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나르기스가 동남아시아의 버마를 강타한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구호자금이 크게 부족한 데다 일부 지역은 아직까지 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주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원기 기자와 함께 태풍 피해 반 년이 지난 현재 버마 현지의 상황을 알아봅니다.

문) 버마의 태풍 피해 소식을 전해드린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 년이 지났군요. 태풍 이름이 '나르기스'였나요?

답) 네, 지금으로부터 꼭 6개월 전인 지난 5월2일 열대성 대풍인 나르기스가 버마를 강타했습니다. 이 태풍은 동남아의 빈국 버마를 초토화 시켰는데요. 태풍으로 사망하거나 실종된 사람이 13만 명, 집을 잃고 이재민이 된 사람은 2백만 명에 달했습니다. 또 도로가 침수되고 다리가 파괴되는 등 재산 피해만4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문) 경제적 피해는 둘째로 치고 사망자가 13만 명, 그리고 이재민이 2백만 명이나 된다니 참으로 큰 재난을 맞은 것인데요. 그런데 당시 버마의 군사정권 때문에 태풍 피해가 더 커졌다면서요?

답) 네, 버마가 태풍 피해를 입자,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은 물론 유엔과 여러 민간 단체들이 지원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버마의 군사정권은 외부의 지원을 받을 경우 자신들이 체면을 잃고 통치 기반이 약해질 것으로 우려해 지원을 거부했습니다. 그 결과 구호 활동이 지연됐습니다. 그러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5월24일 버마를 방문해 군사정권 지도자들을 만났습니다. 반기문 총장은 이 자리에서 군부 최고 지도자인 탄쉐 장군을 설득해 외부 지원 물자를 받도록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문) 태풍 피해를 입은 것이 5월2일인데, 버마가 외부 지원을 받기로 결정한 것은 5월 24일이군요. 군사정권이 쓸데없이 고집을 펴서 구호가 3주 이상 지연돼 애꿎은 주민들만 고생을 했다는 얘기도 되는데요. 지금 구호 상황은 어떻습니까?

답) 지난 몇 달 간 구호로 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유엔은 지난 2일 버마의 피해 상황과 관련한 보고서를 내놨는데요. 이 보고서는 현지 상황이 다소 개선됐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엔은 태풍 피해 직후에는 주민 90만 명에게 구호 식량을 공급했는데요. 최근에는 77만 명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식량 공급 대상이 13만 명 가량 줄었다는 뜻이죠. 이와 관련해 유엔아동기금, 유니세프 버마위원회의 한 당국자는 "지난 6개월 간 유엔의 구호 작업은 성공적이었다"며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문) 그런데 유엔은 구호 자금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다구요?

답)네, 유엔은 지난 2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구호 자금 부족을 호소했습니다. 유엔은 버마에서 이재민에게 식량과 의료품을 나줘주는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요. 이같은 긴급 구호 활동을 위해서는 최소 4억8천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모금된 자금은 그 53% 밖에 안 돼서 애를 먹고 있다고 합니다.

문) 유엔이 1백만에 이르는 이재민들을 언제까지 먹여 살릴 수는 없을텐데요. 무엇보다 주민들이 식량을 자급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할텐데, 농사 지원은 잘 되고 있습니까?

답) 버마 현지의 농민들은 유엔의 구호 활동에 고마워 하면서도 다소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현지 농민들은 유엔이 제공한 '볍씨'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유엔은 몇 달 전 농민들에게 볍씨를 나눠줬는데요. 문제는 이 볍씨가 일찍 여무는 조생종 볍씨와 늦게 여무는 만생종 볍씨가 뒤섞여 있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현지 농민들은 추수를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고 합니다.

문) 그런데 아직 구호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도 상당히 있다구요?

답) 네, 버마 현지를 다녀온 사람들은 유엔의 구호 활동이 지역별로 편중된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유엔과 민간 단체들은 그동안 태풍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남부 '이라와디 삼각주' 지역에서의 구호 활동에 주력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에 현지 사무소를 세우고 식량과 의약품 등을 제공했는데요, 문제는 이 지역 말고도 피해를 입은 산간 지역과 오지에는 전혀 구호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문) 속담에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주라'는 말도 있는데요. 중요한 것은 이재민들이 스스로 먹고 살도록 생계 대책을 세워주는 것일텐데요?

답)유엔도 바로 그 문제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유엔의 조사에 따르면 태풍으로 파괴된 도로와 제방, 학교 등을 다시 복구하는데 최소 10억 달러가 듭니다. 그런데 유엔은 현재 단기 구호에도 힘이 달리는 형편이라 주민들의 생계 대책을 세워주는 장기 구호는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