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최근 식량 사정 등을 보여주는 북한에서 직접 찍은 동영상이 한국 언론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올해 강냉이와 콩 농사는 예년보다는 나은 상황이지만 식수난과 식량 부족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지현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진행자: 이번에 공개된 동영상은 언제, 어떻게 촬영된 것입니까.

답: 이 동영상은 지난 10월 중순 북한주민들이 직접 황해남도와 황해북도 곳곳에서 찍은 동영상을 서울의 한국방송, KBS가 입수해 보도한 것인데요. 그동안 북한의 식수난이나 식량 사정을 늘 국제기구나 민간단체들의 말을 통해 전해 들었는데, 직접 동영상으로 보니 역시나 정말 어렵구나, 하고 더욱 실감이 나더군요. 동영상은 황해북도 사리원의 한 마을에서 이른 아침부터 식수를 받으러 나온 주민들이 샘터 앞에 모여 서로 물을 먼저 받으려고 다툼이 벌어진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어린아이들부터 군인들까지 식수를 운반하는 장면인데, 북한의 식수 사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진행자: 10월 중순에 촬영된 것이라면 추수 상황도 동영상에 포함돼 있습니까.

답: 네, 황해남도 해주의 한 농촌마을에서는 노력 동원을 나온 군인들의 구보 모습에 이어 인근 협동농장에서 추수가 한창인 모습이 보였습니다. 곳곳에 짚 더미가 쌓인 장면이었는데요. 이 장면을 소개하는 프로듀서의 말, 들어보시죠.

"황해도는 북한의 대표적인 곡창지대입니다. 그러나 올해 아사자가 속출했을 만큼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렸습니다. 10월 추수철을 맞아 협동농장의 논에서는 가을걷이가 한창입니다. "

동영상만 봤을 때는 가을걷이 상황이 최악은 아닌 것으로 보였습니다. 동영상에 나온 마을에는 비교적 잘 사는 듯한 큰 주택들이 모여 있었는데요. 대부분 주택 지붕 위에 곡식들을 널어 놓았습니다.

"집집마다 걷어들인 곡식을 지붕 위에 널어놓은 모습이 보입니다. 올 가을 작황은 과연 어땠을까. "(음성변조…)

음성변조가 돼서 잘 안 들리실텐데요. 농사를 많이 한 것 같다고 묻자 마을 주민이 '널어놓은 게 다고, 1년을 먹기가 힘들다'는 말을 합니다. 또 '보기에만 그렇지 실제로는 많지 않다'는 말도 이어서 나옵니다.

"뭐 콩이랑 강냉이, 지붕 위에 널어둔 것을 보니까 농사 많이 한 것 같아. "

"뭐 널어놓은 게 다지요. 1 년 먹기 바빠요."

진행자: 동영상에 나온 마을에서는 콩과 강냉이를 주로 경작했나 보군요.

답: 네, 권태진 한국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올해 비료 부족 등의 원인으로 강냉이와 콩 농사를 많이 지었다고 설명했었는데요, 특히 강냉이의 경우 비료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작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영상을 보면 한 집에 들어서자 마당이며 층계에 추수한 콩과 강냉이가 널려 있었습니다. 이 집 주인의 말에 따르면, 밭 한 정보 당 강냉이 6t 정도가 수확됐다고 합니다.

또 해주 시내의 광장에서는 부랑자 시설에 보낼 강냉이도 한꺼번에 널어 말리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오랜만의 풍년으로 부랑자들에게도 강냉이를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강냉이를 널던 사람이 '처음입니다, 이렇게 강냉이를 많이 널어 본 것…'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진행자: 북한은 90년대 기아 사태 이후 올해 최악의 식량난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나마 콩과 강냉이 농사라도 잘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그래도 절대량은 여전히 많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답: 맞습니다. 동영상에 따르면 황해도에서 거둔 곡식이 상당 부분 평양으로 공출됐기 때문에 실제 농민들의 식량 사정은 크게 나아질 게 없습니다. 동영상에 나온 설명, 들어보시죠.

"식량 사정이 악화되자 올해 처음 '수도미'라는 이름으로 황해도 일대의 쌀이 평양으로 공출됐습니다. 풍작을 거두고도 농민들의 식량 사정은 그리 넉넉하지 못합니다. "

게다가 배급이 끊어진 것도 주민들의 배고픔을 더 하는 원인이 됩니다. 동영상에 나온 한 군인은 '배급이 나오면 좀 살겠는데 배급을 딱 자르니까, 그 다음에는 뭐가 없다'면서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또 만성적인 식량난으로 농촌에는 농작물 도둑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곳곳에 움막을 세워놓은 장면도 눈에 띄었습니다. 주민들이 돌아가며 24시간 논밭을 감시하고 있다고 하구요. 또 전기선 도둑들도 많아서 가시나무들을 매달아 전신주에 올라가지 못하게 해놓은 장면도 보였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린이들도 생활 전선에 뛰어들고 있었는데요. 한 예로 동영상에 나온 소학교 6학년 학생은 방학 기간 도토리 18 kg 을 따서 학교에 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방학을 이용해 교복을 입고 가정집을 돌며 숯을 파는 등 장사에 나선 학생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진행자: 국제 구호단체들도 지속적으로 북한의 식량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데요. 최근 알려진 사정은 어떻습니까.

답: 이번에 공개된 동영상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와 좋은벗들 등 대북 단체들이 발간한 소식지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군량미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고 특히 11월 들어 군량미 수거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개성시 인근 농촌마을과 평성시 등에서는 군량미로 보낼 곡식을 줄여달라는 탄원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