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 가는 미국의 전성기

(문) 서양역사를 살펴보면 2천년 전에 유럽대륙을 지배했던 로마의 전성기를 가리켜, '팍스 로마나', 즉 '로마의 평화'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20세기 초부터 지금까지 실질적으로 세계에서 초강대국으로 군림했던 미국의 전성기를 가리켜, '팍스 아메리카나', 즉 '미국의 평화'라고도 부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제 미국의 전성기가 지나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죠?

(답) 그렇습니다. 세계의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에 금융위기로 휘청이고 있는 미국의 국운이 전성기를 지나 쇠퇴기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뉴욕타임즈지가 미국 이전에 최강대국이었던 영국의 쇠퇴 과정과 현재 흔들리는 미국의 모습을 비교하는 내용의 기사를 실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문) 이 기사에서는 영국의 쇠퇴 시점을 언제로 잡고 있나요?

(답) 영국 내에서는 지난 1905년에, 야만적인 전쟁으로 불리는 2차 보어전쟁이 끝난 후 국민들이 영국의 국력이 쇠퇴할 가능성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전쟁은 1차 세계대전 이전에 영국이 가장 많은 돈을 쓴 전쟁이었다고 하는데요, 이후 영국은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었고요, 이로 인해 보수당에서 자유당으로 정권이 교체됐지만, 자유당 정부는 결국 경제를 회생시키지 못하고 영국은 40년 후 강대국의 자리를 미국에 넘겨줘야 했습니다.

(문) 그렇다면 미국의 현재 상황도 그때 영국의 상황과 흡사하다고 볼 수 있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현재 미국은 1905년 당시의 영국처럼 전쟁의 늪과 경기침체에 빠져 있는 동안 금융위기를 맞았습니다. 최근 독일의 재무장관 피어 슈타인브뤽은 이번 사태로 미국은 곧 국제금융시장에서 최강자의 위치를 잃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의 재정적자가 미국의 미래를 옭아 맬 족쇄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역사학자, 니알 퍼거슨 교수는 영국은 과거 너무 광대한 영토 때문에 쇠퇴했는데, 미국은 재정적자 때문에 앞으로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고, 이 때문에 미국경제는 이제 과거와 같이 성장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문) 미국이 쇠퇴할 것이다라는 예상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답) 그렇습니다. 지난 70년대 중반과 90년대 초반에도 이런 주장이 제기되면서, 유럽과 일본이 미국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는데요, 어느 것도 실현된 바는 없습니다. 일본같은 경우는 90년대 장기불황에 시달렸고요, 유럽 같은 경우는 미래에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나, 생명공학 그리고 연예산업 부문에서 미국의 적수가 되지 못했죠.

(문)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처한 미국이지만, 이 미국이 하루아침에 몰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죠?

(답) 네, 강대국의 흥망이란 책을 써 명성을 얻었던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는 미국은 아직까지 전세계 생산의 20%를 차지하고, 최고 수준의 대학에서 엄청난 연구개발투자를 하면서, 인구규모와 인구대비 국토의 면적도 강력하다고 밝히고, 미국은 과거 소련처럼 일순간에 무너질 제국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케네디 교수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투자자들이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에 점점 관심을 더 가지게 된다면, 미국이라는 제국에 더 큰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문) 자,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사가 오는 2027년 경에 중국이 미국의 뒤를 잇는 초강대국의 지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안팎의 도전에 직면한 미국이 과연 이 도전을 헤치고 얼마나 오래 세계 초강대국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소식이네요.

 

점점 빈곤의 수렁에 빠지는 미국의 일하는 가정들

(문) 김정우 기자, 다음 소식으로 넘어가 볼까요?

(답) 네 현재 미국에서는 일을 하면서 가난에 시달리는 가정이 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일하는 가난한 가정들' 이란 이름을 가진, 정부가 지원하는 조사가 실시됐는데, 그 결과 이런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일을 하면서도 가난에 빠진 가정의 비율이 2002년 27%에서 올해 28%로 늘었다고 합니다.

(문) 그렇다면 이 '가난하다'라는 상태를 판정할 기준은 뭐죠?

(답) 네, 이 조사계획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4인 가족 기준 연소득이 4만 2천 4백 달러 이하면 가난한 범주에 든다고 합니다. 전형적인 일을 하는 가난한 가정은 가족 구성원들이 주로 단순 계산원이나 요양원 직원, 병원 잡역직, 아이 돌봐주기 그리고 건물경비 등의 직업에 종사한다고 합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2006년 미국에는 모두 9백 6십만 가구의 일을 하는 가난한 가정이 있다고 합니다. 이 수는 지난 2002년에는 9백 2십만 가구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현재 아이가 있는 가정의 넷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런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 사람들이 생각할 때 보통 이렇게 소득이 낮은 가정들은 일도 하지 않고 편부모 가정에 문제가 많다는 식의 선입견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실제로는 어떤가요?

(답) 네, 이 보고서가 지적하는 상식의 오류들을 좀 짚어 볼까요? 먼저 가난한 집은 일을 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인데, 저소득층 가정의 72%가 일을 하고 있고요, 이들 가정의 남성들은 연평균 2,552시간을 일한다고 하네요. 이는 일반적인 풀타임 노동자보다 1.25배 더 일하는 수치랍니다. 아까 진행자께서 말씀하신 이런 가정의 대부분은 편부모 가정일거라는 생각이 있는데, 저소득층 가정의 52%는 양부모가 다 있는 가정이라고 합니다. 다음 저소득층 가정은 대부분 이민자의 가정일 것이다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저소득 가정의 69%가 미국 시민권자인 부모를 가진 가정이라고 합니다. 또 저소득 가정의 43%는 백인이나 중남미계가 아닌 부모를 가진 가정이라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흔하게 갖게 되는 편견이죠, 저소득층 가정은 정부보조에 많이 의지한다라는 통념인데요, 저속득층 가정의 25%가 FOOD STAMP, 즉 식량보조쿠폰에 의지한다고 하는군요. 생각보단 적은 비율이죠?

(문) 또다른 눈에 띄는 통계가 있나요?

(답) 조사대상 지역 중 13개주에서 일을 하는 가정의 33% 정도가 저소득층 가정이었습니다. 이중에 특히 미시시피주와 뉴멕시주는 일하는 가정의 40%가 저소득층 가정에 해당된다고 하는군요. 또 이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전체 일자리의 22%, 즉 5개 직업 중 하나가 연방정부가 정한 빈곤선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저소득층 가정의 부모 중 39%가 의료보험이 없다고 합니다. 15개주는 이 비율이 40%를 넘었고요,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는 이 비율이 50%를 넘는다고 합니다. 이 보고서는 현재 진행되는 경제위기로 이런 빈곤가정의 수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또 이 보고서는 빈곤가정의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서 주나 국가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취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현재 이런 외침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