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권투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탈북 소녀가 프로복싱 세계 여자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 염광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최현미 선수인데요, 북한에서도 어린시절부터 권투선수의 재능을 인정받았던 최 선수는 자신의 꿈을 마침내 한국에서 이뤘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2004년 부모님의 손을 잡고 한국으로 들어온 탈북 소녀 복서 최현미 선수가 세계 여자 페더급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프로복싱 세계챔피언이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최 선수는 지난 11일 전라북도 진안군 문예체육회관에서 열린 세계복싱협회 즉 WBA 여자 페더급 챔피언 결정전 경기에서 중국의 쉬춘옌을 3 대 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으로 꺾고 꿈에 그리던 세계챔피언이 됐습니다.

10 라운드 경기로 펼쳐진 이날 경기에서 최 선수는 초반에는 쉬춘옌 선수에게 양 훅을 맞으며 끌려가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펀치를 맞으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투혼을 보이면서 중반부터 주도권을 잡기 시작해 6회 이후엔 경기를 완전히 장악한 끝에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습니다.

최 선수는 자신이 챔피언이 된 사실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챔피언이 됐는데도 아직도 제가 챔피언인지 믿기지가 않구요,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나는 데 제가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가진 꿈이잖아요, 꿈이 이뤄졌으니까 저는 그냥 행복해요."

1990년 평양에서 태어난 최 선수는 11살 때 권투를 시작해 2003년 김철주 사범대학 복싱양성반에 들어갈 정도로 타고 난 재능을 인정받았습니다.

최 선수가 북한을 탈출한 때는 2004년 2월, 그리고 한국으로 들어온 것은 같은 해 7월이었습니다. 탈북 당시 아버지 최철수 씨가 가족여행을 떠나자고 해 나선 것이 고향과의 기약 없는 이별일 줄은 자신도 미처 몰랐다고 합니다.

최 선수는 한국으로 들어와 하고 싶은 권투를 계속하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유명 권투선수 출신이 운영하는 서울의 한 체육관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최 선수가 당시 품었던 꿈은 한국 국가대표 선수가 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었습니다.

아마추어 전적 16승 1패, 5개 대회 석권 등의 성적표가 말해주듯 꿈으로 향하는 길은 순탄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여자권투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면서 최 선수는 올림픽 무대를 포기하고 지난 해 9월 프로로 전향할 결심을 굳혔습니다.

하지만 계약 문제 등이 잘 풀리지 않으면서 1년 정도 허송세월을 보낸 끝에 지금의 한남체육관 김한상 관장을 만나게 됐습니다.

김 관장은 최 선수가 재능도 재능이지만 남다른 정신력이, 많은 선수들을 키워 본 자신도 놀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확신하는 것은 최현미가 앞으로는 보기 힘든 선수로 남을 거에요, 자질이 뛰어나고 정신력이 아주 좋아요, 다른 선수들은 운동 때문에 속 썩이고 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제가 그런 걸로 소문난 사람인데, 이 아이가 눈물을 흘리면서 이를 앙다물고 뛰는 걸 보고 저도 깜짝 놀랐어요, 연습할 때 많이 울었어요."

김 관장은 이번 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 훈련시간이 고작 한달 반 정도 밖에 없어서 하루 20 킬로미터 달리기와 야간훈련 등 남자들도 견디기 힘든 강도 높은 훈련을 해야 했지만, 김 선수는 이를 잘 소화해냈다고 전했습니다.

김 관장은 최 선수가 탈북자 출신이라는 것을 마음에 두지 않을 만큼 밝은 성격이지만 아직 어린 나이라 혹시 상처받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최 선수는 지금의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자 프로권투 시장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아 세계챔피언이라도 유럽과 같은 큰 무대에서 인정을 받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 선수가 이번에 치른 챔피언 결정전은 그녀가 프로선수로 데뷔한 뒤 불과 두 번째 경기였습니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여자에겐 험할 수 밖에 없는 권투선수 생활을 뒷바라지 하느라 마음 고생이 많은 부모님을 편히 모시겠다는 것도 포기할 수 없는 꿈입니다.

최 선수는 자신과 같은 처지인 탈북 청소년들에게도 꿈을 잃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습니다.

"무엇이든 앞에 나타나는 것들이 어렵거나 그렇게 생각하지만 말고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면 될 것 같아요, 그냥 최선을 다하는 것 밖에 없을 것 같아요, 무엇을 하든 당당하게 자신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