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사편찬위원회가 이념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일부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대한 수정 지침안을 내놓았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 지침에 따라 문제가 되고 있는 교과서의 내용을 바꾸도록 해당 출판사에 요구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이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교육과학기술부가 좌편향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일부 근 현대사 교과서를 수정하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 심은석 학교정책국장은 17일 "국사편찬위원회로부터 교과서 수정과 관련된 보고서를 받아 이를 토대로 이달 말까지 교과서 수정안을 만들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사편찬위원회의 교과서 분석 결과 그리고 '역사교과 전문가협의회'를 교육과학기술부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국사편찬위원회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해서 학술적 측면과 교육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균형적인 교과서 수정 작업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앞서 교육과학기술부는 교과서포럼 등 일부 보수 민간단체와 국방부 통일부 등 정부 부처로부터 일부 역사 교과서가 좌파적인 관점에서 서술돼 있어 수정해달라는 요구가 잇따르자 국사편찬위원회에 이에 대한 검토를 요청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사편찬위원회는 10명의 중도 성향의 학자들로 구성된 '한국사 교과서심의협의회'를 구성해 두 달여의 심의를 거쳐 16일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이 보고서에서 "역사교과서들이 이념적 관점에 따라 서로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학생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49개항의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일부 내용들이 좌익적 관점에서 서술됐다고 지적하고 이에 대한 수정안을 내놓았습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제국과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한 정통성 있는 국가임을 설명하도록 했습니다.

또 6.25 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됐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북한 주체사상과 유일체제의 문제점 등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경제정책에 실패하고 국제적으로 고립되면서 식량부족 사태가 일어나고 인권 탄압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교과서에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지침안을 기초로 '역사교과서 전문가 협의회'를 만들어 다른 부처에서 수정을 요구한 항목 가운데 1백 여 곳의 내용을 수정하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이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역사학계에서는 정부가 역사학자들이 쓴 교과서를 고치려는 것은 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한국역사학연구회 등 20여 개 사학단체들은 지난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교과서 내용을 수정하려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깨뜨리고 역사 교육을 부정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한국역사학연구회 도면회 회장] "북한의 교과서를 모방했다던지 이런 식의 지적은 검인정교과서 제도라는 것은 역사학계가 십 수년간의 상당히 많은 노력 끝에 쟁취해낸 중요한 제도입니다. 이런 제도의 취지가 완전히 무시되면서 다양한 역사에서 그동안 역사학계가 쌓아온 많은 업적들이 정부의 방침 하나로 무산되는 위기에 처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수정안이 결정되더라도 이것이 실제 해당 교과서에 반영되려면 '넘어야 할 산'은 또 있습니다.

정부가 직접 집필하는 국정교과서와 달리 민간 출판사가 자율적으로 집필하는 검정 교과서의 경우, 내용을 수정하는 권한이 관행적으로 집필진에게 맡겨져 왔기 때문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심은석 국장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올바로 기술하고 학생들에게 바른 역사를 가르치자는 취지이므로 집필진을 잘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습니다. 

"교과서라는 것이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정통성 등 바른 역사관을 정립하는 데 중요한 것이므로 교육이란 관점에서 본다면 틀림없이 발행사나 집필진이 동의를 해주지 않을까.. 서로 의견충돌이 있는 부분은 몇 차례든 만나서 서로 의견 조율해 가면서 교육에 입각해 대한민국의 헌법정신 수호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상당수의 저자들은 그러나 정부의 일방적인 수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는 교과서 저자들이 수정을 계속 거부할 경우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라 직접 수정을 명령하거나 교과서의 검정합격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수정하는 사례는 전례가 없었고 교과서 수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도 큰 상황이어서 교육과학기술부는 최대한 저자들에 대한 설득에 나설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