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오늘 서울에선 이산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홍양호 통일부 차관은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북한 정부의 조건 없는 협력을 촉구했고, 관련 단체는 이산가족 문제를 유엔 인권기구 등 국제사회에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홍양호 통일부 차관은 21일 "남북 이산가족 문제는 순수하게 인도주의적인 문제로 아무 조건 없이 이뤄져야 한다"며 "북한은 이 문제 해결에 하루빨리 조건 없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홍 차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이북5도청에서 열린 '제27회 이산가족의 날' 기념식 격려사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북한의 협조도 중요하다"며 "어려운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남북이 직접 만나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다시 한번 북한에 대해 조속히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대화에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남북 간 대화가 열리면 현안 문제들을 협의하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분단시대의 아픔이자 멍에로 남아있는 이산가족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입니다."

행사를 주관한 사단법인 '일천만 이산가족위원회'는 이날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그리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보내는 메시지와 결의문을 채택했습니다.

이산가족 재회를 추진하기 위한 이산가족들의 모임인 일천만 이산가족위원회는 결의문에서 "보여주기에 급급한 일회성 위주의 상봉행사에서 벗어나 신청자 모두 헤어진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자유롭게 서신을 왕래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이산가족위원회 이우열 부위원장] "이산가족 문제가 남북한 당국의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는 데 이용돼 근본적인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이에 우리는 남북적십자회담을 통한 이산가족 해결 방식을 크게 바꿀 것을 정부에 요구하며 국제적십자사의 심인 사업 방식으로 전환해 이산가족의 생사와 거처를 확인하고 서신교환을 실시하도록 정부에 간절히 요구한다"

이와 함께 세계 인권선언과 국제법에 의거해 유엔 인권기구를 상대로 남북 이산가족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할 계획이라고 이산가족위원회는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이산가족위원회는 이날 채택한 결의문을 다음달 9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유엔에 파견돼 있는 북한대표부에 직접 전달할 계획입니다.

또 북한 당국이 이산가족 문제를 정치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습니다.

이산가족위원회는 결의문에서 북한 당국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고향을 방문해 가족들을 만날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이산가족 정보통합센터에 등록된 이산가족 신청자는 모두 12만 7천여 명으로 이 가운데 약 3만 5천 명이 이미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청자 가운데 특히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숨진 사람만 2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2000년 이래 이어지던 당국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올해 들어 한차례도 열리지 못했습니다.

함경남도 신포에서 태어나 한국전 당시 가족들과 헤어진 83살의 이경록 할아버지는 "고향에 있는 친척들을 보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신청을 했지만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며 "죽기 전에 한번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80살 된 사람들이 이제 만나서 뭐 총이나 칼 들고 전쟁처럼 싸우기라도 하겠어요? 북한 당국도 우리 같은 사람들이 죽기 전에 가족을 볼 수 있으면 하는 심정을 알고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북한을 설득해서 80세 이상 되는 이산가족들을 면회가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한편 이날 강연자로 나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북한 주민과 정권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며 "한국 정부는 북한 동포를 똑같이 책임진다는 입장에서 무조건 식량원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황 비서는 또 인권 문제를 비롯한 "북한의 내부 문제"를 정부에서 논의할 필요는 없고, 민간단체에 맡기면 된다며 "탈북자단체와 이산가족 단체가 힘을 합칠 것"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내부의 인권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논의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해야 하는가? 바로 민간단체가 해야 합니다. 인권 탄압이나 탈북자 문제 등 북한 내부 문제는 민간단체가 해야 하고 정부는 민간단체를 지원해야 합니다. 민간단체가 자꾸 얘기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