황은 여전히 열악한 것이 특징 아닌 특징이라고 말했습니다.

“2008년 한 해 동안 여러 가지 일이 많았습니다. 남북한 간에 이산가족 상봉도 중단되고 한국이 북한으로 매년 50 만t 정도 보내던 인도적 지원도 끊어졌고요. 그런 여러 가지 이슈가 있었지만 크게 봤을 때 이런 심각한 인권 문제들이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나아지는 기미가 없다는 것을 결론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고서는 이어 개성공단과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이 이주와 표현, 결사, 단체교섭의 권리 등을 누리지 못한 채 감시를 받고 있으며 임금의 상당 부분이 정부나 알선업자들에게 넘어가는 등 노동기준이 국제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휴먼 라이츠 워치의 연례보고서는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지적하며, 그의 건강 악화가 사실이라면 이는 북한의 통치와 인권 문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네스 로스 사무국장은 미국의 바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가 인권 문제를 북한과의 협상테이블에 계속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로스 국장은 부시 행정부가 대북정책에서 핵과 인권을 분리해 추진한 것은 실책이었다며, 오마바 행정부는 장기적 차원에서 북한 내 인권 상황 개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로스 국장은 그런 차원에서 미국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에서 인권 문제를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휴먼 라이츠 워치는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과 함께 인권 측면에서 지난 10여년 동안 실추됐던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며, 새 행정부는 인권 문제를 핵심과제로 삼고 보다 분명한 비전과 전략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