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최근 외무성이 비밀을 해제한 외교문서에서 사토 에이사쿠 일본 총리가 1960년대 재임 시절 중국과 전쟁이 벌어질 경우 미국이 핵무기로 보복해줄 것을 요청한 내용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도쿄 현지를 연결해 자세한 소식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우선 일본 외무성이 공개한 외교문서 내용부터 소개해주시죠.

일본 외무성은 최근 1945년부터 1976년까지의 외교문서 약 11만 2천 쪽을 공개했는데요, 그 안에는 1965년1월 총리 취임 직후 미국을 방문한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가 로버트 맥나마라 당시 미국 국방장관에게 "중국과 전쟁이 벌어지면 미국이 즉시 핵 보복을 실시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일본이 미국 정부에 대해 `핵 우산의 보장'을 요청한 적은 있지만 핵무기를 먼저 사용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 알려진 것은 처음입니다.

사토 총리는 또 당시 존슨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1964년 10월 중국이 실시한 핵실험을 염두에 두고, 일본에 대한 '핵 보호'의 확답을 요구했고, 존슨 대통령으로부터 "보증한다"고 하는 답변을 얻어냈습니다. 또 사토 총리는 "핵무기를 일본으로 반입하려면 안보조약상 어려움이 있으니 핵 탑재 함선을 이용하면 되지 않으냐"면서 함선의 일본 진입을 용인하겠다는 뜻도 시사했습니다.

진행자: 일본의 사토 총리라고 하면 핵 보유와 반입, 제조를 금지한다는 이른바 '비핵 3원칙'을 주창한 공로로 1974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사람인데요, 그런 사람이 핵무기 사용을 미국에 요청했다는 게 뜻밖인데요.

그렇습니다. 사토 총리는 미국에 핵무기 사용을 요청한 회담 2년 뒤에 "일본은 핵무기를 보유하지도 않고, 제조하지도 않으며, 반입도 않는다"는 이른바 비핵 3원칙을 밝혀 국제적인 평가를 높인 뒤 197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인물입니다. 전후 일본에서 최장 기간 총리를 지낸 정치가이기도 합니다.

그런 사토 총리가 미국에 핵무기 사용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일본에선 "사토 총리가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였다"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습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피폭 피해자 유족들과 평화단체들은 "겉으로는 비핵 3원칙을 주창하면서, 속으로는 핵 반입을 묵인했다"거나 "노벨평화상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성토하면서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폭탄의 피해를 입은 피폭 당사국이란 입장에서 핵 문제에 대해선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인데요, 사실 최근 북한에 대해 핵 폐기와 납치 문제 등을 이유로 제재를 지속해오고 있고 것도 그 같은 배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에는 1970년대 일본이 유엔에서의 남북한 교차승인 안을 제시했다는 내용도 있다지요.

그렇습니다. 1975년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유엔총회에서 중국과 옛 소련이 남한을 승인하고, 미국과 일본이 북한을 승인하는 이른바 '교차승인'을 제안하기 2년 전부터 일본도 그 같은 구상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날 공개된 외교 문서에 따르면 1973년 다나카 가쿠에이 당시 일본 총리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준비한 총리 발언 요령에서 그 같은 남북한 교차승인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진행자: 조금 다른 얘기인데요, 다음 달 중에 일본의 아소 다로 총리가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구요.

예, 아소 다로 일본 총리가 다음 달 10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한국 방문을 하는 방향으로 양국 간에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는 두 나라 정상이 매년 한 차례씩 서로 상대국을 방문하는 이른바 '셔틀 외교'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데요, 아소 총리는 이 때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과 북한 핵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과 일본 간 셔틀 정상외교는 지난 2월 후쿠다 야스오 당시 일본 총리가 취임식 참석차 방한한 자리에서 가진 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재개키로 결정됐고,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지난 해 4월에 일본을 방문했었습니다.하지만 이후 후쿠다 전 총리가 사퇴하고, 아소 총리가 취임하는 등 일본 내 정치 일정이 복잡해지면서 일본 총리의 방한은 계속 미뤄졌었는데요, 내년 1월에 아소 총리가 방한을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