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로 전세계가 요동치고 있지만 북한은 비교적 영향을 덜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경제가 워낙 폐쇄적인데다가 거래를 주로 달러로 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중국 인민폐에 대한 북한 환율이 오르면서 북한과 중국 간 국경지역에서 소규모로 활동하는 두 나라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혜산 시 등 북한 량강도를 상대로10년 넘게 장사를 해 온 조선족 이모 씨는 지난 달에 아예 사업을 접었습니다. 북한 원화의 환율이 봄부터 조금씩 오른데다 북한 당국의 비사회주의 검열이 장기화된 데 따른 것입니다.

"다 힘들어요 지금. 북조선에서 자꾸 검열이 붙으니까는. 장사를 시방에다 펴놓고 하지 못하게 한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저 7월 말 검열이 와서 이제 금방 끝이 났는데, 끝이 났다 해도 일수도 힘들어 하고 장사도 힘들단 말입니다."

이 씨는 인민폐에 대한 북한 환율이 최근에는4백70원까지 올라 북한 측 중개업자들도 일부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합니다.

" 중국 돈 1원에 북조선 돈 4백70원 됩니다. 예전보다 올랐어요. 4백40원 정도 됐는데."

라선 시를 상대로 사업을 하는 훈춘의 장모 씨 역시 북한 원화 환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말합니다.

"4백80원, 4백70원 그 정도. 그러니까 4백75원. 연초에는 3백70원에도 거래됐어요."

장 씨는 북한의 경제 사정이 워낙 낙후돼 있어 세계 금융위기에 둔감하다며, 하지만 환율 상승으로 북한 내 물가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자 교환을 통해 북한과 사업하는 조선족 김모 씨도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뭡니까? 옛날에 무역하던 패들도 많이 망했고 지금 현재도 잘 되지 않습니다."

중국 내 경기가 위축되면서 가격 조절이 힘들어 북한과 중국 측 모두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입니다.

" 여기서 물건 나가고 중국으로 물건이 들어온단 말입니다. 규석 같은 것,옛날 목재, 약재. 보통 무역할 때 이런 장사 다 했습니다. 고사리나 오미자 같은 것 예."

북한산 제품이 중국과 한국에서 높은 가격에 팔려야 수지 타산이 맞는데 소비가 위축되면서 가격이 떨어져 이를 맞추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소규모 무역상 뿐 아니라 단둥에서 북한을 상대로 대규모 무역을 하는 사업가들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라오닝셩에서 대북 사업을 하는 진 모씨는 최근 달러의 약세로 수입이 줄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달러로 계산하니까. 달러를 가져오면 중국 돈이 올라 가구 달러가 확 내려가서요. 옛날에 줬던 달러를 가져오면 지금 손해를 많이 봅니다."

중국 환율은 지난 해부터 꾸준히 떨어져 현재1달러에 인민폐 6.8 위엔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진 씨는 중국 당국이 최근 단둥 일원에서 활동 중인 일부 밀수업자들을 집중 단속해 식량과 물품 공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금융위기가 북한에 미치는 전반적인 파급효과는 아직은 미미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상하이에 소재한 경제 컨설팅 회사 엑세스아시아의 폴 프렌치 소장은 북한 정부가 오히려 미국의 경제위기를 여유롭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합니다.

폐쇄성 때문에 미국의 금융위기로부터타격을 가장 덜 받는 나라 중 하나가 북한이며, 지금도 단둥에는 무역이 평시처럼 이뤄지고 있다고 프렌치 소장은 말합니다.

중국의 한 경제 소식통 역시 북한 정부가 오히려 미국경제의 붕괴를 체제선전과 선동을 강화하는 데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내 탈북자들이 금융위기에 따른 한국의 원화 폭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탈북자 단체인 탈북여성인권연대의 강수진 대표는 환율 불안정 때문에 탈북자들이 북한의 가족을 중국으로 탈출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합니다.

"1백50만원 내고 사람을 데리고 오던 것도 2백만원 내야 하고. 환율을 따지니까. 인민폐 1만원이면 북한에서 중국에 데려왔거든요. 지금은 2백만원이 돼야 인민폐 1만원쯤 되니까요."

중국에서 활동하는 브로커들은 한국 돈이 아닌 인민폐와 달러를 받기 때문에 한국의 환율 상승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강 대표는 북한 내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는 탈북자들 역시 최근 환율 상승으로 이마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