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탈북 학생들의 학력이 남한 학생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탈북 과정에서, 또는 제3국에 머물면서 공부할 기회를 갖지 못한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관련 소식을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에 들어온 탈북 학생들의 학력이 남한 학생들보다 크게 뒤처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송영선 의원은 14일 탈북 청소년을 위한 특성화 학교인 한겨레 중학교 학생들의 성적이 경기도 전체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의 '2008학년도 중학교 학업성취도' 결과에 따르면 한겨레 중학교 학생 64명의 평균성적은 23.7점으로 경기도 중학교 전체평균 55.8점의 절반에 그쳤습니다.

과목별로는 100점 만점에 영어 29점, 국어 28점, 수학 25점이었습니다.

학년별로는 1학년 16점, 2학년 20점, 3학년 35점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탈북 청소년을 위해 한국 정부가 설립한 한겨레 중고등학교의 경우 일반 중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국민 공통 기본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이 학교에서 정규 교과목 40%, 컴퓨터·외국어 30%, 취업 프로그램 30%를 배우게 되며, 졸업 후 중·고교 학력을 인정받게 됩니다.

송 의원은 "탈북 청소년들의 경우 남북 간 다른 학제와 제3국에서 체류하는 동안 공부를 하지 못해 학력의 공백이 심각한 데도 한국의 일반 학교의 수업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며 "이를 보완해 보다 탄력적으로 교육과정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취학연령대의 탈북 청소년은 1천2백93명으로, 이 가운데 75%인 9백66명은 전국 3백77개 일반 초 중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한겨레 중고등학교의 경우 2007년까지 126명의 탈북 청소년들이 졸업했으며, 현재 185명이 재학 중입니다.

한겨레 중고등학교 곽종문 교장은 송 의원의 지적에 대해 "기초학력이 부족한 탈북 학생들에게 일반 학교 학생들이 배우는 공통과정을 일률적으로 가르치는 데는 무리가 있다"며 "일정 정도의 보충기간을 거쳐 단계별로 일반 교육과정을 배우도록 해 낙오하는 학생들이 없도록 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단순히 기초학력을 키우는 데만 국한하지 말고 남한사회의 문화를 배우고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교육도 함께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영석 팀장은 "한겨레 학교에서의 교육이 지나치게 주입식으로 흐르다 보니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동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학습동기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탈북 청소년들의 경우 사회성을 배우고 한국 문화에 대해 많이 배워야 하는 시기인 만큼 다른 남한친구들과 교류를 통해 한국 문화를 배우고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겨레 학교의 경우 천편일률적으로 시간표가 짜여 있어 이른바 군대처럼 멍하게 수업을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기 부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외부와 연계해서 학교를 좀 더 열린 방식으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한겨레 학교를 다녔던 탈북자 이수길 씨는 "한겨레 학교의 경우 주 5일 수업을 듣고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해 외부사회와 접촉할 기회가 전혀 없다"며 "학교를 졸업하고 남한사회로 나올 경우 지하철을 타는 법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씨는 "지나치게 공부만 강조하기보다는 탈북 청소년들의 심리상태나 적성, 관심사 등에 맞춘 특성화 교육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곽 교장은 "탈북 청소년들이 남한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 학교 설립의 취지인 만큼 이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탈북 청소년들이 탈락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초지식 학력이 회복돼야 하겠구요. 그것 외에도 사회적응 문제와 신체적인 질병 극복, 심리적인 안정, 언어나 사회성 결여 극복 등이 복합적으로 함께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완충해서 보완해야 한 뒤 일반학교의 교육과정 (7차 교육과정)으로 진입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