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지난 1968년 북한에 침투시킬 공작원을 양성하기 위해 이른바 '실미도 부대'를 비밀리에 만들어 운영했던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실미도 부대는 몇 년 전 한국에서 제작된 같은 제목의 영화를 통해 많이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 부대에서 당시 훈련 중 사망한 공작원의 유족들에게 국가가 손해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968년 한국 정부가 비밀리에 만든 북파 공작원 양성부대를 소재로 한 영화 '실미도'. 1천만 관객을 돌파한 놀라운 흥행기록도 화제였지만 이 영화 때문에 한국 국민들의 실미도 부대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영화가 개봉된 이듬해인 2004년 이 부대가 한국 중앙정보부에 의해 만들어졌고, 그 진실이 정부 차원에서 감춰져 온 사실이 일부 폭로됐습니다.

바로 이 실미도 부대에서 훈련 중 사망한 공작원 유족의 정신적 피해를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 중앙지방법원 민사 36부는 실미도 부대에서 북파 훈련을 받던 중 구타를 당해 숨진 이모 공작원의 동생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에게 1억8천6백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0일 밝혔습니다.

실미도 부대원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망한 이 씨는 실미도 부대가 창설된 지 3개월 뒤인 지난 1968년 7월 야간훈련을 받다가 부대를 이탈해 민가에 숨었다가 붙잡혀 간부의 지시를 받은 동료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해 숨졌습니다.

이 씨의 시체는 화장된 뒤 바다에 뿌려졌고 관할부대장은 이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진상조사 등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 사건을 숨겼습니다. 가족들은 이씨의 생사조차 모른 채 지내다 2006년 10월 중순 공군으로부터 사망통지를 받았습니다.

형이 실미도에서 억울하게 숨진 것을 알게 된 동생 이씨는 가족이 입은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이에 대해 국가는 "이 씨의 형이 사망한 지 10년이 지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맞섰지만 법원은 이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이 씨의 형이 숨진 지 10년이 훨씬 지나 소송이 제기됐지만 국가가 사망 원인은 물론 사망 사실 조차 유족에게 알리지 않는 등 35년 이상 진상을 숨겨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서울 중앙지방법원 홍준호 공보판사] "사고 발생 사실을 은폐하여 유족들의 손해배상 청구가 불가능하였다면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하여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실미도 부대는 1968년 1월21일 이른바 '무장공비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사건'이 터지자 한국 정부가 같은 해 4월 북한 평양의 김일성 주석궁 보복습격을 위해 31명의 특수임무 요원을 뽑아 만들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국가는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분리해도 은폐가 가능하고 가족들이 수소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이들을 중심으로 공작원을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