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 핵 검증과 관련한 미국과 북한 간 최근 합의로 내년 초에 들어설 차기 미국 행정부가 6자 회담을 계속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들은 그러나 앞으로 석 달 남짓 남은 부시 대통령의 임기 중 북 핵 문제에서 미-북 간에 추가로 중요한 진전이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핵 신고 검증 방안에 합의하면서, 미국 내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비핵화 2단계 조치를 끝내기 위한 중대한 진전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미국 정부가 검증 조건을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엇갈린 평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오랫동안 교착상태에 있던 북 핵 6자회담을 다시 정상화 한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긍적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들은 특히 이번 합의로 내년 1월에 들어설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6자회담을 통한 북 핵 문제 해결을 계속 추진할 동력이 마련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워싱턴 소재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로버트 아인혼 상임고문의 말입니다.

아인혼 고문은 "6자회담 상황이 다음 달에 심각하게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면서 "최소한 이번 합의를 통해 6자회담 과정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현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윌리엄 앤 메어리 대학 부학장은 앞으로 더욱 험난한 과정이 남아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리스 부학장은 "검증과 관련한 미-북 간 양해는 아직 구두로만 이뤄진 것이며, 이를 해석하는 데도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앞으로 더욱 험난한 과정이 예상되지만, 이번 조치를 통해 6자회담을 다시 진행 중인 상태로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신고에 대한 세부 검증계획과 검증 착수를 부시 행정부 남은 임기 중 추가로 이룰 수 있는 진전으로 꼽았습니다.

리스 부학장은 "부시 행정부의 가장 큰 과제는 일부만이라도 세부 검증계획을 도출해내고, 이에 착수하는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북 핵 문제를 계속 다뤄야 하는 차기 미국 정부에도 큰 보너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6자회담이 다시 본 궤도에 오름에 따라, 차기 미국 정부에서 이를 계속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됐다고 밝혔습니다.

6자회담이 파행으로 치닫는다면 차기 정부가 북 핵 문제와 관련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6자회담이 진행 중이라면 이를 계속 이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워싱턴의 보수 성향 연구기관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다음 달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 6자회담을 통한 북 핵 문제 해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클린턴 행정부에서 부시 행정부로 전환될 때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기존의 정책을 계속 추진하려는 경향이 강할 것"이라면서 "오바마 후보와 맥케인 후보 간에 어조의 차이가 있지만, 양측 모두 6자회담을 통한 북 핵 문제 해결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퍼드대학 교수는 두 대통령 후보 간의 차이점을 지적했습니다.

스트로브 교수는 "두 후보 모두 6자회담을 계속 이어가겠지만, 큰 차이가 있다"며, "맥케인 후보는 북한에 대해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이며, 이는 부시 행정부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트로브 교수는 이어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6자회담을 유지한 채, 북한과 더욱 적극적인 양자 노력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는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취하지 못하도록 국제사회의 압력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