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영향력 쇠퇴하는 남부

(문) 미국에서 대선은 끝났지만, 아직까지도 민주, 공화 양당이나 언론에서 선거결과에 대한 분석이 한창이고 그 분석 결과 또한 많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뉴욕타임즈 신문이 미국 남부 주들의 대선결과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기사를 실었더군요?

(답) 네, 이 기사에서 뉴욕타임즈 지는 남부 주들이 어느 때보다도 공화당 후보를 더 지지했지만, 공화당 출신 대통령 만들기에 실패했고, 이로 인해 이들 남부 주들의 정치적인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문) 남부 주들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주들이 속하죠?

(답) 글자 그대로 미국 남부에 위치한 주들을 말하죠? 알라바마주, 아칸소주, 미시시피주, 루이지애나주, 켄터키주, 테네시주, 그리고 북쪽으로 좀 올라가서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와 노스 캐롤라이나주, 버지니아주도 이에 포함될 수 있겠죠. 대개 지난 남북전쟁 시기에 남부연합에 가입했던 주들이 이에 해당된다고 보면 됩니다. 대부분 이들 주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인종구성이 단순하고, 교육수준과 생활수준이 낮은 지역입니다. 인종구성이 단순하다는 것은 거주민들이 거의 백인들이란 말이겠죠?

(문) 이번 대선에서 이들 남부지역은 매케인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죠?

(답) 네, 오바마 당선자는 이들 주에 위치한 410개 카운티 가운데 오직 44개 카운티에서만 승리했습니다. 그 이유는 역시 남부 주에서 다수 인종인 백인들이 흑인인 오바마 당선자를 거부했기 때문이죠? 그동안 여러 언론들이 이번 대선에선 경제위기 등 다른 중요한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인종문제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했습니다. 물론 오바마 후보에게 대통령직을 안겨준 소위 경합 주들에서는 많은 백인들이 오바마 후보에게 표를 던졌지만, 이들 남부 주에서는 백인들이 대부분 매케인 후보를 택했습니다. 경제문제니 뭐니 해도 아직까진 이 지역에서 피부색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걸 알 수 있습니다.

(문) 통계를 보니까, 전국적으론 백인의 43%가 오바마 후보를 지지했는데, 이들 남부 주에서는 백인의 3분의 1도 안되는 숫자가 오마마 후보를 지지했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특히 앨라바마주 같은 경우는 백인의 10명 중 9명이 매케인 후보를 찍었습니다. 지난 2004년 대선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남부주에서 얻은 표의 18%가 백인 표였는데,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 후보는 그 절반에 그쳤습니다. 정치경제문제 연구소의 데이비드 보시티스 수석연구원은 이런 현상은 아직도 남부에서는 대통령을 뽑을 때 인종문제가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란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그런데 이번 대선 후에 그 동안 민주, 공화 양당에서 선거 때마다 표를 얻기 위해서 경쟁을 펼쳤던 남부의 정치적인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있더군요?

(답) 네, 루이지애나 주립대학 정치학과의 웨인 페어런트 교수는 오바마 후보가 남부에서 승리하지 못하고도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사실은 이제 이들 남부지역이 대선승리에 있어서 덜 중요한 지역이 됐음을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제는 남부없이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그런 말이죠. 메릴랜드 대학의 토마스 샬러 교수는 현재 공화당 출신 하원의원 당선자의 반이 남부 출신인 것을 감안하면 이제 공화당은 남부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정당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지역이었던 버지니아주와 노스 캐롤라이나주가 오바마 지지로 돌아선 것이 눈에 띄는데요, 이들 지역에는 그동안 교육을 많이 받고 생활수준이 높은 주민들이 많이 유입된 것이 오바마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문) 이제 21세기에 들어섰고 그동안 참 세상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미국에서는 이 인종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영원한 숙제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오바마 정부에 경고하고 나선 미국 가톨릭

(문) 자, 다음 소식을 들어 볼까요?

(답) 최근 이곳 워싱턴 근교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시에서는 가톨릭, 즉 천주교의 주교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미국 전국에서 300명의 주교들이 모였는데요, 이 자리에서 주교들은 이번에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 후보의 낙태 정책에 대해서 우려를 표시하고 이에 강력하게 대처하게 나갈 것을 결의했습니다.

(문) 주교회의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들이 나왔나요?

(답) 주교들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지만, 낙태문제와 관련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주교들은 또 공익이라는 것은 생명체를 선택해서 죽이는, 즉 낙태를 허용하는 사회에서는 결코 이루어 질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답) 잘 알려진대로 오마바 당선자는 낙태를 지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죠?

(답) 그렇습니다. 물론 피임이나 가족계획을 장려해서 원치않은 임신을 막자는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엔 여성이 낙태, 즉 아이를 지우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그런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낙태에 대한 규정을 헌법에 삽입하자는 주장에도 오바마 당선자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내년 초 같이 백악관으로 향할 조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 그리고 연방하원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낸시 펠로시 의장도 낙태권리를 옹호하는 사람입니다. 백악관과 의회의 지도부가 이제 모두 낙태옹호론자로 채워지니까, 낙태를 살인으로 생각하는 가톨릭계로서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게 된거죠.

(문) 오바마 후보는 현재 낙태와 관련해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최근 카톨릭계의 심기를 건드리는 정책을 밝힌 바 있죠?

(답) 네, 이 낙태문제와 함께, 카톨릭을 비롯한 기독교에서 크게 신경을 쓰는게 바로 줄기세포 연구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오래 전에 행정명령을 내려서 이 줄기세포 연구를 금지시킨 바 있죠? 그런데 오바마 당선자 측으로부터 이 부시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뒤집어 줄기세포연구를 다시 허용할 것이라는 소식이 나와서 가톨릭 측을 화나게 만든 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가톨릭 측은 이 문제도 오바마 당선자와 협의하겠다고 은근히 압력을 가했습니다.

(문) 그런데, 이런 주교회의 발언이 무색하게 가톨릭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오바마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가톨릭 유권자의 약 54%가 오바마 후보를 지지했다고 하네요. 이에 대해서 주교회의측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낙태문제가 아니고 경제문제였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주교회의는 가톨릭 유권자들이 오바마 후보를 택한 것이 어떠한 형태의 낙태도 반대하는 입장을 바꾼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작년 11월에 주교회의는 '신심있는 시민들'이란 지침서를 발표한 바 있는데요, 이 지침서에서 주교회의는 가톨릭 신자는 전쟁이나 빈곤 그리고 환경과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이런 지침이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오바마 후보를 지지하는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난 8년 동안 낙태를 반대해 온 부시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가져온 미국 가톨릭계가 앞으로 새로운 정부를 어떻게 상대할지 궁금해지는 소식이네요. 김정우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