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뒤 해외 언론들이 일제히 북한을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에서 발행되는 경제 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신호에서 북한을 특집으로 다뤘습니다. 이 잡지는 북한이 밑바닥부터 변화하고 있다며, 북한의 붕괴 이후 다가올 남북한 통일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 한반도 특집기사에서 북한이 밑바닥부터 변화하고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섬세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잡지는 한반도를 주제로 한 8개의 특집기사 가운데 '불가능한 정권을 다루는 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북한은 더 이상 과거의 단절된 공산국가가 아니라며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대규모 기아로 엄청난 변혁이 초래돼 북한 전역에 비공식 시장이 생겨나고, 중국과의 국경 지역에서의 상거래로 북한 주민들이 외부세계에 대해 알게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로 인해 북 핵 6자회담의 입지가 강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국내 상황과 주민들의 변화로 김정일 위원장이 취약해지고, 그 결과 북한 당국이 더이상 주민생활의 모든 측면을 철저히 통제할 수 없게 된 만큼 6자회담의 나머지 당사국들이 북한의 합의 불이행에 좀더 강하게 대응하는 것이 쉬워졌다는 지적입니다.

이 잡지는 그러나 김 위원장이 사망한다고 해도 북한이 붕괴될 것으로 믿기는 힘들다며, 후계자가 새로운 활동력을 갖고 압제를 행하거나 반대파 진영이 투쟁해 인도주의적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계기로 외부세계가 북한에 대해 얼마나 아는 게 없는지가 드러나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북한의 붕괴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붕괴는 일단 시작되면 매우 빠르게 진행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지역 정세에 엄청난 도전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잡지는 이어 '이상한 짝 (Odd Couple)' 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북한의 격차가 깊어지고, 통일 재정을 충당해야 할 한국이 준비가 덜 된 점 등을 들어 통일의 어려움을 지적했습니다.

'이란성 쌍둥이'라는 제목의 남북한 비교표에 따르면 1인당 국내총생산, GDP는 한국이 1만9천7백51 달러인 반면 북한은 1천1백18 달러에 불과한 등 인구, GDP, 전력발전량, 철강과 곡물, 비료 생산량, 평균수명, 사망률, 평균 키 등 모든 지표에서 남북한의 격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같은 지표 뿐만 아니라 남북한 국민 간의 깊은 감정의 골도 지적했습니다. 한반도 통일은 남북한 모두에 신성한 목표로 남아있지만, 대부분의 한국 국민들에게 북한은 다른 나라일 뿐만 아니라 다른 행성의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에 1만 명 정도의 탈북자들이 거주하고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상당수 한국인으로부터 무시 당하거나 좋은 직업의 자격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주류에서 벗어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탈북자를 소재로 한 영화 '크로싱'이 한국 영화관에서 조기종영된 점 등을 들어 한국은 북한의 붕괴 이후 통일에 대해 심리적으로,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준비가 덜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붕괴시 한국 군이 개입해 인도주의적 지원을 펼치고 법률을 재정비하는 등의 과정은 추측할 수 있지만, 한국 정부가 북한 내 정파 다툼이나 북한주민들의 한국으로의 유입 등에 어떻게 대처할지 불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밖에 동북아시아의 정중앙에 지구상에서 최악의 인권기록을 갖고 있는 실패한 국가가 있다며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도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난 외에 인구 20명 중 한 명이 군인이고, 40명 중 1명은 노동수용소에 있으며, 휴대전화와 인터넷 사용은 고위층 이외에는 제한돼 있고, 라디오와 텔레비전 역시 정부 채널만 청취할 수 있다고 이 잡지는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