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엿새 후면 어느덧 새해를 맞게 되는데요,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지난 주부터 2008년 한 해 주요 북한 관련 뉴스를 정리하는 연말특집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덟 번째 마지막 순서로 북한 스포츠를 살펴봅니다.이연철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2008년은 북한 스포츠가 국제무대에서 그 어느 때 보다 큰 성과를 거둔 한 해였습니다.

북한은 8월, 인접국이자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중국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 등 모두 6개 메달을 따냈습니다.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16년 만에 가장 좋은 성적입니다.

특히,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던 북한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2개나 따냈습니다.

그러나, 출발은 좋지 않았습니다. 금메달이 유력했던 여자 유도의 계순희를 비롯해 북한의 메달 유망주들이 대회 초반에 줄줄이 예선 탈락하면서,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역시 금메달을 따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여자 역도 63kg급에 출전한 박현숙이 북한에 12년 만의 첫 금메달을 안겼습니다. 누구도 예상 못한 금메달이었습니다.

" 솔직히 말해서 저 자신도 일등을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인상에서 1위를 기록한 카자흐스탄 선수에게 4kg이나 뒤진 박현숙은 용상에서 역전을 노리며 가장 무거운 135kg에 도전했습니다. 1, 2 차 시기에서 모두 실패해 메달권에서 멀어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성공하면서 1kg 차이의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궈냈습니다.

"제가 첫 번째 두 번째 다 못 들었지만, 마지막 기회가 남았을 때 우리 위대한 장군님께서 저의 경기를 지켜보신다는 생각으로 마지막 순간을 들었습니다."

북한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긴 여자 체조 도마의 홍은정도 당초 금메달 후보는 아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회 연속 우승한 중국의 청페이를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았습니다. 그러나, 홍은정은 결선에서 높은 점프에 이은 고난도 회전연기와 안정적인 착지에 성공하면서 청페이를 제치고 깜짝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이밖에 유도 여자 52kg급의 안금애가 은메달을 따냈고, 남자 유도 66kg급의 박철민과 여자 유도 63kg급의 원옥임, 그리고 여자 역도 58kg급의 오정애가 동메달을 보탰습니다.

올해는 또 북한 여자축구가 세계 정상급 수준임을 확인한 한 해였습니다.

북한은 지난 11월 뉴질랜드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 FIFA 17살 이하 여자 월드컵 대회에서 세계 최강인 미국을 연장 접전 끝에 2-1로 물리치고 우승했습니다.

FIFA는 북한이 상당한 재능을 가진 선수들을 많이 육성해 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하면서, 이제 북한이 여자축구에서 미국과 독일, 브라질 정도만 포함될 수 있었던 축구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은 이어 남미 칠레에서 열린 20살 이하 여자월드컵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지난 대회 우승국이었던 북한은 비록 결승전에서 미국에 1-2로 패해 대회 2연패의 꿈이 무산됐지만, 올해 열린 청소년 월드컵대회에서 잇따라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고 있음을 전세계에 과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오랫동안 미국과 북한이 여자축구 정상을 놓고 다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17살 이하 월드컵에서 북한과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미국의 카즈 탬비 감독은 북한 선수들의 기량을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탬비 감독은 북한선수들은 상대방을 압박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공을 다루는 기술도 훌륭하다며 우승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FIFA세계랭킹 5위에 올라있는 북한 여자 성인 축구대표팀은 올해 아시안컵 대회에서 중국을 2-1로 물리치고 우승했습니다. 아시아축구연맹은 북한을 올해의 여자축구팀으로 선정했고, 김광민 감독은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북한 남자축구도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위한 아시아 최종예선전에 진출해 44년 만의 월드컵 본선 무대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북한의 여자 권투선수 김향옥이 세계 여자권투 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여자 마라토너 김금옥은 아시아 마라톤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 북한은 또 동아시아 유도선수권대회에서도 2개의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그러나, 올해 북한 스포츠에 좋은 소식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50미터 권총에서 은메달, 10미터 공기권총에서 동메달을 따냈던 김정수가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지젤 데이비스 대변인은 김정수의 소변 샘플에서 금지약물인 프로프라놀롤 양성반응이 나왔다며, 그에 따라 메달은 무효가 됐고 올림픽 출전 자격도 박탈됐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수는 구심환이라는 한약을 먹었다고 해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북한은

메달을 딴 선수 가운데 금지약물 복용이 드러나 메달을 박탈당한 첫 번째 나라로 기록되는 오점을 남겼습니다.

한편, 북한은 올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국제대회에서 9차례 계속돼 온 남북한 공동입장을 거부했습니다.

올림픽 개막 직전까지도 중재 노력을 펼쳤던 국제올림픽위원회 IOC의 자크 로게 위원장은 결국 남북한이 따로 입장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남북한 공동입장이 정치적 문제로 무산돼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또한, 올해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 규정에 따라 북한에서 열리게 돼 있던 한국과의 두 차례 경기를 모두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하는 등 남북 간 체육교류를 외면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북한은 올해 올림픽과 여자 청소년 축구대회 등을 통해 세대교체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앞으로도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폐쇄적인 훈련방식을 버리고 국제무대에 적극 진출해 경험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