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되면서 인도주의적 지원과 민간 교류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민간단체들은 특히 남북관계 악화로 피해를 보는 것은 북한주민들이라며, 식량난 악화를 크게 우려했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남북 직통전화를 단절하고, 육로 통행 등을 제한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남북한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을 담당해온 단체들과 국제기구들은 한 목소리로 우려를 전했습니다.

월드 비전 한국지부의 박창민 북한사업본부장은 매년 연말 북한 당국과 함께 진행해 온 농업과학 심포지엄을 앞두고 개최 여부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다음 달 15일께 북한에서 개최하기로 했지만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로 구체적인 의견 조율이 아직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박창민 월드 비전 본부장: 연말 농업과학 심포지엄을 2001년부터 한 번도 안 빠지고 해왔는데 다음 달 10일 이후에 외국인 입국을 금지한다고 알려졌는데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죠. 초청장이 나와야 가는 거니까요. 지금쯤이면 그 쪽에서 뭔가 와야 하는데 아직 그런 조짐이 없습니다.

월드 비전을 비롯한 대북 지원단체들은 과거에도 남북한 관계가 악화됐을 때 인도적 지원을 비롯한 민간교류가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며 현 사태를 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월드 비전의 박창민 본부장은 특히 북한 측이 민간단체들에 우회적으로 식량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민간단체가 지원할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창민 월드 비전 본부장: (북한에서) 식량 요청을 자꾸 우회적으로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민간단체 지원량이) 얼마 됩니까, 어휴… 얼마 안되거든요. 민간단체 차원에서 5백t, 1천t 을 보낸다고 해도 그 양이 사실 어떻게 보면 (필요량에 비해) 뭐라고 표현이 안 될 정도로 적은 양이죠.

대북 지원단체 '좋은벗들' 역시 겨울철을 앞두고 현재 북한주민들의 식량난이 보다 악화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 단체 이승용 사무국장 입니다.

이승용 좋은벗들 사무국장: 지금 가을 추수철인데도 식량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고, 내년도를 대비해 군대는 군대대로, 농민은 농민대로 식량을 확보하는 데 혈안이 돼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특별한 지원이 없으면 내년 봄 춘궁기 때 또 많은 사람들이 풀 죽으로 연명하고…

결국 남북한 관계 경색의 피해는 고스란히 북한주민들이 받게 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이승용 좋은벗들 사무국장: 고스란히 그 피해는… 남북한 정부는 그렇게 기싸움을 한다지만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북한주민들이 될 텐데, 빨리 남북관계가 개선이 돼야겠죠.

인도주의적 지원을 비롯한 민간교류는 이미 올해 초부터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서서히 둔화돼 왔다고, 좋은벗들의 이승용 사무국장은 밝혔습니다.

이승용 좋은벗들 사무국장: 기존에 대남사업 하던 북한 사람들이 다 교체돼 사람이 다 바뀌어 인맥이 끊어져 아무래도 이전처럼 교류가 활발하게 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올해 초부터 (북한의 대남 사업 담당자들이) 전면 바뀌었습니다. 주요하게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이런 것들이 빈번해진 거죠.

세계식량계획, WFP 역시 얼어붙은 남북관계로 대북 식량 지원을 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WFP 아시아 사무소의 폴 리즐리 대변인은 남북한 간 정치적 분쟁이 계속돼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현재 긴급히 필요한 인도주의적 식량 지원에 대한 솔직한 논의가 방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즐리 대변인은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조속히 해결돼 과거 WFP를 통해 북한에 식량을 지원했던 한국 정부의 지원이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리즐리 대변인은 그러나 최근 북한의 잇따른 고립 조치와 강화된 국경 지역의 분위기가 WFP의 대북 식량 지원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WFP의 모든 지원 식량은 배로 남포항을 통해 들어가거나 중국을 통해 열차로 수송되며, 현재 북한의 상황은 밖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WFP의 북한 내 사업에는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리즐리 대변인은 또 북한 당국이 외국인들의 출입을 규제할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해서도, 현재로서는 WFP 평양사무소 요원들의 활동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으며, 지난 6월 북한 당국과 협의한 이후 이전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