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문) 김정우 기자, 얼마 전에 미국 상원의 군사위원회가 발표한 한 보고서가 화제죠?

(답) 그렇습니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는 2년 동안의 조사 끝에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나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벌어졌던 포로들에 대한 학대행위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문) 자, 그렇다면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미군이나 수사기관에 의해서 저질러졌다고 세상에 알려졌던 학대행위를 승인한 사람은 누구라고 지목했나요?

(답) 네, 이 상원군사위원회 보고서는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도널드 럼스펠트 전 국방부 장관을 꼽았습니다.

(문) 하지만 부시 대통령도 책임소재를 가리는 공방에서 자유롭지는 못하죠?

(답) 그렇습니다. 사실 이 가혹행위가 시작되게 된 원인은 부시 대통령이 제공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02년 2월 7일 그 유명한 친필 메모를 작성합니다. 그 내용은 널리 알려진 대로, 전쟁포로를 인간적으로 대우하라는 제네바 협약이 알-카에다나 탈레반 요원들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라는 그런 내용이죠? 한마디로 테러리스트들은 제네바 협약에 따라 인간적으로 대할 필요가 없다는 얘긴데, 그 말은 바꿔 말하면 가혹행위를 해도 상관없다는 그런 말도 되겠습니다.

(문) 이런 부시 대통령의 메모가 전달된 뒤, 테러와의 전쟁에서 붙잡힌 사람들에 대해 공격적인 심문기법을 적용하는 것을 연구해보라는 지시가 나오죠?

(답) 그렇습니다. 이런 지시는 2007년 7월, 국방부 법무참모실에서 JPRA라는 기관으로 하달됩니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이 JPRA란 기관은 원래 미군이나 정보원들이 적국에 잡혔을 때 적국 수사기관의 고문에 저항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기관이라고 합니다. 고문에 저항하는 방법을 연구하니까, 물론 고문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기관이겠죠? 그래서 국방부로부터 이 JPRA에 공격적인 심문기법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고 관계기관의 자문에 응하라는 지시가 내려간 것입니다.

(문) 이 JPRA가 연구하는 공격적인 심문기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답) 제네바 조약에서 금지하고 있는 기법들이죠? 옷 벗기기, 아주 불편한 자세로 오랫동안 서있게 하기, 얼굴에 두건을 씌우기, 잠 못자게 하기, 동물처럼 다루기, 밀폐된 장소에서 큰 음악을 틀어 놓거나 반복되는 조명을 비추기, 극한적인 온도에 놓아두기, 얼굴이나 몸을 때리기, 그리고 아주 잘 알려진 기법이죠? 'WATER BOARDING'이라고도 하죠? 바로 '물고문'이 있습니다.

(문) 이후에 이 JPRA는 심문기법에 대한 국방부의 지시에 충실히 응했겠죠?

(답) 그렇습니다. 이후 JPRA는 국방부를 비롯해 중앙정보국에도 심문기법과 관련해 참고자료를 보내는 등 많은 자문을 해줬다고 합니다. 이후 이런 심문기법은 정부 각 기관의 법률 팀에 의해서 법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검토가 이뤄지게 되고 백악관에서도 이 JPRA가 제공한 심문기법을 놓고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 보고서를 보니까, 특히 이런 심문기법에 대해 법무부에서 제시한 의견이 눈에 띄더군요?

(답) 네, 법무부의 의견 중에서 무엇이 고문인가를 언급한 부분이 눈에 띄죠? 법무부 고위층이 작성한 메모에서는 고문을 심각한 육체적 손상, 즉 장기의 파손이나, 육체 기능의 정지 또 죽음을 불러오는 신체적인 고통을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문) 이 말은 자세히 살펴보면, 장기가 파손되지 않거나 아니면 죽지만 않는다면, 어떤 가혹행위도 고문이 되지는 않는다는 의미군요?

(답)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번 보고서는 법무부가 고문을 새롭게 정의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 정부는 럼스펠트 국방부 장관이 이런 심문기법을 최종적으로 승인하기 전에 정부 각 부처와 각군의 법률부서에서 심문기법이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 지 검토를 했습니다. 검토 결과 대부분의 부서에서 이런 심문기법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견을 냈는데, 정부 고위층에서 이런 의견이 무시됐다고 합니다. 심지어 이런 심문기법을 재고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부서에는 더 이상 법률적인 검토를 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 왔다는 군요. 헌데 이런 법률적인 검토가 벌어지는 과정에도,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의 요청으로 관타나모 수용소에 있는 수사요원들이 벌써 JPRA에서 심문방법을 교육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심문기법을 교육받고 관련자료를 넘겨받은 관타나모 수용소 측, 이후 상위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에 이 같은 심문기법을 도입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구요, 드디어 2002년 10월 11일 국방부 법무참모실에서 럼스펠트 전 국방장관에게 강도 높은 심문기법을 도입할 것을 정식으로 건의했습니다.

(문) 물론 럼스펠트 전 장관, 이 건의안에 서명했지요?

(답) 그렇습니다. 드디어 2002년 12월 2일, 럼스펠트 전 장관 법무참모실의 건의안에 서명했습니다. 드디어 테러와의 전쟁에서 잡힌 포로나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가혹행위가 공식적으로 승인된 셈이죠? 그런데 럼스펠트 전 장관이 건의안에 서명하면서 남긴 메모의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뭔가 하면, 포로들을 오랫동안 세워 놓는 심문기법에 대한 메모인데요, 럼스펠트 전 장관은 왜 포로들을 세워 놓는 시간을 하루에 4시간으로 제한하냐면서요, 이 시간을 하루에 8시간에서 10시간으로 늘리라고 했다는군요?

(문) 자, 이런 심문기법의 승인, 쿠바의 관타나모 기지에서 처음으로 적용되지만,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도 이런 심문기법이 도입이 되지요?

(답) 그렇습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 당국은 관타나모 수용소에 공격적인 심문기법이 도입되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 같은 심문기법을 도입해 사용한 것으로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특히나 이라크에서는 이런 심문기법 때문에 그 악명 높은 아브-그라이브 교도소에서의 가혹행위가 일어나게 된 거죠.

(문) 자 그렇다면 이번 보고서가 밝혀낸 가장 중요한 항목은 무엇인가요?

(답) 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미국이 전세계적으로 비난을 받아온 관타나모 수용소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이라크에서의 가혹행위가 일부 군인들이 독자적으로 저지른 것이 아니고, 럼스펠트 전 장관 등 국방부의 승인을 받아서 조직적으로 행해졌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 칼 레빈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은 이런 가혹행위가 결과적으로 미국의 정보수집 능력을 해쳤고, 적들의 입장을 유리하게 했으며, 최종적으로는 미국의 도덕적인 권위를 손상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문) 이에 대한 럼스펠트 전 장관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 네, 럼스펠트 전 장관 측은 이번 보고서가 국가에 헌신한 사람들을 모함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