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평화의 핵심인 팔레스타인의 국가 수립을 돕기 위해 국제사회가 지난해 말 약속한 대규모 원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자치정부는 올해 예산 적자를 피할 수 없다며 원조금을 서둘러 보내줄 것을 국제사회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MC: 먼저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에 약속했다는 지원의 내용부터 알아볼까요?

기자: 지난 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90개국이 참가하는 팔레스타인 원조 공여국 회의가 열렸는데요, 모두 77억 달러에 이르는 원조금을 팔레스타인자치정부에 주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팔레스타인의 경제 회생이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이뤄지면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요청한 56억 달러보다 훨씬 많은 원조금이 결정된 겁니다. 77억 달러의 원조금은 올해부터 오는 2010년까지 3년에 걸쳐 전달되는데요, 유럽연합이 6억5천만 달러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미국이 5억5천만 달러, 사우디아라비아가 5억 달러를 원조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한국도 2천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는데요, 한국전쟁이 끝난 뒤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한 경험을 바탕으로 팔레스타인의 경제개발을 돕겠다고 약속했습니다.

MC: 팔레스타인자치정부는 이 원조금으로 어떤 사업을 하게 되는 겁니까?

기자: 국제사회가 지원해준 돈의 70% 가량은 자치정부 예산에 쓰고 나머지 30%는 각종 개발계획에 쓰겠다는 구상입니다. 한 마디로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는데 필요한 자금으로 쓰겠다는 건데요, 팔레스타인 원조 공여국 회의가 있기 한 달 전에 미국에서 열린 중동평화 회의 합의사항들이 실제로 이행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겠다는 겁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이 중동평화 회의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워서 이스라엘과 공존하는 방안에 합의했습니다.

MC: 그런데 팔레스타인자치정부가 원조금이 약속대로 잘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나타냈다구요.

기자: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공여국들과 팔레스타인자치정부가 지난 21일 별도로 회의를 가졌는데요, 이 자리에서 팔레스타인자치정부의 살람 파야드 총리가 원조금이 너무 천천히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올초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받은 원조금이 14억 달러가 채 안 되는데, 이 돈으로는 올 연말까지 정부 예산을 감당하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올해 26억 달러 정도가 원조금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8억 달러 정도가 부족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는 이미 3억 달러가 넘는 예산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MC: 원조 공여국들은 팔레스타인 측의 이런 요청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팔레스타인자치정부의 올해 예산 부족분이 채워지도록 원조금을 더 내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원조 공여국들의 임시회의 의장국을 맡은 노르웨이는 1천5백만 달러를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측에 가하고 있는 봉쇄 조치도 지적했는데요, 이스라엘의 안보 우려를 이해하지만 팔레스타인의 경제 회생을 위해서는 서둘러 봉쇄 조치가 풀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공여국들과 투자자들이 팔레스타인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중동평화 문제를 풀기 위한 정치 과정이 중요한 단계에 있는 만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경제봉쇄 조치를 해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MC: 이스라엘의 봉쇄 조치가 팔레스타인 경제에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까?

기자: 외부와 경제관계가 사실상 단절돼서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의 파야드 총리의 말입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경우 수출이 전혀 안되고 있어서 수출에서 얻는 소득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건데요, 물자공급도 원활하지 못해서 가자지구 주민들의 삶의 질이 심각한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세계은행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의 경제 봉쇄 조치로 가자지구의 산업활동이 거의 중단돼서, 갈수록 국제사회의 원조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MC: 이스라엘은 이런 비판에 대해 어떤 설명을 내놓고 있습니까?

기자: 팔레스타인, 특히 가자지구에 대해서는 이미 경제 봉쇄 조치를 일부 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과격 무장세력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해 테러 공격을 계속하는 한, 봉쇄 조치를 완전히 풀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 6월 이집트의 중재로 휴전협정을 체결했지만, 하마스가 협정을 어기고 로켓 공격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고 이스라엘 정부는 지적했습니다.