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남북관계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한국 내 일부 민간단체들의 대북 삐라 살포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오늘 처음으로 범 정부 차원의 대책회의를 열었습니다. 민간단체들의 대북 삐라 살포를 막으려는 보다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인데요, 하지만 해당 단체들은 내일 또 다시 삐라를 날려 보내겠다고 밝히고 있어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일부 민간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대북 삐라 살포를 중단시킬 방안을 찾기 위해 19일 범 정부 대책회의를 가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홍양호 통일부 차관 주재로 청와대, 총리실, 통일부, 외교통상부, 국방부, 경찰, 국정원 등 유관기관 국장급 간부가 참석한 회의를 열어 대북 삐라 살포와 관련한 동향을 분석하고 대책을 협의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대북 삐라 살포 문제로 범 정부 대책회의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 측은 대북 삐라 살포를 적대행위로 간주하고 이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남북관계를 전면 차단하겠다고 경고해 왔습니다.

한국의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회의를 통해 정부는 민간단체들의 대북 삐라 살포가 현재의 남북관계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어려움을 주고 있기 때문에 자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도 민간단체들이 전단 살포 행위를 자제하도록 적극적인 설득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고, 유관부처와 합동으로 법적인 범위 내에서 적극 대처하기로 했습니다."

김호년 대변인은 삐라 살포에 어떤 법 규정을 적용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제지할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각 부처의 직무범위 안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선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이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으로 민간단체의 삐라 살포를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 검토하는 한편 법 집행 차원 이외의 다른 실효적인 대처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대북 삐라 살포를 주도하고 있는 민간단체들은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20일 또 다시 북한에 삐라를 뿌릴 예정입니다.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납북자 가족 모임 등 두 개 단체는 20일 경기도 김포시 문수산에서 삐라 10만 장을 북한을 향해 날려보내겠다고 19일 밝혔습니다.

삐라에는 납북자와 국군포로의 생사 확인 및 송환 촉구,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가계도와 건강 이상설 등이 담겨 있습니다.

통일부는 19일 해당 단체들에 장관 명의로 된 자제 요청서를 전달하고 행동을 중단해 줄 것을 촉구했지만 이들 단체는 강행할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입니다.

"저희 사무실에 통일부 국장, 과장 등이 찾아와서 통일부 장관 명의로 된 자제 요청서를 갖고 왔는데 우리는 무슨 여기에 응할 수도 없고 우리가 5년 전부터 꾸준히 해 온 일이고 원칙과 소신대로 내일도 전단지 보낼 뿐입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이와 함께 21일 국회를 찾아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국정조사도 요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상학 대표는 개성공단 사업이 수익도 못 내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돈을 대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 같은 뜻을 밝혔습니다.

한국의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보수 성향의 야당인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19일 "북한의 인권 탄압 실정을 알리고 규탄하는 보수 단체의 전단 살포는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행위이자 양심적인 자유주의 시민의 정치적 발로"라며 이를 막으려는 정부 움직임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북의 눈치를 살피느라고 이를 억지로 무슨 가스 관련법이니 뭐니를 내걸어서 막겠다고 하는 통일부가 정말 대한민국 정부의 부처인지, 부처가 아니라 북한 정부의 남한출장소라는 말을 듣게 되지 않을까 매우 걱정이 됩니다."

반면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남경필 의원은 이날 최고 중진연석회의에서 "개성공단은 남북 모두에게 큰 의미인데 지금 민간단체의 삐라 살포로 개성공단이 어렵다"며 "당도 삐라 살포 제지에 법률적 검토를 하는 등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