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2주 후면 어느덧 새해를 맞게 되는데요,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오늘부터 2008년 한 해 주요 북한 관련 뉴스를 정리하는 연말특집을 보내드립니다. 여덟 차례로 나눠 보내드리는 연말특집,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 바락 오바마의 당선과 함께 앞으로 예상되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살펴봅니다. 손지흔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2008년 11월 4일. 2백32년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 올해 47살의 바락 오바마 일리노이 주 출신 연방 상원의원이 희망과 변화의 메시지로 이라크 전쟁 등 부시 행정부의 대내외 정책에 실망한 미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입니다.

오바마 당선자는 당선이 확정된 직후 수락연설에서, "오랜 시간이 걸려 여기까지 왔다"며, "이제 미국의 변화가 시작됐다"고 선언했습니다.

오바마의 당선으로 미국에서는 8년 만에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지게 됩니다. 오바마 당선자에게는 경제위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북 핵 문제 등 취임 초부터 신속한 대처를 요하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당선자는 실용주의자로,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오바마 당선자는 북 핵 6자회담의 유용성을 인정하면서도 미-북 간 직접대화를 강조해왔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날 용의도 밝힌 바 있습니다.

오바마 당선자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진행 중이던 지난 해 7월 열린 토론에서 "대통령이 되면 집권 첫 해에 북한이나 이란, 시리아, 쿠바, 베네수엘라의 지도자들을 조건 없이 만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만날 용의가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오바마 당선자는 특정 "나라들과 대화하지 않는 것이 그 나라들에 대한 처벌이라는 부시 행정부의 외교 원칙은 터무니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조지 부시 현 행정부가 집권 1기 때 북한을 "악의 축 (axis of evil)"으로 지목하고 대화를 완전히 끊은 결과 북한이 핵 능력을 더욱 키웠다는 게 오바마 당선자의 주장입니다. 오바마 당선자는 이런 맥락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문제 있는 사람"으로 평가하면서도 "그와 대화하는 것은 전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실용적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서는 조셉 바이든 부통령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는 미 의회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외교안보 전문가로, 그동안 미-한 동맹관계와 북한 핵 등 한반도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북한 방문도 여러 차례 시도한 바 있는 지한파인 바이든 당선자는 오바마 당선자와 마찬가지로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압박 보다는 직접대화를 강조해왔습니다.

바이든 당선자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과 한국, 러시아 등, 다른 모든 6자회담 당사국들은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하도록 비공식적으로 장려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직접대화를 강조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에 북한도 내심 큰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라고 미국 내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최근 베이징 6자회담에서 북한이 핵 검증 합의를 거부한 것도 오바마 행정부와의 보다 유리한 협상을 위해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고위급 특사를 파견하거나,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미-북 간 주요 현안들을 한꺼번에 일괄타결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실제로 미국 측과 협상을 하려 할 경우 오바마 행정부가 부시 행정부에 비해 결코 수월하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 (Victor Cha) 미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미국 외교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특정한 현안에 대해 더욱 유연한 태도를 보인 적은 별로 없다"면서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 초기에 더 나은 협상을 기대한다면 오산"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당선자의 한 참모도 "북한의 핵 신고에 대한 명확하고 효과적인 검증이 필요하며, 검증에는 시료 채취도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북 핵 협상과 미-북 관계는 북한이 하기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미국 아메리칸대학의 한반도 전문가인 피터 벡 (Peter Beck) 초빙교수는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조심스런 접근법을 취할 것이며, 현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피터 벡 교수는 "오바마 팀은 협상을 계속 진행하겠지만 북한이 바라는 만큼 직접대화에 적극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 어느 정도의 기대치를 갖고 있으며 검증 합의 도출에 진지한지 여부라고 말했습니다.

피터 벡 교수는 미-북 간 고위급 대화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미-북 정상회담은 가까운 미래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도 방북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마이클 그린 (Michael Green)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도 오바마 당선자가 지난 몇 달 간 정상회담 발언을 피해왔다며 피터 벡 교수와 같은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린 전 보좌관은 미-북 정상회담은 예비선거에서 언급된 것일 뿐 공약이 아니었다며, 오바마 당선자가 실제로 회담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 핵 6자회담의 전망에 대해, 게리 세이모어 (Gary Samore) 미 외교협회 (CFR) 부회장은 미-북 양측이 회담의 진전을 원하기 때문에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부회장은 "북한은 체제생존에 필요한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을 만큼만 협력하길 원하고, 오바마 행정부는 위기 상황을 피하기 위해 6자회담을 계속하기를 분명 바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부회장은 북한이 핵무기 포기에 대해 진지하다고 미국을 설득할 수 있으면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과 합의를 이루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당선자는 다음 달 20일 조지 부시 현 대통령의 뒤를 이어 44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