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우선,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 내용을 좀더 자세히 전해주시죠.

네, 이번 논평원의 글은 한국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 차 있는데요,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 이후 한국 내부의 움직임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글은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져 나온 뒤 한국에서 거론되고 있는 '북한 급변사태 대비 계획', '작전계획 5029', 그리고 각종 한-미 합동군사연습 등을 열거하면서 "우리의 최고 존엄을 감히 건드리는 것은 우리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이고 선전포고"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이명박 패당의 반공화국 모략 소동을 결코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존엄이고 생명인 신성한 우리 체제를 감히 건드리는 자들에 대해선 추호도 용납하지 않고 단호하고도 무자비하게 징벌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이명박 정부가 6.15와 10.4 두 남북 정상 선언을 존중한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내외 여론에 못이겨 선언 존중이요 뭐요 하지만 이는 순전히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교활한 술책에 불과하다"고 공격했습니다.

진행자: 북한 측이 남북관계 전면 중단을 언급한 배경이 무엇인가요?

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논평원 글이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가 이뤄진 직후 나왔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조치에 대해 한국 내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고 오히려 미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큰 데 따른 반발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로 한국 내부에서 북한체제 붕괴가 공공연하게 언급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한국에 대한 보다 강경한 메시지 전달이 필요해졌다는 설명입니다.

또 한국 내부의 여론을 분열시키고 미국과만 대화하고 한국을 배제한다는 이른바 통미봉남 전략을 본격화함으로써 미국과 한국 간 갈등을 유도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에 대한 압박을 통해 북한 내부의 결속을 다지려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현 시점에서 최대 관심사는 아무래도 북한 측이 언급한 남북관계 전면 차단 조치가 현실로 나타날지 여부가 아닌가 싶은데요. 어떻습니까?

네 한국 정부는 이 글이 남북관계 전면 차단의 전제 조건으로 앞으로의 상황을 가정했기 때문에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최고의 존엄성을 건드리면 이라는 구절과, 그리고 가정법을 전제로 해서 계속 나간다면 전면 차단을 포함한 중대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 정도의 내용이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로 비난했던 지난 4월1일자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이 한국의 새 정부에 대한 공격의 신호탄이었던 점을 지적하며 이번 경고가 조만간 행동으로 옮겨질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예를 들어서 남북관계 전면 차단이나 중대결단 등의 용어는 상당한 정책결정자의 뜻이 반영되지 않으면 함부로 쓸 수 없기 때문에, 그리고 두번째로 지난 10월2일 군사실무회담 때 이와 유사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에서 이 글은 적어도 남측에 대한 행동이 임박한 신호를 보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측도 경제발전에 절실하게 필요한 개성공단 사업 등을 쉽게 포기할 순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국방연구원 차두현 박사입니다.

"개성은 결국 주변국들이 북한에 신뢰성 있게 투자할 수 있는지 바로미터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진짜 경제적 유인을 위해서 주변국들로부터 지원이나 협력을 원한다면 개성을 스스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접었을 경우 자기네들의 외자유치나 이런 데는 나중엔 상당히 아픈 기억으로 남을 수 밖에 없어요."

진행자: 이번 논평원 글에 대한 한국 내 반응은 어떻습니까?

네, 우선 정치권은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6.15와 10.4 선언을 위반하면서 남북관계의 진전을 틀어막아 온 북한이 이제 와서 남북관계 전면 차단을 운운하는 것은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격"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반면 제1야당인 민주당의 최재성 대변인은 "노동신문 논평은 대립적 관계를 보여 온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북한의 문제제기이며 지금이라도 정책기조를 바꾸고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역설적인 신호"라면서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날 논평원 글이 알려지면서 한국의 주식시장에선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한편 북한의 중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일부 민간단체들의 대북 삐라 살포가 또다시 예정돼 있어 주목됩니다. 지난 13일 경기도 파주에서 삐라 5만장을 보낸 '탈북자단체총연합'은 이달 말 보낼 삐라엔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포함시킬 예정입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이 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행동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진행자: 끝으로, 한국에 보수 성향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관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설명해 주시죠.

한국의 이명박 출범 후 지난 9개월 간은 남북관계가 갈수록 얼어붙는 양상을 보여왔습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 출범 뒤 한 달 가량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켜봤었습니다.

하지만 4월1일자 논평원의 글을 시작으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천'구상과 정부 당국자들의 북한에 대한 언행 등에 크게 반발하면서 공세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측은 6.15와 10.4 두 남북 정상선언의 존중과 이행을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꾸준히 제기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지난 7월11일 금강산 관광을 하던 한국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됐습니다. 이어 지난 2일엔 남북 당국 간 대화를 거부했던 북측이 이례적으로 요구해 이뤄진 군사실무회담 자리에서 한국측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