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 개혁 개방의 주역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정계 복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정치를 장악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 나서겠다는 구상인데요, 러시아 정치판도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주목됩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MC: 우선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에 대해 알아보죠. 어떤 인물입니까?

기자: 고르바초프는 냉전이 한창이던 지난 1985년 소련 공산당 서기장으로 취임하면서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개혁과 개방, 러시아 말로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를 표방하면서 고르바초프는 소련을 새 방향으로 이끌었는데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미국과 군축 협상에도 적극 나섰습니다. 이런 변화의 물결 속에서 80년대 말 동독을 비롯한 동유럽 공산국가들이 차례로 무너졌습니다. 과거 같았으면 소련이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공산주의 형제국가들을 지켜냈을텐데, 고르바초프는 동유럽 국가들의 이런 변화를 막지 않았습니다. 고르바초프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서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국내개혁을 이룬다는 이른바 '신사고'를 기치로 내걸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됐던 냉전이 무너지게 된 데는 고르바초프의 '신사고'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점이 인정돼 고르바초프는 90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MC: 1990년은 소련 국내정치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90년은 소련이 정치적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해이기도 한데요, 공산당 일당독재가 끝나고 복수 정당제가 시작됐구요, 헌법이 개정되면서 대통령직이 새로 생겼습니다. 고르바초프는 소련의 초대 대통령으로 91년 말까지 일하고, 보리스 옐친에게 대통령 자리를 넘겨줬습니다.

MC: 그랬던 고르바초프가 이번에 정계에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다구요?

기자: 그렇습니다. 옐친에게 대통령 자리를 넘겨준 지 17년만에 다시 중앙정치 무대에 나서겠다는 건데요, 재벌 은행가 알렉산드르 레베데프와 가칭 '러시아 독립 민주당'을 만들 계획입니다. 현재까지는 고르바초프가 직접 나서기 보다는 레베데프가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레베데프는 지난 주 발표한 성명에서 고르바초프의 주도로

창당 계획이 수립됐다면서, 새로 생길 당은 의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정부의 경제 개입을 줄이는 한편, 사법부와 언론의 독립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푸틴 총리가 이끄는 집권 '통합러시아당'의 권위주의적인 통치를 견제하고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MC: 사실 푸틴은 8년 동안 러시아 대통령으로 있다가 올해 총리로 자리를 옮겼는데, 여전히 러시아 정치를 장악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푸틴은 세 번 연속 대통령직을 맡을 수 없도록 한 러시아 헌법 규정 때문에 올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에게 대통령 자리를 물려줘야 했습니다. 하지만 메드베데프를 집권 통합러시아당 후보로 내세운 건 다름아닌 푸틴이었기 때문에, 푸틴이 총리로 자리만 옮겼을 뿐이지 실질적으로 대통령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게다가 푸틴은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통합러시아당의 총재로 있기 때문에 정부와 의회를 모두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까 푸틴이 갓 피어난 러시아의 민주주의를 무시하고 권위주의적인 통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MC: 구체적으로 어떻게 권위주의적인 통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겁니까?

기자: 공권력을 앞세워 정적들을 제거해서 비판세력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재력이 탄탄한 재벌들이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야당에 정치자금을 대고 푸틴의 정책을 거침없이 비판했던 석유재벌 유코스의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회장이 지난 2003년 탈세와 사기 혐의로 8년형을 선고 받은 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지난 8월 러시아가 그루지아를 침공하면서 푸틴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더욱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그루지아에서 사실상 자치공화국으로 남아 있던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아의 독립을 러시아 의회가 만장일치로 승인한 사실이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표결이 끝난 뒤 푸틴 총리는 의회에서 국가 반역자가 나타나지 않은 사실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고르바초프도 푸틴이 러시아의 국내 혼란을 잠재운 공은 인정하지만, 러시아 정치가 옛 소련 시대 공산당 일당독재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MC: 그런데 17년이나 정계를 떠나 있던 고르바초프가 푸틴과 맞서서 야당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인데, 어떻습니까?

기자: 사실 고르바초프가 강력한 정치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고르바초프가 세우기로 한 '러시아 독립민주당'은 오는 2011년 총선에 참여하겠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고르바초프는 지난 96년 대통령 선거에서1%도 안 되는 아주 저조한 득표율을 보였습니다. 고르바초프는 해외에서는 냉전을 무너뜨린 주역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칭송을 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소련을 망하게 하고 수많은 국민을 가난에 빠지게 한 정치인으로 인식되고 있는데요, 이번에 과연 이런 인식을 극복하고 정치인으로서 재기에 성공할지 주목됩니다.

MC: 지금까지 러시아의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푸틴 총리에 맞서 야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