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의 제3국행을 지원한다는 명분 아래 일부 한국인 중개인들이 탈북자들을 상대로 저지르는 범법 행위에 대해 한국 정부가 강력히 대응할 방침임을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의 이번 방침은 최근 한국인 탈북 브로커가 탈북 10대 소녀를 성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인데요, 그동안 일부 탈북 중개인들이 탈북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탈북자들의 인권을 유린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최근 탈북자 실태조사를 위해 동남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5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탈북한 16살 소녀가 한국인 탈북 중개인에게 보름 간 구금된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박선영 의원에 따르면 이 소녀는 한국에 오기 위해 중국을 거쳐 동남아의 한 국가에 어렵게 도착해 다른 탈북자들과 함께 중개인 A씨를 만났습니다.

A씨는 다른 탈북자들을 한국대사관에 보냈지만 탈북 소녀의 경우 "미국으로 보내주겠다"고 유인한 뒤 성폭행을 했습니다.

이 탈북 소녀는 A씨가 출장 간 사이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중국의 지인에게 자신의 사연을 담은 전자우편을 보냈고, 중국에서 자신을 돌봐주던 탈북 중개인이 이 소식을 듣고 해당국가까지 달려와 이 소녀를 대사관에 인도했습니다.

박 의원은 "탈북 소녀가 정신적인 충격 때문에 손톱을 물어뜯어 왼쪽 손가락의 손톱이 모두 없어진 상태였다"며 "현재 정부가 A씨를 미성년자 성폭행 등의 혐의로 고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손톱을 물어뜯어 생살만 남아있을 정도로 현재 이 소녀는 심적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있습니다. 말만 시키면 제가 말을 시킬 수가 없을 정도였구요. 경찰과 검찰에 관련 사건을 보내 경찰에선 현재 담당자가 정해졌고 검찰은 특수부에 넘어가서 아마 곧 수사가 개시되리라고 봅니다."

박 의원은 이어 "탈북 과정에서 강제북송된 소녀의 어머니를 만나기 전까지 탈북 소녀를 보살필 생각"이라며 "이 소녀는 1월 중순경 한국으로 입국해 심리 상담 등 의료 지원을 먼저 받고 하나원에 입소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탈북자들의 제 3국행을 주선하는 일부 중개인들의 범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외교통상부 문태영 대변인입니다.

"그런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정부는 최근 탈북 브로커에 의한 인권유린 행위와 일탈 행위에 강력히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을 협의 검토 중에 있습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탈북자들의 증언 등을 통해 인권유린 실태가 간접적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으로 정황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인권유린 행위에 해당하는 이 같은 사안에 대해 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조만간 외교부와 통일부, 국정원 등 관련기관 당국자들 간의 협의를 통해 관련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이전엔 탈북자 신병을 인도받으면 문제삼지 않았던 탈북 중개인의 비행 여부도 조사하는 한편 과거의 유사사례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사실 파악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한 탈북자들이 체류하는 해외공관을 통해 확인된 중개인들의 범죄 첩보를 수사 기관에 알리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탈북자들에게 과도한 중개비용을 요구해 온 탈북 중개인들의 횡포에 대해선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탈북자 체류국과의 관계와 남북관계 등을 감안해 탈북자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개인들이 정부를 대신해 일정 부분 역할을 해온 점을 무시할 수 없어 탈북 중개인들의 중개비 횡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아 왔습니다.

정부 당국자는 탈북 중개 비용과 관련해 "초기 정착지원금을 줄이는 등 부작용 발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탈북 중개 비용에 대해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게 어렵다고 판단해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왔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지원 단체 관계자들은 탈북자들이 동남아 일대의 한국 공관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탈북 중개인의 범법 행위를 막을 조치들이 조속히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영환 조사연구팀장은 "일부 탈북 브로커의 일탈 행위는 공공연히 알려졌던 것"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한 처벌이 엄정하게 이뤄져 선의의 인권 운동가들까지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선의로 도와주려는 이들이 악행을 하는 사례들에 대해 정보를 입수해 관계 기관들에 고발 조치도 하고 엄정하게 처벌해달라고 요청해왔지만 제대로 처리가 안됐습니다. 조사와 처벌은 강하게 이뤄져야 하되 탈북자들을 돕는 다른 활동가들이 한꺼번에 매도가 되는 구조가 안되도록 했으면 합니다."

탈북자 정착을 돕고 있는 한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탈북 과정에서 겪은 인권 유린 실태를 신고하기를 꺼리고 있다"며 "이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보다 실질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